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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뫼이름들~

둠과 대둔산(大屯山) - 1편

by 마루금 2006. 9. 29.

 

둠과  대둔산   


大屯은 '크고 둥근'의 뜻

대둔산(大屯山/大芚山)은 충남 논산/금산과 전북 완주 사이(878m), 경기 연천과 개풍 사이(767m), 경북 영덕과 청송 사이(799m), 전남 해남 현산면과 북평면 사이(762m) 등지에 있다. 갈재(蘆嶺)의 산줄기가 김제의 만경평야를 향하다가 운장산 못미쳐 금산 땅에서 서쪽으로 떨어져 나와 하나의 커다란 뫼 무리를 이룬 완주의 대둔산은 마천대(摩天臺)를 정상으로 하고 사방으로 능선을 뻗쳐 기암괴석과 수목을 섞으며, 수려한 산세를 펼쳐 '남한의 소금강'으로 불린다. '대둔'에서의 둔(屯)은 '둠'인데, 이 '둠'은 둥글다(둠글다)의 뿌리말이니 둔산(屯山)은 '둠뫼'로 '둥근 산'의 뜻이 된다. 그러니 대둔산(大屯山)은 '큰둠뫼'인 것이다. 제주의 한라산(漢拏山)도 원래 '둠뫼' >두무뫼: 頭無岳/ 豆毛岳)로 '둥근 산'의 뜻이다.

 

'鎭山漢拏在州南, 一日頭無岳, 又云圓山'
진산은 한라산이며, 남쪽에 있다. 두무악 또는 원산이라고 한다. < 세종실록지 > 제주목

 

'一云頭無岳以峯峯배地, 一云圓山'
또 두무악이라고도 하니 이것은 봉마다 평평하기 때문이며, 또 원산이라고도 하는데. . . .<동국여지승람> 한라산조 

 

지봉유설(芝峰類說: 이수광/ 1614)에서도 한라산의 별칭 '원산'(圓山)을 봉우리의 꼭대기가 평평해서붙은 이름이라고 적고있다. 제주도의 옛이름은 탐라(耽羅), 탐모라(耽毛羅)로, '둠나라'(圓地)의 뜻인데, 이것은 바다로 둥글게 둘러쌓인 섬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보인다.  

 

'둠뫼', '두무뫼'의 뿌리말인 '둠'은 단순히 '둥글다'의 뜻만 아니라 뭉침(團), 덩이(體), 둘림(周) 등의 뜻을 포함한 말이기도 해서 '더미'(덤+이), 덩지(덤+지), 덩어리(덤+어리), 동아리(돔+아리), 둥지, 둥우리(둠+우리:둥주리), 두멍(크고 둥근 가마), 도막, 동그라미, 두메, 뜸(한 동네 안에서 따로따로 몇 집씩이 모여 있는 구역), 담, 둠벙(유수지: 호남 방언) 등이다. 동이다, 뒹글다 등의 말을 낳았다. '둠'은 두르다의 명사형 두름이 줄어 된 말이기도 해서 둘레, 두름(물고기 엮음), 들러리, 돌리다, 구르다(두르다), 도로(反/復), 도리어(反하여) 등의 말들과도 친족 관계를 이루고 있다. '둠'(담)은 일본으로도 건너가 '다마'(玉/珠), 아다마(頭), 다무로(屯), 쓰부라(圓) 등의 말을 이루게도 했다. 

  

'둠뫼'가 두무산, 두모산으로

'둔지미'(屯山/芚山/屯芝山)란 작은 산이 충남 예산 덕산면, 전북 완주 봉동면, 대구 동구에 각각 있는데 원래 '둠재'에 '뫼'가 덧들어가 '둠재뫼'로 되었다가 굳혀진 이름으로 보고 있다.

 

둠+재(山)= 둠재
둠재+뫼= 둠재뫼 > 둠지뫼 > 둔지미


이 산 이름으로 해서 예산, 완주, 대구에 각각 둔리(屯里), 둔산리(芚山里), 둔산동(屯山洞)이란 행정 지명이 생겼다. 대구의 둔지미는 돈지봉(敦志峰: 131m)이라고도 한다. 북제주 구좌읍에는 둔지오름(屯地峰: 287m)이 있다. '둠'은 두무, 두모, 두미로 연철되어 두무악 외에도 두무덕(斗武德: 함남 북청 가회면), 두무산(斗霧山: 경남 거창/산천/합천/ 1038m), 두무산(杜霧山: 황해 곡산/ 1186m), 두모산(頭帽山: 함남 안변 근처), 두미산(頭尾山: 평북 안주 동면)이 되었다. 덕물산(德勿山: 경기 개풍), 두문산(斗文山:소백산맥 덕유산 북서쪽/ 1051m), 두문령(杜問嶺: 강원 통천)도 각각 두물뫼, 둠뫼, 둠재의 한자식 표기이다.

 

'둠'은 '덤', '돔'으로도 되어 '도마', '도매', '도미'로 연철되면서 도마치(道馬峙: 강원 화천과 경기 가평사이/719m), 도매봉(挑梅峰: 평북 자성/1296m), 도미라산(都彌羅山: 평북 선천) 등의 이름을 만들었다. 또 덤은 더미로 되었다가 모음동화로 '데미'(대미)가 되어 대미산(大美山: 강원 평창 방림면, 충북 제천덕산면, 전남 여천 돌산면), 대미산(大眉山: 충북 중원 살미면/ 684m)이 되었고, 대마, 대모로도 되어 대마산(大馬山: 충북 음성/ 409m, 경북 봉화/ 360m), 대모산(大母山: 경기 강화/ 68m)이 되었다.

 

흰대미산(흰독더미산/白磊山: 경남 거창/ 1018m), 마금대미(막은대미산: 경기 광주 동부읍), 숲데미산(石積山<석더미<섶더미: 경북 칠곡 석적면/ 519m), 흰덤뿌데기(경남 거창-전북 무주/ 1492m), 막디미되배기(경북 경산-영천/ 471m), 두마니(월성-영일/ 503m) 등도 모두 '둠'(덤) 관계의 산이름들이다.

 

데미는 테미, 퇴미로 되기도 해서 인천 강화에서는 '태미'(退眉山: 내하 양도면/ 339m), 퇴미(불은 내가면), 퇴미재(불은 덕성리), 토미재(불은 오두리) 등의 이름이 깔리게 했다. 퇴미산, 퇴밋재는 충남 청양읍과 강진 옥천면 등에도 있다. 전남 신안 장산면, 황해 연백 유곡/도천면에 각각 있는 토미산(兎尾山), 경남 함양 안의면의 투무산, 강원 희양 상북면의 연토미(淵吐美)도 퇴미(더미)를 바탕으로 한 이름들이다.

 

'둠' 지명은 옛 백제 땅에 많아

謂邑曰담魯, 如中國之言郡懸也, 其國有二十二담魯, ?以子第宗族分據之.
위읍왈담로, 여중국지언군현야, 기국유이십이담로, ?이자제종족분거지.

읍을 일러 '담로'라 하는데, 중국말의 군현과 같다. 그 나라에 22개의 담로가 있는데, 모두 아들이나 그 겨래붙이가 이를 맡아 다스리고 있다.  <梁書> 白濟條에서...
    

 

松讓以國來降, 以其地爲多勿都... 麗語謂復?士爲多勿. 故以名?
송양이국래항, 이기지위다물도... 려어위복?사위다물, 고이명?
송양왕이 나라를 들어 항복하여, 왕은 그 땅을 다물이라 하고, 고구려 말에 복구한 땅을 다물이라고 말하는 까닭으로 이와 같이 이름한 것이다.  <삼국사기>고구려본기 동명성왕 2년조에서..

 

삼국사기엔 비류와 온조가 고구려 주몽의 아들이고, 열 신하와 더불어 남쪽으로 와 백제를 건국한 듯이 기록했으니, 이들이 가는 곳은 모두 '다물'(多勿)이 되는 셈이다. 다물은 담(돔)에서 나온 말로  여겨지는데, 이것의 관련 지명이 황해도와 경기만 일대에 깔려 있음은 매우 흥미롭다. 산이름에서만도  앞서 든 두물뫼(개풍), 태미(강화), 퇴미(강화), 토미(연백) 외에 다모뫼(大母山:강화) 등이 있고, 섬이름에서도 두물섬(德勿島 >德積島: 인천 옹진), 떼무리(舞島: 옹진), 두문섬(注文島: 옹진), 대미섬(大梅島:황해 은율) 등이 있다.

 

인천의 옛이름 제물포(濟物浦)도 데물(데물개)에서 나온 이름으로 보고 있다. 또 두무(杜門洞: 개풍 광덕면), 두뭇개(斗武浦: 옹진 용전면)란 마을 이름도 있다. 황해도에는 두무(杜茂/杜霧)라는 지명이서흥, 곡산, 평산에 있다. 삼국시대의 '둠'계  지명은 황해/ 경기 일원에 특히 많은데, 둠나골(冬音奈: 강화일부), 돔골(황주), 둠골(연백), 두물골(개풍일부), 두밋골(개성) 등을 들 수 있다.

 

삼국 정립 이전의 황해도 이름 대방(帶方)도 '대모'의 표기로 역시 '둠'계통의 지명이다. 철원의 고구려때 지명은 모을동비(毛乙冬非)로 '털두미'인데 '나무가 많은 산'의 뜻으로 붙여진 듯하며, 털두미가 '철두미'로 되었다가 한자의 철원(鐵圓 나중에 鐵原)으로 되었다.

 

두잉지(豆仍只: 충남 연기), 두내산(豆乃山: 전북 김제 만경), 동읍(冬音: 전남 강진일부), 도무(道武:해남일부), 두부지(豆夫只: 화순 동북면), 둔지(遁支: 순천일부) 등은 각각 등재, 둔매, 둠골, 두무, 둠재,둔재이다. 경남 하동의 삼국시대 지명은 한다사(韓多沙)로 '한다물'인데, 그 영현에 소다사(小多沙/ 앗아물)가 있었다.


제주의 한라산도 두무뫼(頭無岳)이다. 두무뫼는 둥근산(圓山)의 뜻인데, 이 산이 있는 섬의 옛 이름도 '둠나라'(圓地)의 뜻인 '탐라', '탐모라'인 것이 흥미롭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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