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과 감악산
감악산과 빗돌대왕비
(참조: 옛글 모음자의 "아래아"와 "반시옷"을 표식하지 못하므로 그 부분은 적색 처리 하였슴)
경기 양주, 파주, 연천군 경계에 감악산(紺嶽山, 675m)이 있다. 신지비기(神誌秘記)에 의하면 이 산이 서울의 주산인 삼각산을 뒷받침하여 수성 곧 수덕(水德)을 이루어서 서울의 땅기운을 복돋아 주어 서울의 번영을 크게 하였다고 한다. 이 산은 예부터 경기 오악(五嶽: 화악산, 송악산 관악산, 운악산, 감악산)의 하나가 되는 명산으로 알려져 왔는데, 위치/지형상의 가치 때문에 삼국 정립시대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가 서로 차지하려고 하던 산이기도 하다. 산꼭대기에는 '빗돌대왕'이라 하는 옛 비석이 있는데, 비문이 보이지 않아 연대나 동기를 알 수가 없다. 모양이 진흥왕 순수비를 닮아 삼국시대의 것으로 추측할 뿐인데, 이 비석이 정상에 서게된 내력으로 다음과 같은 전설로 전해져 올 뿐이다.
양주군 남면 황뱅이(篁芳:본래 적성군 남면) 북쪽 눌매기(訥木:전곡읍)에 비석이 하나 서 있는데, 마을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이 근처 황뱅이, 붉바위(赤岩), 간패(干波)마을에서 소를 기르며, 살던 농민들이 일제히 같은 꿈을 꾸었다. 한 노인이 나타나 소를빌려 달라는 것이었다. 소를 빌려 주기로한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 보니, 외양간의 소가 온통 땀에젖은 채 몹시 피곤한 기색이었다. 반대로 소를 빌려 주지 않겠다고 한 집의 소들은 모두 죽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눌메기 길가에 서 있던 빗돌이 없어져 버린 것이었다. 나중에 보니, 그것이 감악산 꼭대기에 옮겨져 있질 않는가. 마을 사람들은 감악산 신령이 근처 마을 소의 힘을 빌어 비석을 옮긴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소문이 퍼진 뒤로 많은 사람들이 이 비석의 영검함을 믿고 치성드리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는 것이다.
전설과는 달리, 당나라 장수 설인귀(薛仁貴)가 세웠다고 하여 '설인귀비'라고도 한다는 이 비석을 근처 사람들은 '삐뚤대왕비'라고 한다. 기록에 의하면, 신라로부터 조선 초까지 집을 짓고 중사(中祀)로 모시어 나라에서 봄과 가을에 향촉과 축(祝)을 지내어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설인귀는적성면 잇개(六溪城: 지금의 주월리)에서 출생, 감악산에서 말을 달려 훈련하고 당나라에 나아가장수가 되어 고구려를 쳤는데, 나중에 모국(고구려)을 친 죄를 뉘우쳐 죽은 후 감악산 산신이 되어이 나라를 도왔다고 한다.
감악산이 영검하다는 전설은 많다. 고려 현종 때 거란 왕이 군사를 이끌고 장단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치며, 감악산사 근처에서 깃발, 창검들이 보이고, 천병만마(千兵萬馬)가 날뛰어 크게 놀라 달아났다고 한다. 충렬왕 때에는 원나라에서 내안왕의 반란을 치기 위하여 우리에게 귀찮게 계속 원군을 요청했는데, 이 곳에 제사를 지낸 후부터 원군 요청이 사라졌다고 한다.
'감'은 女神을 뜻하기도
감악산은 강원 원주와 충북 제천 사이(紺岳峰, 886m), 경남 거창(紺嶽山, 951m)에도 있다. '감악산'에서 산은 덧들어간 것이고 원말은 '감악'으로 이 것은 '거룩한 산' '큰 산'의 뜻인 '감뫼'의 한자식 표기이다. '감뫼'는 가마뫼, 금뫼, 검뫼, 곰재 등이 되어 부산(釜山), 금마(金馬), 검산(劒山,劍山), 웅치(熊峙) 등의 한자식 이름을 깔아 놓았다. 산 뿐만 아니라 몰앗(山地/高原), 마을, 소(淵), 섬, 골짜기, 바위 등에도 이 감무리의 땅이름이 많다. '감'은 여러 비슷한 이름으로 발전하여 감, 곰, 가마, 가마귀, 가마솥, 검(黑), 검(劍), 구무(穴) 등이되어 엉뚱한 지명 전설이나 지명 해설을 낳게 하였다.
우리나라 고대 신화에 나오는 북부여 시조 해모수(解慕漱)의 '해'는 '해'(태양), '수'는 '수'(雄:남자)를 뜻한다. '해모'는 '해'의 옛음 '개', '가'에서 나온 '개모'(가모, 감神)의 한자 표음이다. 따라서 '해모수'는 '감수'로서, 환웅(桓雄)의 별칭 신웅(神雄: 감수)과 동일 호칭이다. '해모'와 같이 '감'의 차자(借字)로 된 것에는 '개마'(盖馬)도 있다.
감은 감(玄:현)은 검(黑)이 되고, 이것은 일본으로도 건너가 일본문화를 일으킨 우리 조상들에 의해 그 곳에 '해'(火), '가미'(神), '가가미'(鏡:경)등의 말을 낳게도 하였다. 성스럽고 높음을 뜻하는 이'감'은 왕호나 지명, 일반 용어에도 씌어 신라의 니사금(尼叱今: 니질금= 닛금, 계승한 우두머리), 매금(寐錦:믿금, 시조), 고조선/고구려의 왕검(王儉)이 나왔고, 임금을 높여 부르는 '상감'(上監)이란 말도 나왔다. 지금의 '임금'이란 말도 여기서 나온 것이다. '감'은 크다의 뜻이 되어 '어금니', '고마'(옛말로 '큰 사람'의 뜻. 꼬마는 그것을 조롱해서 일컫는 말), '엄지'(검지) 등의 말을 이루게도 했다. 또한 '감'은 여신(女神)을 뜻하기도 하며, '엄', '암'으로도 되어 어미(母), 암컷같은 말을 낳았다. 단군신화의 환웅의 '웅'이 '수'인 것 같이 웅녀의 웅은 '암'(女)인데, '암'은 바로 '감'으로 여신을 뜻하는 것이다.
개마산(盖馬山)도 '검뫼'의 뜻
삼국시대의 지명들 중에는 '거룩하다', '크다'의 뜻인 이 '감'계의 것이 무척 많다. 특히 한자의 감(甘)이 들어간 것이 많은데, 검매(甘賣= 큰물: 충남 천안 속현), 감골(甘文= 큰고을, 경북 금릉 감문면), 감물가(甘勿阿>咸悅= 큰물가: 전북 익산 함열) 등이 있고, 압록강 근처 옛 고구려 땅에도 감물엣골(甘勿伊忽: 가물이홀=큰물골), 감밋골(甘彌忽:감미홀= 큰묏골) 등이 있다.
'금'으로 취해진 것에는 검물내(今勿내 >黑壞= 큰물내: 충북 진천), 검물(今勿 >今武 >德禮 / 덕산:충남 예산 덕산, 今勿 >己汶: 압록강 이북 옛 고구려 땅) 등이 있고, 또 다른 '금'(金/黔)으로 취해진 것에는 검개(黔浦 >金浦: 경기 김포), 검마을 나라(金官伽耶: 경남 김해), 금재(金池/仇知 =큰재:충남 연기 일부), 검마도(金馬도 = 큰뫼터: 전북 익산 금마면), 늠벌(黔州 = 너른벌: 경기 시흥), 구지뫼(金溝/仇知只山=큰 뫼: 전북 김제) 등이 있다.
연철로 된 것에는 고밋골(古彌 = 큰고을: 전남 영암 일부), 고마밋(古馬彌知 = 큰뫼밑: 전남 장흥 일부), 고마재(古麻只 = 큰재: 옛 고구려 땅), 고마뫼(古馬山: 옛 고구려 땅), 고맛버리(古募夫里 = 큰벌: 전북 정읍 고부), 고못달(功水達/態閃山 >功城: 경기 연천) 등이 있다. 전남 강진의 옛이름도 고마(古馬)이며, 충남 보령군에 있던 수영을 고마성(古馬城)이라고도 했다. 백제에서는 도성을 고마(固麻)라 하였다.
'감'을 '곰'으로 보고 나타낸 것에는 '곰나루'(雄津 > 雄川 = 큰내: 충남 공주), 고마마을(雄村 = 큰마을: 옛 고구려 땅 東明州), 고마재(雄只 = 큰재: 경남 창원 부근), 곰한이(雄閑伊: 황해 송화일부) 등이 있다.
<일본서기> 권14 유라큐 천왕 21년(476년)조에 " . . . 백제가 고구려에 무너졌다는 말을 듣고 구마나리(久麻那利)를 문주왕에게 주어 . . . "라는 기록이 있는데, 여기서의 '구마나리'는 바로 '곰나루'를 뜻하는 것으로, 금강 가의 공주를 뜻하는 것이다. 지금의 공주(公州)라는 이름의 '공'도 '곰'에서 연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엄', '암'으로 하여 한자의 모(母)롤 나타낸 지명에는 '암뫼'(母山/阿莫城 >雲峰: 전북 남원 운봉),암재(母城 > 益城: 강원 김화 일부) 등이 있다. 광개토대왕비에는 엄리수(奄利水)라는 강 이름이 나오는데, '엄리'는 '감내'(= 큰내)이며, 한강을 가리킨 것이다. <한서>의 지지 현도군(玄도郡)편이나 <삼국지>의 동이전 한(韓)편에 보면 염난수, 염로같은 지명이 나오는데, 여기서 '염'도 '엄'(검)으로 보고 있다.
전국에 전해오는 신모(神母)전설은 모두 신(神)이 여신(女神)임을 말해 주고 있다. 백두산의 다른 이름 개마산(盖馬山)은 '검뫼'(神山)의 뜻이고, <후한서>에 동옥저 개마산 동쪽에 있다고 한 개마현(盖馬峴)은 현도(玄도)로서 '감터'이며, 평양의 옛 이름 왕검성(王儉城)은 '검잣'(大山)을 옮긴 것이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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