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신화의 환웅(桓雄)의 '웅'이 수(男)인 것 같이 웅녀(雄女)의 '웅'은 암(女)인데, '암'은 바로 '감'(감)으로 여신(女神)을 뜻하는 것이었다.
감'무리의 땅이름들
(참조: 옛글 모음자의 "아래아"와 "반시옷"을 표식하지 못하므로 그 부분은 적색 처리 하였슴)
'감'무리의 땅이름들은 전국에 어떤 모습으로 깔려 있을까? 그것을 비슷한 것끼리 묶어서 살펴보기로 한다.
감골/감실/가마골(甘谷/釜谷)
조선 7대 세조가 병을 고치려 양양 낙산사에 거등했을 때, 근처 동천(銅川/眞水)의 물을 마시고, '달다'고 칭찬해서 이 샘이 있는 마을을 '감동골'(甘洞谷)이라 불러 왔는데, 그 곳이 지금의 양양읍 감곡리이다. 감골, 감실의 '감'(甘)은 보통 '달다''나 과일의 '감'과 관계지어 이름 유래를 말하고들 있지만, 대개는 '큰 마을', '중심마을'의 뜻에서 나온 것이다. 감곡은 강원 양양 외에도 충북 음성, 충남 논산, 경북 영주, 영일, 경남 사천 등에 행정 면리(面里)의 지명으로 들어가 있고, 감리(甘里)는 경남 창녕 고암면에 있다. '감골'은 '가마골', '가마기'로도 되어 가마(加馬/駕馬), 가막(可幕/加幕),가매(佳梅), 가목(可木), 가무(歌舞) 등의 한자 지명을 깔아 놓기도 했다.
경북 상주 모서면 가마기(可幕里)는 지형이 까마귀처럼 생겼다 해서 붙었다는, 엉뚱한 이름 유래를 만들고 있다. 강원 명주(강릉) 성산 어흘리의 가막골(釜洞)은 지형이 가마솥처럼 생겨 솥골이라고도 한다지만, 이 역시 감골이며, 솥골은 수릿골. 숫골의 변한 지명이다. 삼척 도계읍 황조리의 '가매실'도 모양이 '가마'와 비슷해 붙었다고 전하고 있다.
곰골/공골/곰실/곰말(恭里/貢谷/公根/雄村)
강원 양구 양구면, 홍천 남면, 횡성 공근면에 한자로 각각 공리(恭里), 공곡(貢谷), 공근(公根)으로 표기되는 지명이 있는데, 모두 곰골(공골)로서 '큰 고을', '큰 골짜기'의 뜻이다. 곰골에는 양구와같이 '곰이 살고 있어서...'처럼 곰 관계의 지명 유래를 가지고 있는 것이 많다. 곰실은 한자로 보통 웅곡(雄谷)이 되어 전남 무안, 경남 함양, 거창 등에 이명(理名)으로 남아 있다.
감물/감내/검내(甘勿/甘川/炭川)
물이 달아 감물, 감내라 한다면서 한자로 감물(甘勿: 충북 괴산, 경남 밀양), 감천(甘川: 경북 금릉, 경남 의창, 부산 사하구)이라 표기돼 오고 있는 이런 이름도 역시 '큰 냇물'의 뜻인 '감내'(검내)를 대개 그 밑받침으로 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는 경기 용인의 석성산에서 발원한 탄천(炭川)이 한강으로 흘러들고 있는데, 이 내의 원 이름은 '검내'이며, 이것이 다시 검은 내의 뜻인 '숯내'(炭川)가 되어 염라 사자가 숯을 빨았다는 전설까지 낳고 있다.
감개/곰개/곰내/곰나루(甘浦/熊浦/熊川/熊津)
경북 월성 감포읍에 감개(甘浦)라는 마을이 있는데, 큰 포구라는 뜻으로 붙여진 것이다. 역시 같은 계통의 이름 곰개(熊浦)는 삼국시대에 검마도(큰 뫼터)라 했던 전북 익산군 등에 있다. 감내, 검내가 변한 곰내는 한자로 웅천(熊川)이 되어 경기 여주, 경남 울주, 충남 보령, 전남 여천시 등에 그 이름을 깔아 놓았다. 충북과 충남에 각각 있는 고마천(叩馬川)도 고마내(곰내) 이다. 충남 공주시 웅천동(熊川洞)은 곰나루(고마나루)에서 연유한 것인데, 전해내려 오는 곰의 전설과는 아무 관계가 없고, 이 곳에 금강이 흘러 '큰 내'라는 뜻의 '검나루'(검나리)로 불리다가 그 이름으로 된 것이다. '나루'는 '나루터'의 나루(津)가 아니라 '내'의 옛말 '날'에서 나온 '나리', '나르'에서 나온 것이다. 금강(錦江)도 검나리(금나리)이며, 이것도 '큰 내'의 뜻이다. 강원 태백시에는 거무내(黔川)가 있다.
곰소/곰못(熊潭/熊淵)
경북 상주 공검면 양정리에 있는 공갈못(恭儉湖)은 그 곳이 옛날 고령가야(古寧伽揶)의 서울이었기에 '고령가야못'에서 변한 이름으로 보고도 있다. 경기 파주 천현면에는 '곰소'(熊潭)가 있는데 고려예종 때의 명장 윤관이 여진을 정벌한 뒤, 여진 출신의 처녀 중에 시문과 가무에 능한 '곰'이라는 여자를 데리고 놀았는데, 그 뒤 윤장군이 죽으며, 곰이가 못 옆의 벼랑에서 떨어져 죽어 이곳을 '곰소'라고 했다는 전설을 안고 있다. 그러나 '곰소'는 큰 웅덩이이거나, 물이 깊어 검게 보일 때의 이름인 '검소', '거무소'의 변한 지명이기 쉽다.
감뫼/가마뫼/가막뫼/검뫼(紺岳/可馬峰/釜山/儉山/劒峰)
큰 산 또는 신령스러운 산의 뜻인 '감뫼'는 한자로 감악(甘岳)이 되었고, 이것은 다시 연철 현상으로 '가마뫼'(可馬/加馬)가 되어 가마 같다느니 가마솥 같다느니 하면서 다른 형태의 한자 지명을 깔아놓았다. 가마봉, 가마산은 강원 인제/홍천 사이, 인제 남면, 전남 보성 조성면, 황해 황주/봉산 사이, 평북 영변, 초산 등에 있고, 가마뫼의 다른 한자 지명인 부산(釜山), 부봉(釜峰)은 경기 화성 오산읍, 황해 수안군 등에 있다. 이들은 대개 봉우리 형국이 가마를 엎어 놓은 것 같아 이 이름이 붙었다는 유래를 안고 있다. '검뫼'의 뜻인 검봉, 검산은 강원 춘성, 평북 정주, 전북 남원 등에 있다. 산(山)은 여진족의 말로 '덕'(德)이라고도 해서 북한(특히 함경도)에는 검덕산(劍德山)이 함남 북청, 함북 풍산, 무산 등 여러 곳에 있다. 경남 거창에는 오두산(烏頭山)이 있는데, 원래 '가막달'(달=산)에서 나온 '가막다리'를 옮긴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달(山地)인 개마고원의 '개마'도'감'에서 연유하고 있다. '큰 고개'의 뜻인 '곰재'(熊峙/熊峴)는 전남 보성, 황해 웅진 등에 있다. 감문소국(甘文小國)이 있었던 경북 금릉군에는 감문산(甘文山, 321m)이 있다.
곰섬/고마섬/가마섬(熊島/古馬島/釜島)
큰 섬 또는 검은 섬의 뜻인 '곰섬'(熊島), '검섬'(黑島), '고마섬'(古馬島) 등이 경남 진해시 명동, 의창 구산면, 전북 옥구 옥도면, 전남 신안 하의면, 영암 삼호면, 완도 군외면 등에 있다. 전북 고부상하면, 전남 여천 화정면, 남면, 완도 금일읍, 경남 진해시, 동영 산양면 등에 있다. 특히 여천 남면의 가마섬은 솔개를 닮았다 해서 '연도'라고도 한다.
그 밖의 감무리의 땅이름들
충남 대천시에는 궁촌동(宮村洞)이 있는데, 원래 보령군 우라면의 지역으로서 '궁말'이라고 했던 곳이다. 이 이름은 '궁들'이라 하는 들 가운데 있어서 붙은 것인데, '궁들'은 '굼들'(검들)로 넓은 들이라는 뜻이다. 산 이름 중에는 '굼부리'라 하는 것이 있는데, '높은 산봉우리'의 뜻이다. 이 밖에도 곰바다(熊坪: 경남 함양), 검흘(德川: 북제주 구좌읍, 흘=습지), 금마(金馬: 전북 익산, 전남 고흥, 강원 영월), 금마을(錦里: 경남 합천, 함남 안변), 거무개(去毛: 경기 시흥 군자), 고모(경기 포천, 화성), 거매섬(黑山島: 전남 신안), 감은들(玄石: 서울 마포구), 구무섬(穴島: 전남 진도,완도) 등 '감' 계통의 땅이름이 무척 많다.
'거룩한 산', '높은 산'의 뜻인 '감뫼'는 한자로 감악(紺岳), 검봉(劍峰), 검산(劍山), 검덕(劒德)이 되어 널려 있다. 백두산의 별칭 개마산(盖馬山)도 '감뫼'(검뫼)이다.
글/지명연구가 배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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