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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뫼이름들~

새와 새재(鳥嶺) - 1편

by 마루금 2006. 8. 24.

 

 

새와 새재  

 

새도 못 넘는 고개라지만

(참조: 옛글 모음자의 "아래아"와 "반시옷"을 표식하지 못하므로 그 부분은 적색 처리 하였슴)

경북 문경시 문경을 상초리와 충북 괴산군 연풍면 원풍리 사이에 '새재'(鳥嶺: 조령)가 있다.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에 원군으로 온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더 없는 천연의 요새라 감탄했음에도 우리의 신립(申砬) 장군이 이를 이용하지 못해 쳐 들어올라오는 적군에게 길을 터 주고 만, 한 서린 고개이다. 신립 장군의 참모인 김여물(金汝物)이 새재에다 진을 치자고 했으나 이를 듣지 않고 충주 탄금대에서 달내(達川)를 뒤로 두고 배수진을 치고 싸우다가 그나마도 패하고 말았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이 고개 이름을 조령(鳥嶺)이라고 하지만, 세상에서는 초점(草岾)이라고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고개 이름을 두고 사람들은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들 만한 고개, 새나 날아서 넘을 수 있는 고개, 새가 많은 고개.. , 식으로 대개 새와 관련지어 이야기하고 있다. 또 더러는 새(띠, 억새 따위의 풀)가 우거져 '새재'나 '초점' 같은 이름이 나왔다고도 말한다.

 

새재의 '새'가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문제는 한 마디로 딱 잘라 단정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새는여러 가지 뜻을 가진 말이고,  다른 말이 줄거나 변해서 '새'가 되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순우리말로서의 새는 다음과 같이 여러 가지의 뜻이 있다.

 

     1) 띠, 억새 따위를 통틀어 일컬음, 억새의 준말
     2) 금분(金分)을 함유한 구새
     3) 샛바람의 준말 , 동풍(東風)
     4) 날짐승의 두루 일컬음
     5) 사이의 준말
     6) 피륙의 짜인 날을 새는 단위
     7) 새로운, 새로된
     8) 빛깔이 매우 짙고 산뜻함을 나타내는 말, (보기 - 새까만, 새파란)

 

이 중 많은 이들이 보통 생각하는 '새재'의 '새'는 1)과 4)의 경우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지명 정착의 과정으로 볼 때 5)를 짚어 볼 수 있다. '새로운 고개', '동쪽의 고개'의 뜻으로 각각 3)과 7)을 짚어 볼 수도 있지만, '사이'(間)의 고개일 가능성이 가장 짙다. 왜냐하면 전국에 많이 깔려있는 '새재'의 대부분이 이러한 뜻으로 붙여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7)도 전혀 무시할 수 없다.

 

삼국시대에 소백산맥을 넘는 길은 신라가 북쪽으로 진출하려고 154년(아달라왕 1년)에 개척한 계립령(鷄립嶺)이었다. 이 곳은 대재(竹嶺)와 새재 사이에서 가장 낮은 고개인데, 고구려, 백제,신라의 삼국이 북진과 남진을 계속한 전략의 요충지였다.

 

이 새재가 개척된 것은 조선 초 태종 때 였다는 기록이 있다. 그렇다면 그 때 부터 '새재'(新嶺)일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1)의 경우도 잘 생각해 볼 만하다. 산이나 고개이름 중에는 그 곳에 무엇이 많으냐에 따라 돌산(石山), 대재(竹嶺) 같은 이름이 붙기도 한다. 이 고개 이름을 '초점'이라고도했다는 동국여지승람의 기록을 보면 '돌 많은 고개'의 뜻인 '새재'(억새고개)일 수도 있다.

 

 

계립령도 '새재'의 뜻

'새재'는 사잇고개임에 틀림없다. 작게는 문경 고을과 괴산 고을 사이의 고개, 크게는 중부 지방과영남 지방을 잇는,  예부터 가장 많이 이용해 온 사잇고개이다. 고개 치고 사잇고개가 아닌 것이 어디 있겠냐는 반문도 있을 수 있겠지만, 두 지역을 잇는 여러 고개들 중 생활권이 크게 다른, 말도문화도 풍속까지도 다른 두 권역을 잇는 이 고개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새재(間嶺)이다.

 

계립령(鷄立嶺)도 사실은 이 '새재'의 뜻이다. 한자로 풀면 '계립'은 '닭이 일어선다'는 뜻이지만, 이것은 한자 그 뜻대로의 풀이이고, '지르다'(질러가다)의 뜻인 '지릅'을 그와 같이 적은 것이다. 즉 '지릅고개'가 '치립고개', '기립고개' 등으로 불리다가 '계립고개'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지릅'은 어느 의미로 보아서는 사이의 뜻인 '새'와 그 뜻을 같이하고 있다. 땅 위에서 위치를 가리킬 때' 사이'(間)나 '지릅'(涇)은 다 같이 '곧장 넘어 가는 길'의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삼국시대엔 '새밝골'이 많아     

'새'는 그 말 자체만으로도 여러 가지 뜻을 가지고 있어,  전국 여러 곳에 새터,  새말, 새내, 새실 등의 이름을 깔아 놓았다. 또 이것이 변한 쇠실, 쇠재, 쇠내, 쉰내, 샘말, 샘골 등 많은 관련 지명들을 퍼뜨려 놓았다. '새롭다'는 뜻의 '새'는 오랜 옛날  ''의  원천인  ''에서 나온 말이어서 밝은쪽'(東)의 뜻으로 샛별(東星), 샛바람(東風), 샛마(東南風) 등의 우리말을 파생시켰다. 특히 삼국시대의 지명들을 보면 '새'가 들어간 것이 많다. '새벌'은 경주의 옛 지명인데, 이것이 서벌(徐伐),  서라벌(徐羅伐) 등의 비슷한 이름으로 기록되었고, 신라(新羅), 동경(東京)과 같이 뜻을 옮겨 기록하기도 하였다.

 

충남 홍성의 일부로 들어간 사평(沙平)이나 경남 창녕 영산면의 서화(西火)라는 당시의 지명도 '새벌'의 뜻이다. 경기 안성군 양성면의 옛이름 사복홀(沙伏忽)은 '새밝골'이고, 경북 상주의 사벌국(沙伐國)은 '새벌나라'(새밝나라)였다. 이 밖에도 사시량(沙尸良= 新良: 충남 홍성.'샐골'),사비근(沙非斤=赤木 : 강원 회양의 속현. '새발글'), 사물(史勿: 경남 사천. '새물'),  신광(新光=東仍音: 경북 월성 속현.'새나릐), 동진(東津=失浦. 경남 울산 속현.'새나리') 등도 모두 '새' 관련지명이다.

 

고 양주동 박사는 '새밝'을 동쪽나라, 동쪽의 머릿고을(首都) 등의 뜻으로 풀이하면서 동국(東國),동도(東都), 동경(東京)의 뜻이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고구려 동천왕의 동천(東川)도 그 주검이 묻힌 곳의 '새밝'에서 얻은 왕호라고 했다.

 

학자들은 '새밝'이 지금의 서울이란 말로 되었다는 학설에 거의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동방의 옛 겨례는 언제나 그 족명을 '' 또는 ''로 했던 모양이어서 ''음에 가까운 서(徐), 사(斯), 세(濊 .지금은 예로 읽는다) 등의 한자 지명(특히 부족국가 이름)으로 씌었다. 예맥(濊貊)도 '새'으로 동명(東明)의 뜻과 같다. (貊은 옛날에 百과 같이 '백', '박'으로 읽혔다) 서(徐)가 '새'(東)의 뜻임은 <후한서>에 우리 겨례를  동이(東夷)라고도 하고, 서이(西夷)라고도 한 것을 보아서 알 수가 있다. 백제의 서울(부여) 소부리(所夫里) 또는 사비(沙비)도'새밝'이 바뀐'배'에서 나온 것이니 역시 지금의 서울과 상통하는 지명이 된다.

 

 

'새벌'에서 '서울'까지

'시'는 '쇠'가 되어 한자의 '철'(鐵)로도 취하였다.

 

江陵, 本濊之古國  或稱鐵國... 高麗太祖十九年, 號東原京 (강릉, 본예지고국 혹칭철국... 고려태조 19년,  호동원경)
강릉은 본래 '예'나라 땅이었는데, 다른 이름으로 철국이라고도 하며, 고려태조 19년에는 '동원경'이라고 이름하였다. <세종실록지지>(강릉)

 

鐵原, 本高句麗 鐵圓郡, 新羅改僞鐵城郡. (철원, 본고구려 철원군, 신라개위철성군)
高麗太祖卽位, 改鐵原爲東州. (고려태조즉위, 개철원위동주)

철원은 본래 고구려의 철원군이었는데, 신라 때에 '철성군'으로 고쳤다.고려 태조가 즉위하자, '철원'으로 고치고, '동주'라고도 불렀다. <세종실록지지> (경기 철원)

 

예(濊)는 옛음이 ''이고, 철(鐵)은 그 뜻이 '쇠'이며, '동'도 그 뜻이 '새'가 되므로, 예(濊), 철원(鐵原), 동원경(東原京)은 모두 '새벌' 또는 '동쪽나라'의 뜻인 '새밝'이 된다. ''는 또 연체형 ')으로도 되어   이것이 변한   '신'나라가  진국(辰國/辰韓)이나  숙신(肅愼)같은  국 족명(國族名)이 되었다, 오랜 옛날부터 써 온 우리나라 이름 조선(朝鮮)을 '밝은'(밝아오는)의 뜻인  ''의 한자식 표기로 보기도 하는 것은 선(鮮)이 샌의 음에 해당하고, '밝아옴'의 뜻인 조(朝)를 취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조선'을 '아사달'(아침의 땅, 새로운 땅, 개척의 땅, 동쪽의 땅)과 같은 뜻을 가진 이름으로 보는 것이다.

 

'새'가  '새로운'의 뜻이 아닌, 날짐승 '새'의 뜻으로 된 지명에는 계림(鷄林)이 있다. 신라의 서울 경주를 이렇게 불렀는데,  이것은 '새밝'의 새를  날짐승의 새(鷄 : 옛날에는  날짐승을  통칭 '鷄'라 했다)로 생각해서 이 이름이 나온 것이다.

 

시림(始林)도 같은 '새'의 뜻이 된다. 림(林)은 그 뜻이 풀 이므로 과 음이 비슷한데서 붙여졌다. 수풀은 원래 '숲'과 '벌'(原/野)이 합해서 이루어진 낱말이다. 경주는 '새밝'의 별칭 '잣'(쇠잣)을 취해 금성(金城)이 되기도 했다. ''가 '쇠'에 해당하는 금(金)이 되고, '뫼'의 뜻인 '잣'이 '성'(城)이 되어 이러한 지명을 얻게 된 것이다.

 

''가 '쇠'로 된 옛지명에는 '쇠벌'(鐵州:철주/철원), '쇠잣'(金城)을 비롯하여, '쇠뫼'(金山: 경북김천), '쇠뇌'(金惱/休壤: 휴양: 강원 통천), '쇠달'(今達/薪達:신달/息達:식달: 황해 황주), '쇠재'(息城:식성: 황해 재령, 쇠재 > 쉬재) 등이 있다.

 

''는 또 '소'로 되어 '새'(東, 新, 間 등)의 뜻이면서도 '소불'(牛見: 충남 예산 덕산면), '소재'(牛峰/牛嶺), 소시머리(牛首: 강원 춘천) 등의 옛이름을 낳았다. 춘천을 오근내(烏根乃)라고도 하는 것은'새벌'이 '새부리'(새뿌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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