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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뫼이름들~

강화 마니산(摩尼山) - 2편

by 마루금 2006. 8. 5.

 

 

'말'무리의 땅이름들

 

(참조: 옛글 모음자의 "아래아"와 "반시옷"을 표식하지 못하므로 그 부분은 적색 처리 하였슴)''

무리의 땅이름은 전국 각지에 적지않게 분포하고 있다. 잘 알려진 마니산(摩尼山)이나 마등령(馬等嶺)도 이 계통의 대표적 지명으로 꼽을 수 있다.

 

 

마리/마니 (摩離/摩尼/頭嶽/宗山)

강화도의 마니산은 원래 단순한 뫼(山)의 뜻인 '마리'로 불리어 왔던 것으로 여겨진다. 주민들은 아직도 '마리산'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고, 한자로 마리산(摩離山)으로 기록된 옛 책들도 있다. '마리'는 '머리'의 옛말이기도 해서 두악(頭嶽), 두산(頭山), 종산(宗山) 등으로 불리었다. 마니는 마니즘(manism: 페르시아의 마니교)과도 통하지만 여의주(如意珠: 용의 턱 밑에 있다는 구슬로, 사람의 뜻대로 재물을 얻게 하여 준다는 구슬)라는 뜻으로 '마니'(摩尼)는 그것을 중국에서 소리로 옮긴 것이라고 한글학회에서도 밝히고 있다.

 

충북 옥천과 영동 사이에도 똑같은 이름의 마리산(摩離山, 640m)이 있다. 경남 거창에는 마리면(摩利面)이 있는데, 안의군(安義郡)의 지역 이었던 이곳 서쪽의 신라 때 이름인 마리현(摩利縣:마리골)을 딴 것이다. 함북 부령군 부령면에도 마리동(摩里洞)이란 행정 지명이 있다.

 

 

마라/마로/마루 (馬羅/馬老/滅烏/旨)

제주도의 마라도(馬羅島), 전남 광양의 옛이름 마로현(馬老顯:마룻골), 충북 보은의 마로면(馬老面), 함남 문천의 마루치(馬樓峙) 등도 모두 ''의 연철 지명으로 보고 있다. 지금의 용인 땅으로 들어간, 신라 때 지명인 구성현(駒城縣)은 '멸오'(滅烏)라고 했는데, '마로'의 속음(俗音) '오'로 보고 있으며, 이것이 '미르'(龍의 옛말)와 통하여 용인의 옛이름 '용구'(龍駒)가 나온 것이다.

 

'마루'는 특히 한자의 지(旨)로 많이 취해져 '긴마루'의 장지(長旨:경기도 광주), '만마루'의 만지(晩旨:충남 천안), '중마루'의 중지(中旨:경기 칠곡 인동), '마룻골의' 지로(旨老:경북 울진), '숫마루'의  화지(禾旨:전남 순천), '산마루'의 산지(山旨:경남 창녕 장마, 강원 이천 용포), '외마루'의 와지(瓦旨: 경북 영월 기계 고지) 등의 이름을 낳았다. 서울 강서구에는 '등마루'(登村)가 있고, 의정부 고산동에는 원머루가 있다.

 

 

말뫼/말미(斗山/頭尾/馬山/馬峰)

'말뫼'(말미)라는 땅이름이 전국에 무척 많다. 더러는 말(馬)과 관련한 내력이나 전설이 깃든 것도 있으나, 대개는 꼭대기라는 의미의 ''에 연유한 것들 이다. ''(말)은  한자로 옮겨질 때의 곡식의 양을 재는 그릇의 말(斗)로 생각하여 두산(斗山)이 되기도 했고, 짐승의 말로 생각하여 마산(馬山), 마봉(馬峰), 마현(馬峴), 마치(馬峙)가 되기도 했다. 마등령의 마등(馬等)은 '묏등'의 취음이다. 또 경남 함안군 가야읍의 말산(末山)처럼  '말미'의  '말'을 음 그대로 딴 것도  있다. 말뫼는 지방에 따라 '말무', '말매'라고도 한다. 

 

 

말무덤

'말무덤'은  대게 말을 묻은 무덤이라고 전해지면서, 충성스러운 말 이야기와  관련되는 전설이 얽혀있는 것이 많다.  그러나 '말무덤'은 '+무덤'(마루무덤)으로 큰 무덤 또는 꼭대기에 있는 무덤이란 뜻으로 붙여진 것이다.

 

 

말티고개 (馬峙/馬峙嶺)

산마루를 넘는 고개란 뜻의 '마루티'(티)는 '말티'라는 이름으로 정착되었다. '말티' 자체가 고개인 셈인데, 여기에 또 '고개'가 붙어 '역전(驛前)앞'과 같은 식의 중복지명이 돼 버렸다.

 

 

말머리(馬頭)

경기도 일산의 정발산(鼎發山: 59.3m)은 말의 머리처럼 생겨서 '말머리'(馬頭)라고도 부른다. 또경기도 평택군 서탄면 지역은 땅모양이 말의 머리처럼 생겨서 '말머리'라 했다면서  행정지명이 마두리(馬頭里)로 되었다. 경남 의령군 유곡면에도 말의 머리처럼 생긴 '말머리덤'(말때가리)이 있어 마을 이름이 '말머리'인데, 역시 행정 지명이 마두리이다.

 

그러나 산모양이나 지형이 말대가리의 형상이어서 '말머리'라 했다는 것은 일반지명 정착의 과정으로 볼 때 타당성이 없다. '말머리'는 바로 '머리'로 산정(山頂)을 뜻하는 것이다. 평북 안주와 태천에는 마두산(馬頭山)이 각각 있는데, 모양이 말의 머리 같아서가 아니라  '말모루'가 '말머리'로 불리다가 한자로 붙여진 것이다.

 

 

모로/모루/모리 (毛老/毛羅/募禮)

경기도 강화도의 석모도에는 '돌모로'(席毛里: 석모리)라는 마을이 있다. 이 곳은 대동여지도에 석모로(席毛老)라는 이름으로 나오는데, '돌이 많은산'이란 뜻의 '돌모로'가 한자로 '석모로'(石毛老)로 되었다가 '석'(石)이 다른 한자로 바뀐 것이다. '모루'는 평안도 지방사투리로 산의 뜻이다. 그래서 '갈모루', '딧모루', 등으로 '~모루' 식으로 된 산이름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구석기시대 동굴 유적지로 잘 알려진 평남 상원군의 '검은모루'는 유명하다. '검은모루'는 '검은산'(黑山)의 뜻이다.

 

부산 북구에는 모라(毛羅洞)동이 있는데, 근처에 백양산(白陽山: 637m)이 있어 붙은 이름이다. 내 이름 중에 '모라내'가 많은데, 모래(沙)와 관련지어 사천(沙川)으로 바뀐 것도 있지만, 대개는 '산골의 내'(山谷川)란 뜻의 '말아내 였다. 모로리(慕老里:경남 밀양 무안, 함안 군북, 함북 영흥 고령), 모로리(募魯里:평남 대동 남형제산), 모례리(慕禮里: 황해 연백) 등도  모두 이 계통 땅이름이다. 경기도 의왕시의 모락산(慕洛山)은 '산이 있는 곳'의 뜻인 '몰앗'(+앗=앗 >랏 >모락)의 취음이다. 모로, 모리는 '머리'로도 되어 '누에머리'(蠶頭:잠두: 서울 남산 서쪽머리), '덜머리'(切頭:절두:서울 마포), '용머리'(龍頭:용두: 서울 동대문)등의 이름도 나왔다.

 

 

마재(馬峴)

경기 남양주 와부읍 능내리에 실학자 정약용의 4형제가 나서 자랐다는 '마재'가 있다. 한자로 마현(馬峴) 또는 두척(斗尺)이라고 하는데, 높은 고개의 뜻인 '말재'에서 나온 것이다. 재는 옛말이 (자)인데, '자'를 한자 척(尺)으로 취해 '두척'과 같은 한자 지명으로 된 것이다. 말잣>말>말자>斗(말)+尺(자)=두척.  마재(馬峴:마현)는 화천군 상서면과 금화군 금남면 사이, 옹진군 옹진읍과 대차면 사이에도 있다.

 


서울 '용마루'라는 새 지명도 생겨

''은 머리, 마루, 마리, 뫼 등의 말을 낳았으나, 땅이름에서는 주로 '말', '마루'가 쓰이었다. '말'은 달리는 말, 곡식 재는 그릇의 말과 음이 같아 마(馬), 두(斗)가 한자 지명의 앞글자로 들어갔고, '마루'는 꼭대기를 뜻하여 두(頭), 종(宗)이나 닮은 음의 한자인 마니(摩尼), 마리(摩利), 마로(摩老)로 취해 고유명사를 이루었다.

 

'마루'는 '도드라진 곳', '불쑥 내민 곳'을 뜻하여 용마루,지붕마루, 콧마루 같은 식의 말도 자연스러이 쓰이거니와  땅모양이 그러한 곳에도 이 말이 부담없이 붙어 '영마루',  '등마루'식의 이름이붙고는 한다.

 

서울 용산과 마포를 잇는 간선도로가 개설되었을 때, 용산과 마포의 첫 글자를 따 용마로(龍麻路)로 지었지만, 이 길 중에 생긴 큰 고개가 '용마루'로 불리기 시작하더니(물론 '용마로'의 음과 비슷한 탓도 있다), 시(市)에서 지은 '용마로' 보다 훨씬 많이 알려져 있다. 이것을 보면 지명은 지어서 붙여지기도 하지만, 위치나 땅모양에 따라 저절로 붙여지는 수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글/지명연구가   배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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