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무리의 지명들
설뫼(雪峰/雪岳/雪嶺/雪馬/雪梅)
(참조: 이 문장에서 옛글 모음자의 "아래아"를 표식하지 못하므로 그 부분을 적색으로 처리함)
설악산은 삼국사기에 설화산(雪華山)이라는 이름으로 나온다. 한계산(寒溪山)이라고도 불리었고, 불교에서는 설산(雪山) 또는 설봉산(雪峰山)이라고 불러 왔다. 설악산에 대한 이름 유래는 옛 문헌에 모두 눈(雪)과 관계가 있다.
한가위부터 내리기 시작해 쌓인 눈이 하지에 이르러 비로소 녹으므로 설악이라 한다.<동국여지승람>
산마루에 오래도록 눈이 쌓여 바위가 눈같이 희다고 하여 설악이라고 이름 지었다.<증보문헌비고>
설악산 외에도 전국에는 설성산(雪成山), 설봉산(雪峰山), 설한령(雪寒嶺), 설운령(雪雲嶺), 설마치(雪馬峙), 설령(雪嶺), 설암산(雪暗山), 설우산(雪雨山), 설주봉(雪柱峰) 등 '설'자가 들어간 산이 많다. 그러나 '설'은 단순히 눈으로만 생각함은 잘못이다. 언어/지명 학자들은 이러한 지명들에서의 '설'을 대부분 '살'의 음역(音譯)으로 보고 있다.
노산 이은상(李慇相)은 설악을 원래 설뫼'라 했을 것 이라면서 금강산의 이름을 '서리뫼'(雪嶽)라하는 것과 통한다고 하였다. 충북 단양 장희리에 설마동(雪馬洞)이라 하는 바위 절벽이 있는데, '겨울이면 바위 위에 쌓인 흰 눈과 소나무 위에 덮힌 눈이 조화되어 마치 달리는 준마(駿馬)가 달리는 모습과 같아 설마(雪馬)라 했다고 전해 오고 있으나, 작은 뫼의 뜻인 '솔마'에서 나온 이름으로 봄이 타당하다.
살고지(箭串:전관, 雪花:설화)
강원도 이천군과 황해도 신계군 상이에 설화산(雪花山:581m)이라는 산이 있다. 이름을 한자 그대로풀면 '눈꽃뫼'가 되지만, 이 이름은 '살고지'의 음/의역(音/意譯)이다. '설'은 '살'의 취음이고, 화는'곶'의 연철인 '고지'가 꽃의 옛말 '고지'와 같기 때문에 취한 것이다. 서울 뚝섬에도 '살고지'가 있다. 한자로는 전관평(箭串坪)이라 하면서 화살과 관계되는 이 태조,태종관계의 그럴 듯한 전설이 얽혀 있지만, 역시 살 무리의 지명으로 '뽀족한 곳'의 뜻인 '살곶'에서 비롯한 것이다.
사널이(沙熱伊縣:사열이,乷山成:살산성)
충북 제천에 청풍(淸風)이라는 곳이 있다. 이름만 들어도 시원함을 느끼게 하는 이 곳의 삼국시대지명은 사열이(沙熱伊)인데, 신라 경덕왕 때 청풍으로 바뀌었다. 원래 '사널이'의 이두식 표기가 사열이(沙熱伊)인데, 개칭할 때 '사널'을 '서널하다'의 '서늘'과 똑같이 보고, '청풍' 으로 바뀐, 아주 재미있는 예가 되었다. 그러나 '사널'은 원래 '시나르'(시느리)로 이 말은 '새내'(新川 또는 間川)의 뜻이었던 것이다. '사열'이 살무리의 지명으로 볼 수 없는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라오름(沙羅峰,西來峰)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보이는 산이 사라오름이다. 제주 12경 중의 하나인 사라봉 낙조(落照)로 유명한 곳인데, 여기서의 '사라'도 살무리의 지명으로 보고 있다. 사라봉과 비슷한 이름으로 전남 내장산근처의 서래봉(西來峰)이 있다. 써래를 달아 붙은 이름이라고도 하고, 달마조사(達摩祖師)가 양(梁)나라로부터 이 곳에 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지만, 모두 근거가 없고 역시 살무리의지명으로 봄이 타당하다. 세종실록지리지의 경주부에도 '사리'(沙里)라는 지명이 나오는데, 옛이름은활리(活里)였다는 것으로 보아 역시 '살'(살)과 관련 있음을 알 수 있다.
술뫼(松山,戌山,酒城)
송산(松山)이란 지명이 전국에 널리 깔려있다. 대개 솔(松)과 관계지어진 것이 많지만, 더러는'꼭대기'의 뜻인 '수리', '술'이 '솔'과 음을 닮아 '솔뫼'로 되었다가 바뀐 것도 많다. '솔뫼'는 한자로 '술산'(戌山)이나 '주성'(酒城)이 되기도 하였다. 대동여지도에는 소리산(所伊山: 강원도 이천), 소라산(所羅山: 황해 평산), 소의산(所衣山:경기 가평), 솔하천(乷下川:함경 경원) 등의 살무리의 지명이보인다. 경북 청도군에 편입된 삼국시대의 한 지명인 솔이산현(率伊山縣)과 역시 삼국시대의 지명으로 충북 옥천군에 편입된 소리산천(所利山縣)도 '수리뫼'로 유추되고 있다.
솟내(述川:술천)
얼핏 들으면 샘물이 솟는다는 뜻으로 들리는 이 지명은 경기도 여주군과 광주군의 일부로 들어간 삼국시대의 한 지명이다. '솟내'로 유추되고 있지만, 한자로 '술'(述)이 취해진 것을 보면 '살내'의 음/의역으로 보여진다.
술앗(水落山)
서울 상계동 북동쪽에 수락산(水落山)이란 산이 있다. 온 산이 모래/돌로 되어 있고, 옥류동(玉流洞), 금류동(金流洞), 은선동(銀仙洞)의 세 폭포를 이루어 '수락'(水落)이라 했다고 전해 오고 있으나, '술앗'의 취음인 듯 하다. '앗'은 장소를 뜻하는 옛말로 '부엌'(불앗>부앗>부엌), '녘'(동녘,서녘,북녘등), '바깥'(밖앗>바깟>바깥), '뜨락'(뜰앗>뜨랏>뜨락) 등의 말이 이에 연유한다.
수리봉/수리산(修理山,守理峰)
수리봉(守理峰: 충북 단양 1022m), 수리산(修理山:경기 안양 474m), 수리치(樹裏峙: 전남 승주) 등 '수리'가 들어간 산이름이 많다. 경기도 파주에 편입되었던 서원군(瑞原郡)의 고구려 때 이름은 '수리홀성'(述爾忽城)이다. '수리재'는 강원 정선군 남면을 비롯하여 전국 여러 곳에 있다. 수리는 '술'(살)에 뿌리를 둔 말이어서 한자로는 술(述)자가 취해졌다.
삼국시대 지명의 예가 많은데, 관술(管述: 칸수리-회양), 우술(雨述:볓수리-회덕), 아술(牙述: 것수리-아산), 황술(黃述: 느르수리-영암) 등이다. '수리'의 음을 거의 그대로 딴 예에는 각각 지금의 인천, 파주에 속한 고구려 때의 지명인 '수리홀'(首爾忽)이 있다. 서술산(西述山), 술모산(述母山) 등도 '수리뫼'이다.
수리'를 새 무리의 '수리'로 보아 취(鷲)자가 들어간 지명도 생겼다. 전남 여천과 경남 창녕의 영취산(靈鷲山)은 '아라수리' 또는 '올수리'(얼수리)의 변한 이름이고, 북한 여러 곳과 경남 양산군에 있는'취봉'도 모두 '수리'에서 나온 이름이다.
술곳/술못(水西=醴천=西淵=酒泉)
'수리' '술'은 묘하게도 음이 '술'(酒)을 닮아 지명에 '주'(酒)자가 많이 취해졌다. 경북 예천의 옛이름은 '수리골'인데. 그 훈을 술(酒)로 보고 수주(水酒)로 했다가 예천(醴泉)으로 바꾼 것이다. 평창 원주 부근의 삼국시대 지명인 주연(西淵)도 '수리못'이 바뀐 이름이다.
수레너미 (車踰: 車嶺)
수리는 수레와 음이 닮아 '수레너미'니 수레재니 하다가 한자로 차유현(車踰峴), 차령(車嶺), 차산(車山),차의현(車衣峴)등의 지명들을 낳았다.
시루뫼(甑山)
시루(甑)를 닮았다고해서 증봉(甑峰), 증산(甑山) 등의 이름이 붙었다는 산들이 무척 많다. 그러나 이들 산 모양을 보면 실제로 시루를 닮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치가 않다. 지방에 따라' 스리봉', '시리봉', '시래봉', '서리봉' 등으로 조금씩 달리 불리는 것 으로 보아 원래 '수리'(峰)를뜻하는 살 지명이었던 것이 '시루', '시루봉'으로 불리다가 그와 같은 한자식 이름으로 된 것이라고본다. '시루의 방언으로는 '시리'(영호남), 실리(경북 금릉), 실기(경북 영양,영덕), 슬구(강원 일부)등이 있다.
'살'은 벼슬을 뜻하기도
지금까지 살계 지명들을 대충 훓어 보았거니와, 이들 중에 대표적인 것은 '수리'라 할 수 있다.'수리'의 원뿌리는 '술'로 보지만, 으뜸의 뜻인 '수(雄:웅)에서 시작된 말로 보고 있으며, 삼국유사에는범어(梵語)에서 이 말이 나왔다고 하여 '소슬산'(所瑟山)이라는 지명도 기록해 놓고 있다.
'살'은 삼국시대의 관명(官名)으로도 나온다. 백제의 관명 중에 '달살'(達率:달솔: 고서에는 大率), '은솔'(恩率), '덕솔'(德率), '간솔(杆率), '나솔'(奈率) 등이 나오는데, 달, 덕, 나 등은 각각 산(山), 언덕(阜:부), 내(川)를 뜻하여 그것을 다스리는 관직을 뜻하는 것이었다.
신라에서는 으뜸의 뜻인 '수'를 인명에 많이 취하였다. 신라초기에 '주다(酒多)라는 관직명도 있는데 수마로(秀宗:현덕왕 때), 수리내(述郞: 화랑의 한 사람), 수리마로(須口夫: 창녕 진흥왕 순수비에 나옴), 수리치(須流枳: 일본서기에 기록됨), 술마로(述宗: 진덕여왕 때 정치가) 등을 그 예로 들수 있다. 신라초기에 주다(酒多)라는 관직명도 있는데, 고 양주동 박사는 이 이름이 'ㅂ술한'(角干)의 변한 이름인 '수ㅂ을한'(술한)의 한자식 표현이라고 했다. 고구려 관명의 '의사살'(意俟奢), 욕살(褥俟,褥薩) 등의 '살'(俟,薩)도 벼슬(官)을 뜻하는 옛말 '살' 또는 '새'에서 나온 것인데, '벼슬'의 '슬'도 여기서 나온 것이다.
살개가 三日浦로
'살'은 많은 말을 낳고, 또 새끼를 쳤다. 생명의 원천임을 뜻하는 이 말은 '삶'(生)을 뜻하여
'살다' '사람'(살+ㅇ,ㅁ=살,ㅁ>사람) '사랑'(살+앙), '슬기'
등의 낱말을 이루게 했고, 이말은 다시 설, 솔, 술, 수리, 수레 등으로 형태를 달리하면서 여러가지 한자로 지명에 표기되었다.
삼일포(三日浦)는 강원 고성의 명승지인데, 이 이름도 살개>살개>사흘개 식으로 되다가 '사흘'이삼일(三日)로 되어 변한 것이다. '살'은 물살의 '살'을 뜻하여 '살고지' '살개' 등의 지명을 낳았고, 수레, 솔, 시루, 수리 등과도 음이 닮아 전국에 이 계통의 지명을 무척 많이 깔아 놓았다.
살무리의 지명의 파생 과정을 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살 . . . 살.....살(乷)
'곡식'의 '살'(米)
'살다'의 '살'(活,居)
'화살'의 '살'(矢)
슬.....설(雪)......서리(霜)...西來
술.....술(述,酒)
수라(水落)
수리(鷲)...수레(車)
솔(松)......소리(率伊)
글/지명연구가 배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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