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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뫼이름들~

한밝과 태백산(太白山) - 2편

by 마루금 2006. 7. 19.

 

 

 

'한'의 말 뿌리

(참조: 이 문장에서 옛글 모음자의 "아래아"를 표식하지 못하므로 그 부분을 적색으로 처리함)

'한'의 뜻을  설명해 가려다가 이야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빠졌지만, 여기서 '한여울', '한밭' 등의 한'의 말뿌리를 잠시 캐어 볼까 한다. 먼저 다음 말들을 비교하여 그 공통점을 생각해 보면 '한'의어원을 밝히는데 도움이 된다.

 

> 해(日)    - > 흰(白)
블 > 불(火)    - 근 > 붉은(赤), 밝은(明), 바른(正)  

픝ㅅ > 풀(草) - 프른 > 푸른(靑)
> 감(閉)    - 은 > 검은(黑)
믈 > 물(水)    - 믉은 > 묽은(稀)
둠(圓)           - 둥근(圓)
< 얼(魂)    - 옳은(正)
< 새(新)    - > 샌(새로 밝은)

 

어떤 상태를 관형적으로 나타낼 때, 어떠한 이라는 연체형(連體形)을 쓰게 된다. 뿌리말에 'ㄴ'이붙는 식의 어형인데. 그 말 뿌리는 대게 '불'이나 '물'같은 명사이다. 이것들을 볼 때, 우리말에서 동사나 형용사 같은 용언은 명사 또는 명사적인 말에서 주로 출발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면 '한'은 어떤 뿌리말의 연체형 인가? 길게 설명할 것도 없이 '하'의 연체형인 것이다.'하'는 옛 문헌에서 'ㅎ하'로도 나오며, 그 원 뜻은 '많다'(多) 이다. 그래서 지금도 '하도 많다'.  '하고 한(많고 많은) 날', '하(매우) 추워서' 등의 말에 '하'가 쓰이고 있다.

 

'후인(後人)의 절략(節略)이 너무 하(많아) 六祖人 큰 오 ㅂ드들 보디 몯 뎌'(後人節略大多 不具六祖大全之旨: 후인전략대다 불구육조대전지지) <육조법보단경언해 서7>

'곶됴코 여름 나니'(有灼基華 有實基實: 유작기화 유실기실) <용비어천가 2장>

 

'한'은 우리 조상들이 아주 오랜 옛날부터 써 온 말로 여겨지는데, 옛 지명이나 인명 등에 한자로 한(韓, 漢, 翰, 汗), 환(丸, 桓), 간(干), 감(邯) 등으로 나타난다. 또 '환'이 '칸'이 되었다가 '큰'음에 가까이 되면서 빌어 썼음직한 금(今), 검(儉), 궁(弓) 등이 들어간 지명이나  인명, 관직명도 있다.

 

큰 강이란 뜻의 한가람이 변한 한강(漢江), 한묏골로 유추되는 지금의 서울인 한산(漢山)은 한을그대로 쓴 대표적 예이며, 환도(丸都: 큰 터의 뜻), 궁산(큰 산의 뜻), 웅진(熊津: 곰나루로 큰 내의 뜻, '나루'는 '나르'로 내의 옛말) 등의 지명도 모두 크다는 뜻을 취한 것이다.

 

'한'이나 '큰'의 한자 지명이 보편화될 때에 대(大)자로 많이 바뀌어 대전(大田-한밭), 대도(大島:큰섬) 등의 지명으로 되었고, 대(大)는 또 대(竹)와 음이 같아 한재(큰 고개)가 대재(大峙:대치)로 되었다가  대재의 대를 대나무 대로 생각, 엉뚱하게 죽령(竹嶺)으로 바뀐 예도 있다. 따라서 현재의 산이름만 보고, 그 글자(특히 한자)에 억매여 뜻을 해석하려는 잘못은 없어져야 한다.


 

'하늘'도 '한밝'의 뜻

하늘도 '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말로 보고 있다.

 

한+ =한 > 한 > 하 > 하날(하늘)

 

위에서 '한'은 '큰'의 뜻이고 ''은 '밝'의 뜻이므로, 결국 '크게 밝음'의 뜻이 '하날' 또는'하늘'로 되었음을 살필 수 있다. 따라서 하늘(하날)이 위와 같은 변천 과정에 의해 나온 말이라고 한다면, 지금 교계에서 '하나밖에 안 계신 님'이어서 '하나님'이라고 했다는 해석은 어원적인 근거로는 옳지않아 크게 밝은 누리, 즉 '한밝'(大光明)과 관계지어 설명을 해야 할 것이다.

 

위 과정에서 ''이 ''로 된 것은 '가발'이 고을로 '새발'이 서울로 변한 이치와 같다. ''을 '벌'(坪)로도 보는 견해가 있으나, 여기서는 '밝'(밝,붉) 관계의 뜻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하늘의 뿌리말인 '한밝'은 산이름으로 많이 붙여졌는데, 이것을 크게 '한'. '박', '한', '한배'의 네계통으로 나누어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계통 

<한-한벌> * 벌= 平, 坪, 原
영평산(永坪山: 함경), 장평산(長平山: 평안), 장평산(長坪山: 함경), 천평산(天坪山: 함경),
 대원산(大原山: 충청)

<한-한불> * 불= 佛, 火
천불산(天佛山: 함경), 천화산(天火山: 함경)

 

계통

<한-한박> * 박= 朴
대박산(大朴山: 평안),함박산(含朴山: 전라),모란봉(牡丹峰: 평안.
* 한박-함박-함박꽃-모란), 작약산(芍藥山: 경상. 함박 - 작약), 천방산(天方山: 전라), 한박뫼 - 천방산(天放山: 경상), 천봉산(天峰算: 황해. *한-한뫼-한복뫼-한봉뫼), 천봉산(天鳳山:경상), 함박덕(咸朴德: 함경)

<한-한백> * 백= 白, 伯
장백산(長白山: 함경), 천백산(天白山: 전라), 태백산(太白山: 강원), 대백산(大伯山) , 함백산
(咸白山: 강원)

 

계통
장을악(長을岳: 전라), 영등산(永登山: 충청. * -오르-登)

 

한배 계통

<한배-한비, 한보, 한바>
장배곶(長背串: 충청), 장비둔(長非屯: 평안), 천비산(天庇山: 전라)

 

* 이상의 여러 산이름은 대동여지도에서 주로 찿은 것으로, 지금의 산 이름과 다른 것도 있다.

 

''계열의 산 이름에 백두(白頭), 백운(白雲), 백양(白楊), 백암(白岩), 백마(白馬), 백사(白沙), 등백(白)자가  들어간  것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 중에 백산이 크고 작음에 따라 태백산(太白山), 소백산(小白山) 등으로 붙여진 것도 있다. 백두산(2744m)과 소백산(2174m:함경남도와 함경북도의 마천령산맥 ), 묘향산( = 太白山 1909m)과 소백산(2174m 낭림산맥의 중앙: 묘향산보다 높지만 신성적인 의미에서 격을 낮춤), 태백산(1549m: 강원도 태백산맥)과 소백산(1440m: 강원도 소백산맥), 함백산(1573m: 태백시 서쪽)과 백운산(1426m)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부루'와 '비로'

 ''에서 나온 말로 '부루'가 있는데, 이 말은 신(神)을 나타낸다. ''은 '박'의 음에 가까워 박(朴,博)자를 쓰기도 하나, 대개는'신성함', '깨끗한', '밝은'의 뜻을 포함한 백(白)자를 많이 씼다. 관서~관북의 경계를 이루는 낭림산맥의 주산도 백산(白山)인데, 중국의 한서(漢書)에는 이 산이 '부루산'으로 되어 있다. 결국 '부루'와 '백'은 같은 뜻임을 말해 준다.

 

육당 최남선(崔南善)은 우리나라 명산의 이름이 대개 '백'자로 되었거나 '부루'(毘盧:비로, 또는 風流:풍류)로 되어 있다고 했다. 백두산, 태백산, 소백산, 함백산, 백악(白岳 = 北漢山) 등이 모두 '백'자가 들어가 있고, 묘향산, 금강산, 속리산, 오대산, 치악산 등의 주봉이 모두 '비로봉'이다.

 

또 천(天), 황(凰), 왕(王) 등의 글자가 들어간 산도 많은데, 이것도 '부루'(비로)와 같은 뜻으로 보고 있다. 하늘의 신은 산을 통해서 인간세계로 오므로, 산이야말로 하늘 나라와 땅의 나라를 이어서 밝음을 열어주는 '밝안뉘'이니, '밝아'가 다음과 같은 음 변천과정을 거쳐 '비로'로 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밝아 > 불그 > 부르(부루) > 비루 > 비로  (불교의 '비로자나불'의 '비로'에 음을 맟춤)

 

최남선은 불함문화론(不咸文化論)에서, 옛날부터 우리 겨례가 '밝은뉘'(光明世界)의 원천인 태양을 숭배하는 고유 신앙을 가졌다면서, 그것이 '밝'에 연유하는 '부루'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다고 했다. 하늘의 도리에 따라 밝은 누리를 실현하는 종교로서의 이 '부루'는 하늘(天神)에 큰 재례를 행하고, 나라의 큰 일을 결정하기도 하였다.


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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