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음과 박달재 -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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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뫼이름들~

밝음과 박달재 - 2편

by 마루금 2006. 7. 14.

 

 

'밝' 계통의 산 이름들

 

(참조: 이 문장에서 옛글 모음자의 "아래아"를 표식하지 못하므로 그 부분을 적색으로 처리함)

그렇다면 이러한 인명, 지명 등에서 많이 쓰인 ''은 산이름에 어떻게 나타나 있을까? 우리나라의 산들 중 대개 명산이거나 큰 산들에 '백'(白)자나 '박'(朴)자가 들어간 것이 많은데, 이들의 대부분이 ''에서 연유했음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우선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白頭山:일명 太白山)을 비롯하여, 장백산(長白山), 소백산(小白山), 함백산(咸白山), 박달산(朴達山), 백산(白山), 북수백산(北水白山), 간백산(間白山), 동백산(東白山), 백사봉(白沙峰), 백운산(白雲山), 박산(朴山) 등 이 계통의 이름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은 한자로 취음될 때 주로 '백'(白)이 되었지만 '박'(朴,博)이나 '벌'(伐,罰)로도 된다. 밝은 땅(陽地:양지)이라는 뜻의 '달은 '배달'(倍達)로도 되고, '박달'로도 되었다. 지금의 새재(鳥嶺:조령)가 '박달재'(朴達峙;박달치)로도 불린 것이라든가, 충주와 제천 사이의 고개도 '박달치'라는 지명이 붙은 것은 그 예이다.서울 은평구 갈현동의 궁말(宮洞:궁동)에서 서오능으로 넘는 고개를 '벌고개'(버리고개: 罰峴:벌현)라 하는데, 이 고개를 넘으면 벌을 주었다는 전설적 이야기와는 달리 '고개'이던 것이 그 이름으로 정착되었다고 보고있다. 그러면 여기서 ''에 연유된 산 이름을 몇 가지 들어 보고자한다.

 

 

백산(白山)

'백'(白)은 '밝'의 음차이고, 또 '희다'는 뜻을 가지고도 있어, '밝다'와 통하므로, 많은 산이 이 이름들이 붙어있다. 실제 이 이름을 가진 산들 중에는 현지 토박이들이 '백'보다는 '박'으로 발음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백산'이 '박산'이며, 그 원 뜻이 '밝뫼'임을 짐작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백산은 강원 도계, 전북 무안, 강원 화천, 평남 양덕과 고원 사이, 평북 강계와 회천 사이, 함남 문천과 평남 영원 사이, 함남 신흥과 풍산 사이, 풍산 웅이면 등에 있다.

 

백운산(白雲山)

산이 높아 늘 구름이 머물러 있어 '흰 구름산'이란 뜻에서 이 이름이 붙었다고, 군지(郡誌)같은 자료에 거의 예외없이 풀이 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이름을 한자 풀이로 한 것일 뿐, '백운'이 '밝은'의 음차임을 깨닫지 못한 탓이다. 발은봉(發銀峰:강원 남부), 발은치(發銀峙:강원 북서쪽), 발온치(發溫峙:충남 서부), 발이악(發伊岳:제주도), 발리봉(發梨峰:경기 중남부),발봉(鉢峰:낭림산맥 남부) 등도 '밝은', '밝이', '밝' 등의 음차로 보고 있다.

 

백운산은 경기도 옹진군, 수원 용인 의왕 사이, 강원 원주와 충북 제천 사이, 강원 정선과 영월사이, 정선과 평창 사이,  경기 안성과 충북 음성 사이,  경북 금릉, 전남 광양, 경남 함양, 전북순창과 전남 장성 사이에는 높이 721m의 백양산이 있다. 백암산(白岩山)이라고도 하는데, '백양', '백암'은 '밝안'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산에 한자로 '불견치'(佛見峙)라고  하는 고개가 있는데, '불바라기재'라고도 하는 것으로 보아, '밝은 부리(山)'의 뜻인 '불바락'의 변한 이름이 아닌가도 보여진다. 또 '바라'는 이 곳 말로 '바위'여서 '백암'이라는 한자 지명으로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발왕산(發旺山)

태백산맥의 대관령 남서쪽 평창에 높이 1,458m의 발왕산이 있다. 유추하면 '바랑뫼'가 되데, 이 이름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쳤을 것으로 여겨진다.  +앗('곳'의 옛말)+뫼  >  앗뫼 > 바랏뫼(바랑산), 즉  양지쪽 산 '밝은 산'의 뜻인  '발앗뫼'가 '바랑뫼'가 되고 '바랑산'이 되어 한자로 '발왕산'(發旺山)이 되었을 가능성이 짙다. 이 산의 기슭에 '바랑고개'(바랑재)와 '바랑골'이라는 마을도 있다.

 

박달산(朴達山), 박달재 

충북 제천시 봉양면 원박리와 백운면 평동리 사이에 박달산이 있다. '박달'은 '밝달'로 역시 양지쪽 산에 붙는 '명산'(明山)의 뜻이다.('달'은 산의 옛 말) 근처에 '벼루박달'(硯朴:연박), '백골'(白谷:백곡:봉양면 미당리), '박달넘이'(봉양면 연박리),  '보래'(봉양면 장평리), '뱃재'(梨峴:이현,敗峴:패현: 송학면 무도리), '백양골'(白岩:백암: 봉암면 명암리)과 같은, '밝'에연유했음직한 지명들이 많이 깔려있다.

 

특히 한국 최초의 신학교 터가 있고, 초기 천주교 신자들이 신앙을 고수했던 '배론' 마을이 이산 밑에 있는데, '배론'은 '밝은 골짜기 마을'의 뜻인 '발론'(발=밝, 론=골짜기)의 변한 음이 아닌가 여겨진다. '밝'은 '배'로도 잘 변하는데, '새밝'이 '새배'로, '한밝'이 '한배'로 변했음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 계곡이 깊어 지형이 배 밑바닥같아 '배론'이라 했다함은 설득력이 없다.) 현재 이 곳은 천주교 성지로 개발되어 있다. 박달산은 그 밖에도 충북 괴산, 영동, 경기 양주 등에 있고,   충북 제천, 함남 안변군에는 '박달령'(朴達嶺)이 있다. 


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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