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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뫼이름들~

한밝과 태백산(太白山) - 1편

by 마루금 2006. 7. 19.

 

 

 

한탄해서 한탄강 이라는데 . . .

'한탄강'이라 하는 강이 있다. 임진강의 한 갈래로, 강원도 평창군과 함경남도 안변군과의 사이에있는 추가령(楸哥嶺. 550m)에서부터 시작, 추가령지구대를 따라 흘러내려 경기도 연천 부근에서 재인폭포로 마무리하고, 본류에 흘러드는 제법 큰 물줄기인데, 길이가 136km나 된다. 이름을 음 그대로 들으면 무슨 큰 한탄(恨歎)이 굽이굽이 서렸기에 한탄강일까 생각해보게 한다. 이 강에 다음과 같은 유래가 전해 온다.  

 

후삼국시대, 태봉의 궁예는 남쪽으로 내려가 후백제와 싸우고, 수도인 철원으로 돌아오던 어느 날, 이 강을 건너다가 강가의 돌들이 모두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것을 보고는 다음과 같은 한탄을 했다고 한다. "아! 돌들이 모두 좀먹고 늙었구나, 내 몸도 이제 저 돌들처럼 늙고 좀먹었으니 나의 운도 다했도다!" 그 후부터 이 강을 한탄강이라 했다는 것이다.

 

또 8.15 광복 후 남한으로 월남하던 북한의 반공인사들이 이 강에서 죽음 직전에 한탄했다고해서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고도 하며, 6.25전쟁의 최대 격전지였던 김화-평강-철원을 잇는 철의 삼각지대를 흐르는 이 강에서 많은 생명들이 한탄을 하며 쓰러졌다고 해서 한탄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한탄강은 '큰 여울'이란 뜻에서 나온 이름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이 강을 체천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체천은 철원 동쪽 20리 지점에 있고, 회양 철령에서부터 흘러내리는데, 남쪽으로 흘러 경기의 양주(楊州) 북쪽으로 들어가 대탄(大灘)이 된다. 양쪽 물가 언덕의 돌벼랑이 모두 계체(무덤 앞 평평하게 한 땅에 놓는 선돌) 같으므로 '체천'이라 하였다.' (신증동국여지승람) 

 

기록 중에 대탄(大灘)이란 지명이 있는 것으로 보아 큰 여울이란 뜻의 '한여울'이 원 지명일 것이며, 그것이 '한탄'(漢灘)이란 지명으로 되었을 것이었다. 경기도 연천군 1980년대의 향토지에도 이 강의 이름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한탄강은 본래 한여울이라 불렀다. 지금도 노인들은 그렇게 부르며, 옛 지도상에도 한여울로 표기되었다.<연천의 맥박>


작은 이야기가 틀잡힌 전설로 . . .

우리 한아비들은 전설과 같은 이야기를 좋아했다. 몇 천 년의 역사를 거의 고생과 가난으로 이어온 우리 겨례는 따뜻한 화롯가나 사랑방 같은데 모이면 곧잘 이야기를 즐겼다. 그 이야기의 대부분은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의  불행, 불운 같은 것이어서 듣는 이는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면서 한 가닥 위안을 받으며 살았을 것이었다. 이야기는 대개 후대로 전해가는 과정에서 살이 붙고 다듬어져 어느 정도의 세월이 지난 후에는 알차고, 틀잡힌 전설로 정착되었다.


좋은 전설을 뒤집는 아픔

우리나라 땅이름들 중에는 전설을 가진 것이 매우 많다. 그 전설의 대부분은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정신적 유산이므로 잘 보존해야 한다. 땅이름 유래를써 가면서 편집이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어떤 한 땅이름을 두고 역사/지리적 증거나 참고자료를 들어 가면서 그 유래를 써 나가다 보면 때로는 전설의 내용과 충돌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 전설은 완전히 꾸며낸,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는 결론처럼 돼 버릴 때, 그 전설을 간직하고 상상의 나래를 폈던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게되니 도리어 사실을 감추고 싶은 때도 있는 것이다. 어릴 때 밤하늘의 둥글고 화려한 달을 보면서 두 마리의 토끼가 계수나무 밑에서 정답게 떡방아를 찧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항상 그 꿈의 세계를 고이 간직했던 나는 학교에서 '달은 지구의 위성이고, 물도 공기도 없는 바윗덩이'라고  배우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버리지 않았는데, 미국의 두 우주인이 실제로  그 땅을 밟아 '먼지 흙 같은 것으로 뒤덮힌, 곰보 투성이의 달'이라는 사실을 밝혔을 때 여간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전설에  연유한 땅이름은 그대로 보존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 전설과 정면 대치되는 땅이름 유례를 밝힐 때의 마음이 편하겠는가? 그러나 확실히 말하지만 전설로 인해 지명이 붙는 은 극히 드물다. 다시 말하면, 땅이름 전설 중에는 어떤 한 이름을 두고, 그 글자나 뜻에 맞추어' 이러이러해서(전설) 이런 땅이름으로  되었단다'는 식으로 후세 사람들이 그럴 듯하게 꾸며낸 것이 많다는 것이다. 위의 한탄강의 이야기도 한탄(恨歎)과 관련하여 역사적 사실을 꿰어 맞춰 누구나 그 이야기를 들으면 거의 수긍할 만한 설득력을 얻게 된 것이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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