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신 산을 '밝'으로
(참조: 이 문장에서 옛글 모음자의 "아래아"를 표식하지 못하므로 그 부분을 적색으로 처리함)
'밝'은 산 이름에 '백'(白)이나 '박'(朴)으로 주로 들어가 있음을 보았다. 위에 든 산이름 외에도 백운대(白雲臺: 서울 북한산), 백양산(白楊山: 부산), 백석봉(白石峰: 충북 진천), 백모덕(白茅德: 함남 개마고원), 백마산(白馬山: 충북 음성), 백사봉(白沙峰: 함북 회령), 박골령(朴骨嶺: 낭림산맥 남부), 박달봉(朴達峰: 경기 포천이동), 박리산(朴李山: 평북 국경근처), 배산(盃山: 경남 남동부), 백봉(白峰: 경기 미금 동쪽), 백설산(白雪山: 함흥시 북쪽), 백암산(白庵山: 금강산 서쪽), 백우산(白羽山: 강원 홍천 내촌면), 백적산(白積山: 강원 평창 진부), 백하산(白霞山: 전북 무주최북단), 백화산(白華山: 소백산맥 추풍령 북쪽), 발교산(髮校山: 강원 횡성 최북단) 등도 거의 '밝'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태백산(太白山), 소백산(小白山), 장백산(長白山), 함백산(咸白山), 대박산(大朴山) 등도 있지만, 이것은 '한밝'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그렇다면 산이름에 왜 '밝'이 이토록 많이 취해졌을까? 여러가지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선 옛 사람들이 산을 인간 세계에 광명을 주는 신성지(神聖地)로 생각하여, 그 이름까지에도 상당한 조심성을 기해 붙인 것으로 보여진다. 고을마다 주산(主山)을 정한 것이라든가, 산상(山上)에 제단을 만들어 수시로 제천의식을 행한다든가 하는 것을 보면 산 자체를 고을의 수호신으로 여겨 온 우리 조상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또 고장마다 있는 산신령의 전설도 이러한 조상들의 생각을 뒷받침 한다.
따라서 고을에 빛(안녕과 평화)을 주는 터전이라 해서 '밝'에 연유하는 이름들이 많이 붙여진 것으로 보여지는데, 이것이 한자로 표기될 때, 그 음에 가깝고, 뜻에도 잘 통하는 '백'(白)이 믾이 쓰여졌을 것으로 여겨진다. 즉 '백'(白)은 '밝'을 소리대로 표기하는데. 무리도 없거니와 '밝다'와도 통하는 '희다'의 뜻을 갖는 글자여서 이 계통의 산이름들에 많이 취해진 것이었다. '희다'는것은 상징적으로 '깨끗하다, 정결하다, 숨김이 없다, 환하다(밝다)'의 뜻을 가지므로, 위에 열거한 산 이름들과 같이 '백'(白)자가 많이 쓰여졌었을 것이다. '밝다'의 뜻에 '명'(明)이 있지만,'명산'(明山)이니, '대명산'(大明山)이니 하는 산이름들을 별로 볼 수 없음은 어쩐 일인가??
우리 한아비들은 산을 신(神)으로 여겨왔다. 산이야말로 인간세상에 광명을 준다고 믿어 이름 자체에도 '밝다'는 뜻을 많이 취했다. 그래서 백두산을 비롯해 박달산, 백산, 백사봉, 백운산 등'밝'과 관련한 이름을 가진 산들이 전국에 무수히 깔려 있다. 삼국시대의 인물 중에 박혁거세, 동명, 원효, 희명, 월명 등은 모두 '밝'의 뜻을 취한 것이다. 고대의 제천행사 동맹과 중세의 토속신앙 의식 팔관회가 똑같이 '밝'에 연유함은 매우 흥미롭다
글/지명연구가 배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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