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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뫼이름들~

밝음과 박달재 - 1편

by 마루금 2006. 7. 14.

 

 

동명(東明)은 '새밝'의 뜻

삼국지의 동이전(東夷傳)에 따르면, "고구려에서는 해마다 10월이면 마을 남녀들이 밤에 모여 노래와 놀이를 즐기며,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국중행사'(國中行事)를 벌였는데, 그 이름을 '동맹'(東盟)이라 한다"고 하였다. 또 후한서(後漢書)의  동이전에도 "10월에 제천의식을 갖는데, 밤에 남녀가 모여 창악(唱樂)을 하였고, 귀신/영성/사직에 제사하기를 즐겼는데, 그 이름을 '동맹'하더라"고 하였다.

 

상고시대 부족들의 종교와 예술생활을 종합한 제정일치(祭政一致)의 한 본보기인 이 제천의식고려시대에 계승되어 팔관회(八關會)의 의식이 되었다. 동맹은 '동명'(東明) 이라고도 하는데, 모든 부족이 한 자리에 모여 나랏일을 의논하고,  그들의 시조인 주몽신(朱夢神), 즉 동명신(東神)과 그의 생모인 하백녀(河伯女)를 제사 지내는 큰 제천 행사였다. 이 의식은 풍년을 기원하고, 풍성한 수확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는 농제(農祭)의 성격을 지니기도 했다. 제사를 행하는 날에는 남녀노소가 한 곳에 모여 술을 마시고 춤을 추는 것으로 날새는 줄도 모를 정도였다니, 얼마나 큰 잔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조: 이 문장에서 옛글 모음자의 "아래아"를 표식하지 못하므로 그 부분을 적색으로 처리함)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동맹'이라는 행사 이름이다. 이 이름은 '새밝'에서 나온 말로 보고있는데, '새'는 '새'로서 '동쪽'을 뜻하며 '동'(東), '밝'은 '밝음'을 뜻하여 '맹'(盟)을 취한 것으로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제천행사의 지향인 동명성왕의 '동명'(東明)도 그 이름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동맹에서 이어져 내린 '팔관회'란 이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팔관회는 불교의 '팔관'(八關)과 일치되었지만, 그 원 뜻은  '밝간'으로,  '밝다'의 뿌리말인 '발'(밝)에서 나온 말이며,  '새밝'과 그 연원을 같이하고 있다고, 고 양주동(梁柱東) 박사가 말해왔다. 즉 팔관은 '발간'(밝안)에서 음을 따온 이름이라는 것이다.

 

"갓발기예 나귀 타 나아"(平明跨驢出:동명과려출)  <두시언해 8:32>

 

여기서 '갓발기'는 '갓밝이'로 바로 '갓(親) 밝은 때'임을 가르킨다. '새벽'이란 말도 원래는 '새로 밝음'의 뜻인 '새밝'에서 나온 말이고 보면 결국은 같은 뜻에서 출발한 말인 것이다. 삼국사 제4권 원효(元曉)조에 보면 '원효'가  '새밝'이라는,  순수한 우리말임을 알게 된다. "원효태어난 곳의 이름이 불지(佛地)이며, 절을 초개(初開)라 하고, 자칭 원효라 한 것도 모두 '불일'(佛日)을 처음으로 빛나게 하였다"라는 뜻이다. '원효'라는 뜻이 또한 우리말이니, 그 당시의 사람들이 '해가 돋는다'라는 것으로 말한 것이다. <삼국유사 제4권 '원효'조>

 

원(元)은 '시작', '처음'임을 나타내고, 효(曉)는 '밝음'을 나타내니, '원효'는 '새밝'의 뜻인 것이다. 이 '새밝'은 그가 태어난  '불지'와 무관하지 않음을 삼국유사에는 잘 나타나내고 있다. '잉피공(仍皮公)의 아들 담내내말(談奈乃末)은 압량군(押梁郡-章山郡*梁山) 남쪽 불지촌(佛地村) 북쪽의 율곡 사라수(裟羅樹) 밑에서 아기(원효)를 낳았다. 그 마을 이름이 불지인데, 혹은 발지촌(發智村:佛等乙村)이라 한다. <삼국유사 제4권 '원효'조>

 

고 양주동 박사는 '불지'나 '발지'가 '밝이'의 뜻인 '기'의 원음 '발디'의 한자 표기로 보았다. 삼국유사에는 '원효' 외에도 '해밝이'에 해당하는 '희명'(希明), '달밝이'에 해당하는 '월명'(月明) 등 '밝이'와 관련된 이름이 나온다. 또 삼국사기에도 '밝이'를 한자로 취음한 '발기'라는 이름이 있다.


"새발발 래 밤 드리 노니다가"(東京明期月良:동경명기월량) 서울의 밝은 달 아래 밤 늦도록 놀며 다니다가<처용가>

 

여기서  ''(明期月)은  바로 '밝은달'을 뜻하며, '밝이'가 옛노래에서도 볼 수 있음을 알게된다.

 


백제 땅의 '밝' 지명들

'밝이'의 뿌리말인 '밝''광명'이나 '나라땅'의 의미로 씌어 곳곳에 많은 지명을 낳았다. '부리/부루/ 비로/ 비/ 복/ 발/ 바라/ 보름 등의 음이 들어간 지명 중에는 이 '밝'에 그 뿌리를 두고 있것이 무척 많다. '고개'(赤峴:적현)에서 변한  '배오개'(梨峴:이현), '발내'(列水:열수)에서 변한 '배내:뱃내'(浿水:패수), '한'에서 나온 '한배'(長背:장배, 長非:장비) 등도 모두 같은 계열의 지명이다.

 

''은 '밝다'의 의미로 주로 쓰였지만 '붉다'(옛날에는 '밝다'와 '붉다'의 구분이 없었음)의 어원이기도 하다. '불'(火)도 원래말이 ''이며 '발가벗다'의 '발가', '불알'(睾丸:고환)의 '불', '박쥐'(옛말은 쥐)의 '박'등이 모두 여기에 뿌리를 둔 것으로 보고 있다.


'바르게'(正)도 옛말이 '리'이니 이것도 '다'(밝다)는 말의 친족어 임을 알 수 있다. ''이 지명, 인명으로 이용될  때는 어쩔 수 없이 한자의 음을 빌어야 했는데, '발'(發), '벌'(伐), '불'(弗,佛,不), '부리'(夫里), '부여'(夫餘), '부루'(夫婁), '비류'(沸流) 등 그 음에 가까운 것을 주로 이용하였다. 인명에서 많이 쓰인 '박'(朴,泊), '복'(卜), 지명에서 많이 쓰인 '백'(白,百,伯), '맥'(貊) 등도 이 계통의 것이다. '밝다'의 훈을 갖는 한자를 이용하기도 했는데, '혁'(赫), '소'(昭),'명'(明) 등이 그 예이다.  또  ''은 '불'과 음이 비슷하여 이 뜻을 갖는 '화'(火)자가 쓰이는 가하면, '벌'과도 음이 닮아  '원'(原), '평'(平,坪) 등의 한자를 빌어  지명과 인명등에 나타내기도 하였다.

 

신라시조 '박혁거세'(朴赫居世)도 이 ''에 뿌리를 둔 이름이라 하여 많은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었다. 대체로 '박'(朴)은 ''의 음차(音借), '혁'(赫)은 그의 훈차(薰借)로 보고, '거세'는'거서간'(居西干)과 같은 '한'(은 '새로', '처음, '한'은 '우두머리'의 뜻으로 '시조왕의 뜻')으로 보아, '밝은 누리의 첫 임금'으로 새기고 있다. 또 삼국유사에 그를 불거내왕(弗거內王)이라고 했는데, 이 말은 바로 '발간뉘'의 음차로, '밝은 누리'나 '혁거세'와 그 뜻을 같이 하는 것이다. 박혁거세뿐 아니라, 박제상(朴提上)의 '박', 복지겸(卜智謙), 복길(福吉,卜吉), 복규(卜奎)등의 복도''의 뜻으로 보고있다. 이들이 있었을 당시는 성(姓)이 정립되기 이전이어서, 이들 이름에서의 '박', '복'을 성으로 여겨서는 안된다.

 

옛 백제땅 나주 근처의 '복룡'(伏龍)은 '밝은 산'의 뜻인 '밝 모리'로 유추되고 있다. '복'은 '밝'의 음차, '용'은 옛말이 '미르'(미리)이므로 '모리'(산)의 뜻으로 붙여졌으리라는 짐작 때문이다. 지금의 보성땅의 옛 지명 '복홀'(伏忽)도 '밝골'로 보고있고, 공주 땅의 옛 지명 '소비포'(所比浦, 所北浦)도 '새밝골'(새붉골)로 유추되고 있다. 부여의 옛이름 '소부리'(所夫里)나 '사비'(泗批)도 '새밝'으로 보기도 한다.

 

'사비근을'(沙非斤乙)은 강원도 회양 근처의  삼국시대 지명인데, 그곳의 다른 이름인 '적목'(赤木)', '단송'(丹松) 등의 '적',  '단'(丹)으로 보아 '새밝은 골'  또는 '밝으너미'로 유추된다.서울의 '종암동'(鐘岩洞)을 '북바위'라 했지만, 타악기의 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원래는 '붉바위'인 것이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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