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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뫼이름들~

오대산(五臺山)의 지명 - 1편

by 마루금 2006. 7. 7.

 

 

태백의 뫼줄기에 올망졸망 솟아댄 저 봉우리들, 자연의 전시장인 양 높고 낮은 바위 뫼, 흙뫼들이 손잡고 줄을 서서 한반도의 동쪽 울타리를 만들었다. 풍악의 부루마루(비로봉)가 주위의 일만 이천 딸림봉들과 함께 가을을 맞으면 이 모습 저 모습 빗깔로 한껏 몸치장을 하는데, 설뫼(雪岳; 설악)가 지지 않을세라  붉고 노란 빛깔을 뿌리며, 역시 가을 내용을 풍기고, 이어서 그 빛깔, 그 내용이 오대태백의 한뫼들에 전해져 예맥의 가슬 잔치로 마무리한다.

 

남쪽은 오대산인데, 흙산이면서 천바위, 만구렁이 겹겹으로 막혀져있다. 가장 위에는 다섯 축대가 있어 경치가 훌륭하고 축대마다 암자 하나씩 있다. 그 중 한 곳에는 부처의 사리를 갈무리 하였다. 상당(上黨) 부원군 한무외(韓無畏)가 여기에서 선도(仙道)를 깨치고, 시해(尸解:선도를 깨쳐서 몸은 남겨두고 혼이 신선이 되어 가는 것) 하였는데, 연단(鍊丹:도사가 불사약을 만든는 것)할 복지(福地)를 꼽으면서 이 산이 제일이라 하였다. 예로부터 병란이 침입하지 않았으므로 나라에서는 산 아래 월정사 옆에다가 사고(史庫)를 지어 벽조실록을 갈무리하고, 관원을 두어서 지키게 하였다.<택리지에서>

 

이 산은 으뜸모루인 비로봉(毘盧峰:1563m)을 가운데 두고, 동대산(東臺山:1434m), 두로봉(頭老峰:1485m), 상왕봉(象王峰:1485m), 호령봉(虎嶺峰:1531m)이 양 옆으로 펼쳐지고, 북대산(北臺山:1420m)이 상왕봉 줄기의 남쪽으로 뻗어 빗쓴 모양의 뫼꼴을 하고 있다.  날카롭지 않은 산봉우리들이 이 뫼의 특징이고, 북서 골짜기에는 북한강의 시작인 오대천이, 남동 골짜기에는 남한강의 시작인 솔내(松川 ;송천)가 흐른다.

 

 

오대산이란 이름 

동국여지승람에 보면, 오대산은 동쪽의 만월(滿月), 서쪽의 장령(長嶺:진고개), 남쪽의 기린(麒麟), 북쪽의 상왕(象王), 중앙의 지로(智爐) 등 다섯 봉우리가 고리처럼 선 채 크기가 고르다해서 '오대'(五臺)라고 이름지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신라의 자장율사가 당나라의 오대산에서 불도를 닦고 돌아와서 이 산이 험준하면서도 수려한 당나라의 오대산과  비슷하다고 하여 그대로 이름삼았다는 전설도 있다.

 

1) 비로봉이란 이름과 민족신앙(부루)

오대산의 주봉은 비로봉인데, 이러한 이름이나 이에 비슷한 이름을 가진 뫼는 이 우리 곳곳에 있다. 즉 금강산, 용문산, 치악산, 소백산 등의 으뜸모음들 모두 이 '비로봉'이란 이름을 갖고 있는데, 학자들은 이 이름이 우리의 민족신앙인  '부루'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묘향산의 옛이름인 태백산의 주봉도 비로봉으로 불리었다 한다. 육당 최 남선의 '불함문화론'(不咸文化論)에서는 우리나라 고유신앙의 하나로서 '밝은뉘'(明世界 ;명세계)의 태양숭배인 민족종교가 있어 나중에 '부루'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다 했다. 하늘의 도리에 따라 밝은 누리를 실현하는 종교로서의 이 '부루'는 하느님께 큰 재례를 드리고, 나라와 겨례의 큰일을 결정하기도 하였다.

 

(참조: 이 문장에서 옛글 모음자의 "아래아"를 표식하지 못하므로 그 부분을 적색으로 처리함)

고구려의 '새'(東盟 ;동맹)행사도 그 예의 하나로 들 수 있다. 이 옛 신앙은 신라 중기부터 '팔관회'라는 이름으로 치러지고, 고려 때엔 불교에 힘입어 크게 성하여 국가적 제전이 되어 오악(五嶽), 면산, 대천(大川)에 큰 제사를 지낸 것으로 보아 하늘을 섬기고, 뫼를 우러르는 사상이  옛님들의 신앙의 밑받침이 되었음을 잘 알 수가 있다. '부루'(밝은뉘)는 화랑들의 정신수련을 위해 가라뫼를 순례하는 바탕이 되었고, 이에 우리나라 대표적인 명산에 '백'(白)자가 붙은 것이라든가 그 주봉 이름이 '부루'와 비슷한 음인 '비로'로 된것도 있고, 이에 연유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특히 '명산'(明山), 백산(白山)등의 '명'(明)이나 '백'(白)은 모두 지금의 '밝다'나 '붉다'의 옛말인 '밝'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이다. 백두산(白頭), 태백산(太白), 소백산(小白), 장백산(長白), 백운산(白雲:밝은), 희한봉(希寒:하얀, 환한), 희색산(喜色), 박달산(朴達:ㅂ,ㄺㄷ,ㄹ-밝은 땅), 함박산(咸朴) 등이  모두 이예 연유하는 이름들이다. '비로'라는 이름 유례가 '부루'에서 나온 것임은 짐작이 가지만, 사황봉(思皇峰: 구월산의 주봉) 연천봉(連天峰:계룡산), 천왕봉(天王峰:두루산=지리산) 등이 '천'(天), '황'(皇), '왕'(王) 등의
이름을 갖고 있는 것도 '백'(白)이라는 뜻의 '비로'와 같은 뜻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하늘의 '부루'는 '모로'(뫼)를 통해서 인간새계로 오며, 산악은 바로 하늘세계와 인간세게와이음매로, 이에 뫼와 봉우리는 '밝은뉘', '밝은'(붉은), '불그'(), '부루'와 같은 신성한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나온 이름  '부루'는, 뒤에 승려가 불교경전 속에 있는 비슷한 발음의 음을 취해 '비로'로 했다는 주장이다. 말하지면 옛날 신정시대(神政時代)에 있어서, 민속신앙에 의해 태어난 이름이 '부루'나 '밝'인데, 이것이 한자로 '비로'(毘盧)나 '백'(白), '박'(朴)과 같은 음으로 되어 산이나 봉우리 이름에 많이깔려 있다는 것이다. '부루'는 '신명'(神明)의 옛말이란 풀이로 나오는데, 가정에서 깨끗한 곳에  따로 그릇을 두고, 거기에 새 곡식을 담아두었다가 고사 지내고, 새 곡식으로 갈아 넣는 '부루단지'라는 것도 '부루'에서 온 민간에 전해지는 민속적 신앙의 고풍이라고 한다. 북한산의 원 이름이 '부루칸모로'라는 것도 역시 '산 신령의 산' 이라는 순수한 우리 옛말인 것이다.

 

2) '두루봉'과 '두루'

오대산의 다섯 봉우리 중의 하나는 '두로봉'(頭老峰)인데, 이 이름은 '두루'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여진다. '두루'와 비슷한 이름의 뫼 이름도 많은데, 이 이름은 '두레'에서 기원하는 말로 '산'이라는 뜻이며, '두류' '두리' '지리' 등의 음으로 바뀌었다. '두류봉'(頭流:화천), 두리봉(頭里:해남 북평면.삼척 노곡면), 두륜산(頭崙:해남 북평면), 두롱산(영월과 정선 사이), 지리산(옛이름은 두루산) 등이 모두 그러하고, 북한땅의 두류봉(평북), 두룡산(평북), 두류산(함남), 두위봉(함남) 등도 역시 '두루'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러한 이름의 산 들은 대게 봉우리가 둥글거나 납작한 것이 많아 곳에 따라서는 '둥글산'이나'두롱산' 같은 음으로 불리기도 한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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