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여행/추억따라~

불암산 가던길의 추억~

by 마루금 2008. 6. 26.

실컷 올라본 불암산 ... 

시원스런 바위마다, 능선마다, 발자국 손자국 때 묻어서 정겨운 산.

갖가지 추억으로 얼룩져서 아스라한 기억이 곳곳에 베인, 내겐 언제나 깊은 감흥을 주는 산이다.

 

 

서울역 남대문 앞에서

45번 버스를 타면 불암산 입구까지 1시간 걸렸다.

전철을 이용, 청량리에서 갈아타면 시간이 더 절약되는데도 일부러 서울역에서 출발했다. 

 

평일엔 늘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고,

정신없이 한 주를 보내다가 모처럼 만나는 주일이 되면,

서울 중심지를 관통하는 버스를 타고, 촌놈마냥 시내를 한 바퀴 돌아 구경하는 것을 즐겼다.


중랑교를 지날 즈음에는

불암산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는데,

멀찌기 바라보는 피라밋 모양의 허연 바위 봉우리다. 

거기 닿기도 전에 벌써 가슴 한 구석에는 작은 설레임으로 요동을 쳤다.

 

버스는 태능거리를 신나게 달렸다.

육군사관학교 화랑대를 지나고, 낭만의 철길 경춘선을 넘고,

삼육대 앞을 시원스럽게 달려서 지나가면, 비로소 버스의 종착지인 불암동에 닿는 것이다.

 

종점에는 버스토큰과 간단한 잡화를 파는 가게가 있었고,

그 맞은 편, 길 건너에는 군부대 정문인 위병초소가 자리잡고 있었다.

가끔 군지휘관이 이곳을 지날 때면 정문을 지키던 초병의 우렁찬 함성이 하늘을 찔렀다.

 

 

종점에서 별내로 향하는 아스팔트를 따라 조금 가면 수량이 제법인 냇가를 만났다.

냇가와 나란히 난 비포장도로, 먹골배를 재배하는 과수원 철망길이기도 한데, 바로 불암산 가는 길이다..  

비포장을 따라가면 삼거리에 구멍가게 하나, 왼쪽은 천보암으로 가는 길, 오른쪽은 불암사 가는 길, 대체로 불암사 길을 즐겼다.

 

불암사 가는 길 냇가엔 그립도록 아련하게 남은 추억이 있다.

반짝이는 은빛모래 곱게 깔려서 그 가운데로 맑은 물이 흘렀고, 모래를 밟는 것이 좋아서 비포장길 대신 언제나 모래길을 따라 걸었다.

지금은 잡초만 무성할뿐... 냇가 근처에 관사가 생기면서 모래밭이 사라졌고, 냇가의 낭만도 모래따라 떠나버려 아쉬움만 가득하다,

 

이 낭만의 냇가를 거슬러 오르면, 산에 닿기 전에 불암산수영장이 있었고, 근처의 숲속에는 시원한 방가로가 여러 채 있었다.

한 여름날 더울 때면 이 수영장은 피서인파로 북적였고, 산에서도 시원스런 비키니를 구경할 수 있는 행운이 주어졌다.

언젠가 불암산수영장도 사라져서 그 옛날의 낭만과 정겨움이 멀리 떠났고, 이젠 희미한 그리움만 있을뿐이다.      

 

 

 

728x90
728x90

'산행*여행 > 추억따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암산의 추억 ~  (0) 2008.07.03
수락산보다 불암산을 더 좋아했던 이유 ~  (0) 2008.07.02
도봉산 회룡골(87.5.10) ~  (0) 2008.05.23
도봉산 오봉(87.5.10) ~  (0) 2008.05.21
주봉의 추억(87,3,22) ~  (0) 2008.05.1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