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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여행/추억따라~

불암산의 추억 ~

by 마루금 2008. 7. 3.

1987년 2월15일

맑고 쾌청했던 날, 

최저 영하 8도/ 최고 0도 

산행코스 : 불암동 ~수영장~ 무명봉~ 대슬랩~ 사선침니~ 정상~ 석천암~ 불암사~ 불암동

담력훈련겸 단체산행으로 15명 참가

 

지금은 없어졌지만, 당시 불암사 입구에 매표소가 있었다. 일주문 앞 구멍가게에서 도로쪽 벽면에 봉창을 뚫어놓고, 여기서 요금(300원)을 징수했다. 처음 몇 번은 착실히 요금을 내고 이곳을 지났지만, 다른쪽 입구에서 입장료가 없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이후 불암사 입구를 피하고, 입장료가 없는 무명봉쪽 코스를 선호해서 올라다녔다.

 

입장료를 내는 불암사 코스는 석천암까지 지루한 계단으로 이어져 단조로웠지만, 입장료 없는 무명봉 코스는 바위지대가 섞여있어 아기자기한데다가 스릴까지 적당히 가미된 곳이었다. 돈을 쓰고도 재미 없는 불암사코스, 돈을 쓰지 않고도 재미보는 무명봉코스, 둘 중 어느 코스를 선택 할 것인지는 뻔한 것 아닐까 ~

 

 

 

 

불암수영장 바로 뒤, 다리를 건너면 공터와 약수터가 나오는데, 여기서 불암사로 오르는 도로를 버리고, 오른쪽 뱀사탕집 산길로 들어갔다. 능선을 올라 무명봉 넓직한 바위에 올라서면 탁 트인 조망에서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옴을 느낀다. 정면 대슬랩에선 거미인간이 꼼짝거리고, 도심쪽으론 얽힌 시가지가 복잡하다.

 

 

 

 

귤 몇개 까먹고, 무명봉을 떠나서 미끈한 슬랩에 도착하면, 여기서부터 나는 무명봉에서 올려다보던 거미인간으로 변신하고야 만다. 아장아장 기어서 긴 슬랩을 끝맺음 할즈음, 허파가 모자라서 숨은 턱까지 차고, 숨쉬는 소리까지 바빠지고, 쨍쨍 내리쬐는 햇볕 피해서 잠시 그늘에 머물면, 발 아래 불암사는 장난감처럼 보인다.

 

 

 

 

약수터와 가게가 있는 공터에서 꿀맛 점심을 끝내고서 또 다시 잠시 잊었던 바윗길로 ~ 오늘의 하일라이트 사선침니를 만나 한바탕 진하게 씨름하고, 우여곡절 짧은 순간에 긴 추억이 남는다.

 

마침내 정상에 올라서면 불수도북이 장쾌하고, 잠시의 감상에서 빠져나오면 다시 내려서야 하는 바윗길, 오르는 길 만큼이나 만만치않게 어려워서 간을 콩알만하게 만든다. 석천암 약수, 불암사 약수로 줄어들었던 간을 달래고나면, 바위를 지났던 순간순간이 마냥 즐겁다. 남은 건 짧은 순간 긴 추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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