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3월22일,
동생과 둘이서 도봉산 주봉으로 갔다. K크랙이나 3단벽에만 클라이머들이 몰려 있었다. 몇 명 붙고나면 자리가 없는 주봉, 우리는 비어 있던 빌라길을 오르기로 결정했다. 70년대에나 사용했을 우드팩 하나가 첫 피치 아래 부분에 허술하게 꼿혀 있었다.
크랙과 침니로 구성된 빌라길, 밑에서 보기엔 그리 어렵지 않게 보인다. 그러나 막상 바위에 붙으면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딴 판.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몸이 꽉 끼는 반침니, 나팔형 벙어리에 어퍼지션이나 잼밍으로 젓먹던 힘까지 모두 소모되고, 더군다나 발이 바위 틈 안에 끼어 상체가 바깥쪽으로 기울면 오버행 아닌 오버행이 되어버린다. 젊음 하나 믿고 어거지로 올랐던 빌라길, 가끔 주봉을 지나게 되면 그 때의 기억이 머리에서 맴돌고, 어느새 입가엔 쓴 미소만 남는다.
주봉에서..... 2007.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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