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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여행/추억따라~

설악의 추억(공룡능선/가야동)

by 마루금 2008. 3. 5.

1986년 7월31일~ 8월3일

교통편: 서울상봉터미날~속초: 직행버스 / 속초~설악동: 시내버스

산행코스 : 7월31일(설악동~비선대~마등령), 8월1일(마등령~공룡능선~희운각~양폭), 8월2일(양폭~희운각~가야동~수렴동~백담사~용대리~고성군 거진), 8월3일(화진포해수욕장~서울)

인원 : 3명 (마루금, 이원봉, 안재홍)

 

 

설악동에서 

 

 

7월31일

상봉터미날에서 출발한 직행버스는 진부령을 넘고, 간성을 거쳐 속초터미날에 닿았다. 다시 시내버스를 갈아타고, 설악동에 도착하니 오후 4시를 넘기고 있었다. 마등령에서 1박을 하기로 결정, 설악동 매표소로 진입했다.

 

비선대에 도착, 공원관리초소에서 입산신고를 마치고, 마등령으로 길을 잡았다. 금강굴 입구를 지나서 유선대 능선으로 올라붙자 외설악의 속살이 드러나보이기 시작했다. 마등령으로 가는 길은 전망대마다 경치 감상으로 쉼터가 되었고, 감탄사를 연발 쏟아내며 긴 능선을 이어나갔다.

 

소뿔 모양의 세존봉을 스치고, 금강문을 넘어가자 해는 서산으로 떨어졌다. 목표지점인 마등령에 이르렀을 때는 이미 밤이었고, 도착하자마자 곧 텐트설치로 부산했다. 곰골로 식수를 구하러 다녀오는 시간이 30분도 넘게 걸려서 식사시간도 배고프도록 지연되었다.

 

잠들기 전의 마등령 밤하늘은 맑았다, 별이 뜨고, 은하수가 흐르고, 그러나 믿을 수 없는 게 설악의 밤이었다. 꿈속을 한참 헤멜즈음 우렁찬 소리와 섬광과 함께 밤새 비를 퍼부어 거의 뜬눈으로 지샜다. 아침이 되자 그런 일이 언제 있었느냐는 듯이 하늘은 맑게 개어있었다.

 

 

* 공룡능선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으나 카메라에 습기가 차서 기록이 많이 날아갔다.

  

 

 

8월1일

마등령에서 바라본 공룡능선은 가기 싫을 정도로 험상굿게 보였다. 칼날처럼 뾰쪽한 봉우리들이 하늘로 솟아 올라 저런 곳에도 길이 있나 싶을 정도로 . . .  그러나 막상 산행길로 들자 편안한 길의 연속이었고, 미리 우려를 했던 것에 약간 우습기도 했다.

 

외설악과 내설악의 갈림길인 공룡능선의 조망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으리만큼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외설악의 집선봉, 화채릉, 천화대, 칠형제봉, 천불동, 내설악의 용아장성, 가야동, 그리고 멀리 대청까지 어느 곳 하나 놓칠 것 없었다. 바위 뒤로 돌아가면 가끔 숨어있던 에델봐이스가 얼굴을 내밀고, 환히 웃어주기도 했다. 

 

 

공룡능선에서....

  

 

공룡에서 나한봉을 지날즈음 속초바다 동해에 먹구름이 잔뜩 끼이더니 마침내 설악을 덥쳐 비를 내리게 했다. 가벼운 비라 다행이었지만 어쨌던 우중산행은 불편했다. 그런 속에서 해가 잠시 나타나 어떤 봉우리는 해가 뜨고, 어떤 봉우리는 비가 내리기도 했다. 범봉 근처에서는 안개가 끼어 1시간가량을 길을 잃고 헤메기도 했다. 

 

변덕스럽던 날씨의 공룡능선을 빠져나와 무너미고개에 도착했다. 모두들 지쳐있어서 희운각으로 오르는 대신 양폭으로 내려가 1박을 하기로 결정했다. 일찍 도착한 양폭의 야영은 한결 여유로웠다. 

 

 

가야동에서

 

 

8월2일

하룻밤 야영에서 피로가 쏵 가셨다. 마등령에서 지냈던 밤과는 달리 양폭의 밤은 매우 평온하고 조용했다. 가야동계곡을 통과해서 용대리까지 설악산 산행을 마치고, 고성군 화진포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짐 정리를 마친 후 무너미고개를 넘어 가야동계곡으로 내려갔다. 상류에서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으나 이끼낀 바위가 사정을 봐주지않았다. 이후부터는 아예 미끄러지는 것을 즐기면서 물놀이 산행의 계곡미를 한껏 탐했다.

 

내려 갈수록 넓은 소와 폭포가 나타나고, 그 때마다 물에 풍덩 빠져들어 수영을 즐기는 시원한 하산길이 되었다. 능선의 산행과는 달리 더우면 언제나 열기를 식힐 수 있는 계곡은 역시 최고의 피서산행이었다.

 

 

가야동에서

 

 

가야동 계곡을 빠져나와 수렵동대피소에 도착, 뒤편으로 용아장성을 오르는 급경사 진입로가 눈에 띄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으면 용아장성을 올라보고 갈 것인데 기회가 되지 않았다. 이곳에서 79년에 내연산을 같이 산행했던 친구 Mr. 옥을 우연히 만났다. 진행이 서로 어긋난 터라 동행 할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용대리로 가던 도중 백담사를 들렀다. 내설악의 길목에 위치해서 이곳을 지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씩은 들러보는 사찰이다.백 담사에서 용대리로 가는 길은 걷기 싫을정도로 지겨운 비포장길이었다. 먼 길을 걸어서 용대리에 도착. 이것으로 설악산 산행을 모두 마쳤다.

 

 

수렴동에서....

 

백담사에서

 

화진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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