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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여행/추억따라~

달마산과 미황사의 기억 ~

by 마루금 2008. 3. 4.

1989년 3월11일

산행코스 : 미황사 ~ 사자봉 ~ 달마산 ~ 딱골재 ~ 송촌저수지 ~ 노송

동생과 둘이서


전날 하룻밤 묵었던 땅끝 갈두마을을 빠져나왔다.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송지면 사거리에 작은 구멍가게가 있었는데 가게 주인인 할머니에게 미황사 가는 버스가 언제 오냐고 여쭈었더니 금새 올거라고 . . . 그런데 할머니가 말하는 '금새'라는 단어는 2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모퉁이에서 추위에 벌벌 떨었더니 머리에 뿔이 돋았다.

 

금새 온다던 버스를 타고, '금새'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미황사에 도착, 대웅보전 뒤로는 쫙~ 펼쳐보이는 배경으로 달마산이 병풍처럼 쫙~ 늘어 서 있었다. 미황사는 두륜산 대흥사의 형님뻘 된다는 절인데 그 규모가 형님답지 않게 왜소하기만 했다. 단청칠이 없는 미황사의 대웅보전은 고찰임을 쉽게 증명해주었고, 아담한 분위기에 포근함을 더했다.

 

사찰의 규모가 적어 주변을 둘러보고뭐고 할 것도 없이 바로 산행길로 들었다. 사찰 뒤로는 하늘을 가린 동백나무 숲이 있었고, 몇 송이 핀 동백꽃은 하늘에 매달려 있었다. 여태까지 보았던 동백나무는 사람 키정도 될까 한 높이로 꽃이 눈높이였는데 이곳 동백나무들은 모두가 장신이었다. 산 중턱쯤 오르니 키큰 동백나무는 산아래로 다 가라앉고, 키작은 나무만 설쳐대어 정상부 능선이 바로 코 앞으로 다가온 듯 보였다.

 

 

 

 

그래서 코스를 남쪽 도솔봉을 잡지않고, 직상으로 붙는 것으로 결정하고서 키작은 나무를 뚫고 올라갔다. 그런데 그게 실수였을 줄이야 ~  키작은 나무들이 힘이 엄청 세어서 뚫고 나가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고, 가지가 질겨서 활처럼 휠뿐 부러지지도 않았다. 이곳에 자생하는 나무들은 해풍을 견디기에 알맞도록 진화되었고, 가지가 가시처럼 단단하게 생겼다. 키가 작다고 우습게 보고 빨리 올라 가려고 한 게 오히려 힘만 들었을뿐 별 소득이 없었다. 산세가 아기자기하기는 했지만 규모가 작은 산이라 산행이 금새 끝나버렸다.

 

하산길은 송촌저수지로 잡았다. 임도를 따라 저수지 옆을 지나던 중 철조망 너머로 큰 물통이 보였다. 호스를 연결해서 산물을 저장해 둔 것이다. 하도 목이 말라서 철조망을 넘어가 물통의 호스를 입에다 대고 마셨다. 그 순간 약 100여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진도개 3마리가 죽어라 짓어대며, 쏜살같이 달려오는 것이었다. 꼼짝도 못하고 포위되어 쪼려 있는데 멀리 있던 여주인이 진도개를 불렀다. 그러나 이놈들은 여주인의 말에는 요지부동으로 들은 척도 안했다. 그러던 중 경운기 소리가 들리면서 남자주인이 나타났고, 그 주인의 한 마디에 진도개의 포위망이 풀렸다.  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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