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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여행/추억따라~

인수봉 처음 올랐던 날...

by 마루금 2008. 2. 27.

인수봉 처음 올랐던 날

1982년 3월10일

동생과 둘이서


생전 처음 인수봉 정상을 오른 날이다.   

백운대에서 건너다보기만 했던 곳. 언제나 열망으로만 채웠던 곳.  

드디어 여기 이곳에 섰다. 내게 등반의 역사가 끝나는 날까지 오늘의 기억은 결코 지워지지 않으리라 ~

 

 

1982년 백운대에서 촬영

 

 

근처를 지나면서 늘 바라보기만 했던 인수봉 ~

그 곳을 오르기 위해 지난 한해 얼마나 많은 훈련과 연습으로 땀을 흘렸던가 ~

불암산에서, 보현봉에서, 수리봉에서, 오봉에서, 꼭 인수를 올라보겠다는 일념으로 ~

 

82년 2월 중순경 따뜻한 날에 불암산을 찿아 바위감각을 익히는 워밍업을 가졌다.

그리고나서 그동안 품어왔던 열망을 이룰 날을 3월1일로 결정했다.

온통 설레는 맘으로 그날이 다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

 

 

1983년 4월10일,  인수A를 마치고 하강하는 중 . . .

 

 

 

82년 3월 1일 겨울의 끝자락으로 봄과 겨울을 서로 오가는 기온이 시샘을 부렸다. 그토록 열망하던 인수봉에 도착, 서면 하강지점의 "비둘기코스"를 인수의 첫 등반길로 잡았다. 인수에서 가장 쉽다는 코스라는데, 그러나 첫 대면을 하는 것이라 역시 망설임이 컸다.

 

어쩔 수 없이 선등을 내가 서야만 했다. 등반 실력은 동생이 훨씬 나았지만, 지난해 인수C를 단독으로 오르다가 추락으로 다리가 골절되는 사고가 있었다. 그 후유증이 여전히 남은데다가 무릎이 잘 구부러지지 않아서 행동이 부자연스러웠다.

 

심호흡을 가다듬고 출발, 첫 번째 턱을 넘고, 짧은 스랩을 오르고, 두 번째 턱을 어렵사리 넘고, 스랩을 또 한번 조심스레 오르니 하강피톤에 도달, 여기서 한 피치 끊어 동생이 오르고, 다시 선등 진행, 횡으로 연결된 날개크랙을 피아노 치듯 쭉~ 이어 나갔다. 크랙 틈새엔 아직 잔설이 남아있어 조심할 터, 각도 꺽인 곳에서 다시 직상으로 크랙따라 올라 오버행 아래에서 두 번째 피치를 끊었다, 여기까지 무사히 . . .  

 

그러나 문제는 세 번째 피치에서 제기됐다. 바로 앞팀에서 등반이 지연되었고,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세찬 바람까지 불어 날씨가 추워지고 있었다. 게다가 가벼운 눈발까지 가세해서 전진을 더욱 망설이게 했다, 경험이 없는 터라 더 이상 무리없이 여기서 후퇴하기로 결심, 하강으로 마무리했다. 그렇게 해서 인수봉 1차 등반은 무위로 끝났다. 

 

1982년 3월10일 두 번째로 인수를 찿아 들었다. 전보다도 날씨가 따뜻했고, 온화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왠지 그렇게 갈망하던 인수에 꼭 오를 것같다는 감마저 들었다. 어쨌든 중간까지라도 한 번은 올라 간 경험이 있으니 이번 등반은 훨씬 유리 할 것으로 여겨졌다.

 

등반이 시작되었다. 지난번 도달했던 곳까지 무리없이 쉽게 진행되었고, 오버행 밑에서 오른쪽 인공등반으로 횡단하는 구간도 통과, 마지막 네 번째 피치인 크랙도 너트 두 개를 설치해서 올랐다. 크랙이 끝난 하강피톤에서 후등자 확보, 이어서 동생이 올랐고, 이것으로 인수봉 첫 등반은 모두 끝이 나는 것이었다.

 

 

너트와 그립 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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