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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산행상식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

by 마루금 2007. 11. 22.

 

 

 

산에서 짐승 길에 빠져들었을 경우 . . .

산에는 등산로, 약초꾼이 다니는 길, 산짐승길 등이 있다. 짐승길은 산에 사는 동물이 골짜기의 물을 찾아 일정한 곳을 오간 결과로 이루어진 발자국이다. 길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선명한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짐승길로 잘못 들어서서 헤매게 될 위험은 적어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계곡산행 때의 우회로나 등산로가 없는 산에 들어갔을 때, 또는 길을 헤매다가 큰 덤불 속에 들어 가버렸을 때, 이런 짐승길을 만나게 되기도 하고, 그 길을 따라 가다가 예정 밖의 방향으로 벗어나게 되는 위험성은 극히 드물겠지만 그래도 존재한다.

 

짐승길이란 것은 어느 지점까지는 비교적 분명하게 나 있지만 덤불 앞에서 길이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짐승이 자기 뒤를 밟히지 않기 위한 당연한 생활의 지혜이며 방어본능이 낳은 재주다. 그러므로 발자국을 찾아서 헤매다가 이 짐승길을 만나면, 이것을 사람이 다닌 길로 잘못 알고 더 깊숙이 빠져들 위험성이 생긴다.

 

짐승길에는 사람이 남긴 발자국과는 분명히 다른 특징이 있어 그것만 잘 알고 있으면 그렇게 간단히 헤매게 될 일은 없다. 짐승길은  등산로든 농로든 사람이 만든 발자국에 비해 상당히 선명하긴 해도 그 발자국이 얕고, 양쪽의 임상식물이 낮은 위치에서 발자국을 덮고 있다.

 

한편 사람이 다니던 길은 잘 살펴보면 반드시 양쪽의 나무 중에는 사람의 손 위치 정도의 높이 부분이 반질반질해진 것이 섞여 있다. 짐승길에는 그런 것이 없다. 이런 특징은 발자국 자체에도 있다. 사람일 경우에는 나무뿌리 위를 등산화로 밟고 지나가곤 하는 바람에 그 드러난 뿌리가 닳은 흔적이 있다. 하지만 짐승 길에는 그런 것이 없다. 또 짐승은 길너비가 좁고 일정한 너비로 나 있는데 비해 사람의 발자국은 아무래도 발을 밖으로 내딛는 일이 많아  흩뜨려져 있는 점도 하나의 대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짐승길과 사람이 다닌 길과의 이런 차이를 알고 있으면 그렇게 간단히 짐승길에서 헤매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만일에 길을 잘못 들었다 하더라도 짐승길은 제 몸의 안전을 위해 뒤를 밟히지 않으려고 하는 동물 본능이 있어 길이 그다지 길게 나 있는 일이 없다. 대개 계곡을 건넌 지점에서 갑자기 발자국이 사라져버린 그런 경우에는 일단 짐승길이 아닐까 생각해 보는 게 좋다.                                                                                                                                                               

 

 

길이 눈에 덮였을 경우 . . . 

여름 산에서는 분명한 등산로가 있고, 요소요소에 안내표지나 기타 표지들이 있는 코스라도 겨울이 되면 그 모든 것이 눈에 덮여 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여름 산처럼 안내표지나 안내서의 기록만을 믿고 산을 오른다는 것은 어렵게 된다.  물론 겨울산일지라도 매우 강한 바람에 의해 눈이 날려가 버린 능선 같은 데서는 안내표지나 캐언(길 표시로 쌓은 돌무더기)등이 드러나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인기 높은 산의 주등산로에는 휴일이면  앞서 오른 등산자의 발자국이 끊일 새 없이 남아있다. 이 때는 그 발자국만 따라가도 목표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일은 겨울산에서는 비정상적으로 보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겨울산을 체험할 때 거의 공휴일 집중되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2~3년씩이나 겨울등산의 경험을 쌓았더라도 언제나 남의 발자국만 따라다닌 초심자에 지나지 않은 상태다. 이런 형태의 겨울산 등산밖에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함박눈이나 눈보라로 발자국이 묻혀버린 눈발을 만나면 으례 길을 잃고 헤매게 마련이다.

 

눈산일 경우라도 능선이나 좁은 골짜기 안에서는 대체로 길을 헤매는 일이 적다. 이는 지형적으로 바른 코스를 벗어나면 부자연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탄한 사면이나 산림 속의 등로, 또는 능선이라도 내리막일 경우는 등성이의 분기점에서 다른 등성이 잘못 내려가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 풍설 또는 가스(안개)가 발생, 전망이 흐릴 때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며, 평지에서는 링반데룽(조난 용어로써 폭설, 폭우, 안개등으로 방향감각을 잃고 헤매다 보면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현상)에 빠져 능선을 타고 하산하다 보면 엉뚱한 골짜기로 내려가기 십상이다. 또 애초부터 전망이 좋지 않은 산림 속에서는 바른 코스를 잡을 수 없어 본래보다 몇 배나 힘드는 럿셀을 해야만 하거나 크게 우회하는 코스를 잡게 되는 일도 있다.

 

겨울산에서는 원래 길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인기 있는 유명 산일 경우라도 선행자의 트레일(등산로) 등은 심 풍설을 만나면 불과 10~20분 사이에 깨끗이 지워지는 일이 많다.  따라서 눈산을 향해 떠날 경우에는  애초부터 길은 없다고 생각하고, 자기 스스로 코스를 정해 오르는 것이라는 전제하에  마음가짐을 갖추어야 한다.  이런 전제 위에 서면 자신들의 퇴로는 언제나 자신들이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될 겨울등산의 필수인 장비들을 가지고 다니게 된다.  빨간 테이프나 천, 리본 등을 가져가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산림의 등로에서는 나무 가지에 매달고, 산림 한계를 넘어선 능선에서는  따로 준비한 시누댁(竹) 끝에 매달아 눈 속에 꼿아 놓는다. 그렇게 해서 적어도 자신들이 거쳐온 코스를  알 수 있게 해 두는 것이다.

 

특히 갈림등성이에서 주능선으로 나온 곳에는 반드시 이 빨간 표지를 남겨 두도록 하지 않으면 눈바람이 있는 날 퇴각할 경우에 하산지점을 알 수 없어 엉뚱한 쪽으로 내려가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또 이 표지에는 다른 팀의 것과 혼돈되지 않도록 자신의 그룹의 이름이나 표시 등을 기입해 두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그렇게 해 두지 않으면 다른 팀의 표지에 이끌려 역시 엉뚱한 방향으로 가버리게 다. 기본적으로 '길'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겨울산에서는 이렇게 해서 자신들의 퇴로를 항상 확보하면서 전진하는 일이 중요하다.

 

눈바람이나  화이트아웃(가스와 눈보라로 천지를 분별할 수 없을 정도로 시계가 나쁜 상태)으로  링반데룽의 위험성은 오히려 넓직한 산기슭에서 더 높기 때문에,  적어도 호주머니에 빨간 리본이나 비닐테이프 정도는 넣어 두는 것이 만일을 위해  마음이 든든하다. 또 이런 표지를 남기는 방법으로서 주의해야 할 것은, 날씨가 좋을 때는 자칫 표지 간격을 멀리 잡기 쉽지만,  심한 눈보라 속에서는 10m앞의 빨간 표지도 발견하지 못해 헤매는 일이 드물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런 때를 위해  중요한 포인트에는  빨간 표지를  시누대를 총총하게 세워 두는 배려가 필요하다

 

 

길을 잃었을 땐 움직이지 말라 . . .

예로부터 조난당했을 때의 주의사항으로 전해져 온 것 가운데에  '길을 잃었을 땐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서 구원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계곡으로 내려가서는 안된다'는 말과 함께 서바이벌(생존)을 위한 전통적인 등산상식이다. 이처럼 오랫동안 상식화 되어 구전으로 전해져 온 말 가운데는 귀담아 들어야 할 많은 지혜가 스며 있다.

 

하지만 어떤 명언이라도 그것이 하나의 상식으로서 오랜 생활을 거쳐오는 동안 그 명언이 생겨난 당시의 기반에 대한 인식이 자연 흐려지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라도 무원칙적으로 그것을 적용하는 매너리즘에 빠지는 일이 적지 않다. 길을 잃었으면 움직이지 말라는  말도 역시 그런 매너리즘에 수반된 것으로,  그것만을 고수하다가는 어떤 폐해를 입을 수도 있다. 그런 좋은 전통을 묵수(墨守)만 할 것이 아니라, 때와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전통도 아예 깨지 않으면 안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 '움직이지 않는 편이 나은 경우'와  '도리어 움직이는 편이 나은 경우'의 각각 대표적인 유형을 소개하기로 한다.

 

움직이지 않는 편이 나은 경우

움직여선 안될 상황이란 움직이는 것이 위험하기 때문인데, 여기에는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날씨가 험한 경우 등 자연조건이 지극히 나쁜 경우이고,  둘째는 본인이 부상당했을 때 등, 움직이면 사람에게 위험한 요소가 있을 경우이다.

 

이를테면 겨울산에서 심한 눈보라를 만나 후퇴하려 해도 하산 루트도 알 수 없고, 온갖 방법으로 찿아봤으나 아무래도 모르겠다.... 이런 경우에는 함부로 왔다 갔다 해서는 도리어 체력을 소모하거나 눈 속에 빠질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이런 때는 행동을 잠시 중지하고, 눈구덩이를 파거나 하면서 날씨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옳다 하겠다.

 

다음에는 길을 잃고 차츰 험한 곳으로 들어가 마침내 움직이면 추락할 위험이 있을 경우, 이 때도 움직여서는 안된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면 이미 때가 너무 늦다 아뭏든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런 상황이 이르기 전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면, 기본적으로 그런 상태가 되기까지 위험한 곳에 들어가 버린 것이 애초부터 잘못이다.

 

'코스를 잃어버렸다'는 핸디캡을 짊어졌을 때의 행동은 한계 일보 직전에서 보류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수로 낙상이나 낙석을 맞고, 또는 눈사태에 휘말려 부상을 당했을 경우에도 분명히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은 경우가 있을 것이다. 골절이나 삠으로 걷는 일 자체가 곤란한 경우 말고도,  상처가 깊고 많은 출혈이 있는 경우, 빈혈을 일으켜 잘못 움직이다가는  다시 떨어질 염려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 사고에서는 이런 다량 출혈은 그것만으로도 사망에 이르는 일이 있어 무섭다.

 

움직이는 편이 나은 경우

움직여서는 안 될 경우로서 악천후의 날씨 회복을 기다리는 것은 당연한 일시적 대피이므로 언제나 행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가 날씨가 회복, 기회만 있으면 즉시 탈출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안된다. 관념적으로 움직이지 말라는 말을 맹종하다 보면, 기껏 찾아온 탈출 기회를 놓쳐 진짜 핀치에 몰리게 된다. 낙상 같은 부상일 경우에도 정도에 따라서는 빨리 하산, 치료를 받는 것이 좋은 때도 있다. 그 자리에 머무르기가 위험한 경우, 이를테면 그곳이 눈사태나 낙석의 통로이거나 강바닥에서의 강우로 인한 물 위험이 큰 경우에는 안전지대까지 기어서라도 이동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날씨도 나쁘지 않고 부상도 없다. 다만 길을 잃었다'는 현실에 따라 구조를 기다리는 것은 너무나 노력이 모자란다고 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남의 힘에 의지하려는 그런 안이한 생각으로 산에 오르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산이란 좋거나 나쁘거나 간에 개인의 즐거움이다.  결코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결심이 있으면, 국내의 산이라면, 날씨나 몸이 나쁘지 않다면, 대게는 일정한 방향으로 하루만 걸으면 반드시 길이나 인적을 만날 수 있고, 겨울산이 아닌 한 탈출 자체가 어려운 산은 그다지 많지 않다.                     

 

 

계곡으로 내려가도 될까. . .

 '길을 잃었더라도 절대로 계곡으로 내려가서는 안된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상식이지만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계곡으로 내려가지 말라'는 말이 설득력을 갖는 데는  나름대로의 배경 또는 조건이 있다. 계곡으로 내려가면 폭포나 고로지(gorge: 계곡의 양쪽 안이 목처럼 좁아져 복도 꼴로 되어 있는 협곡)라는 위험한 곳이 많아 추락같은 사고를 일으키는 일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말이 뜻하는 바다. 

 

계곡에는 그런 위험한 곳 많고, 거기에 도달하기 전에도 절벽이 나오는 일이 적지 않다. 길을 잃었을 경우 계곡으로 내려가는 것은 위험이 많다. 산등성이는 얼핏보기에는 내려가는 것 같아도 다시 올라가는 일이 있는데 비해 물 흐름은 절대 다시 올라가는 일이 없다. 그 때문에 길을 잃으면 빨리 평지에 내려가고 싶은 마음에 계곡을 따라 가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추락같은 사고에 이르는 일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런 의식이 너무 강해 필요한 행동을 둔화시켜 버리고, 그 때문에 조기 탈출을 하지 못하고, 험한 날씨에 사로잡히는 바람에 더더욱 곤란에 처하는 일도 있다. 이를테면 분명히 오른쪽 산등성이를 내려가면 아래쪽에 있는 강을 낀 숲길을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산등성이 중간 계곡 속으로 내려가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으로 우물쭈물하다 소중한 시간과 기회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그것이다.   

 

잘 찿아보면 반드시 안전한 길이 있기 마련이다. 다만 그 계곡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알고 행동하라.

산등성이를 내려가봐서 끝이 계곡으로 이어져 있고, 그 곳이 절벽일 경우에는 조금 올라와 안전하게 계곡을 내려갈 수 있는 루트를 찿을 것. 만일을 위해 그 하산 지점에는 뭔가 표시를 남겨둘 것. 이를테면 나뭇가지 몇 개를 꺽어 두는 정도라도 좋다.

 

계곡을 내려가봐서 본류까지 잘 내려가게 되면 좋고, 만약에 폭포나 고로지 같은 위험한 곳이 나타날 경우에는 역시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는 지점까지 되돌아가 마찬가지로 표지를 남겨가면서 험한 곳을 우회하거나 그대로 산등성이로 올라가 다시 내려가야 한다. 이럴 경우 위로 우회할 때에는 무엇보다 안전이 제일. 기본적으로는 손의 도움이 거의 필요치 않은 채 걸을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 손이 필요할 경우에는 든든한 나무를 이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왠만히 잘 찿아보면 반드시 안전하게 행동할 수 있는 곳이 있게 마련이다.

 

계곡으로 내려갈 경우 반드시 그 계곡이 어디로 이어지는지를 알고 있을 것과 계곡이 너무 길지 않을 것. 그리고 그 전체가 눈으로 바라볼 수 있을 정도의 것에 한정 되어야 한다.  계곡으로 내려가자면 그정도의 기술과 판단력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초심자일 경우에는 역시 피하는 게 좋다. 대다수 계곡은 자일을 이용한 하강법을 제대로 알면 내려갈 수 있다. 때문에 따로 암벽등반을 하지 않더라도 하강하는 방법정도는 착실히 연습해 두면 만일의 경우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그런 안심감이 있기 때문에 행동반경을 훨씬 넓힐 수 있다.

 

 

그 밖의 보기의 경우

사전에 충분히 대책을 연습하고 준비했다 하더라도 산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아주 흔한 종류의 궁지에 빠져버리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길을 잃은 상황이라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대변할 수 있겠는데, 그 첫째는 전진할 방향은 알 수 없게 되었지만 후퇴할 길은 알고 있을 경우이고, 둘째는 전진도 퇴로도 모두 잃어버린 경우이다.

 

첫째의 경우는 별로 걱정할 일이 아니다. 물론 어느쪽으로 전진해야 할지는 모르게 되었으니 그것이 판명될 때까지는 함부로 전진하는 것은 피하지 않으면 안되고, 그런 상황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같으면 거기서 계획을 포기, 산행을 중지하고 하산하지 않으면 안된다. 퇴로를 알고 있는 한 크게 소동을 벌일 일은 아니다. 비록 진로가 판명되지 않았다하더라도 온 길은 되돌아 가기만 하면 무사히 하산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째서 진로를 잃는사태가 되었는지는 그 원인 규명과 반성으로 같은 실패를 다시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산 후 충분히 검토해야 할 일이다. 아뭏든 이런 경우는 온 길을 되돌아 감으로서 무사하게 하산 할 수 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로서의 위기에 몰린 것은 아니고, 아직 서바이벌(생존) 테크닉까지 필요한 단계는 아니다. '진로를 잃어버렸을 경우에 온 길을 되돌아 간다'는 것은  지극히 기본적인 산행요령의 대처법이라 하겠다. 단순히 '진로를 모르겠다'는 것과 '퇴로까지 잃었다'는 것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진정한 뜻으로 '길을 잃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은 후자의 경우다.  이 때는 서바이벌 테크닉을 활용해야 할 필요도 생긴다.  안내표지가 잘못되어 있다든지, 지도에 없는 길이 얽혀있을 경우의 정도로는 진짜 위기에 몰리는 일이 지극히 드물다. 예정대로의 산행을 실행하는데는 다소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서바이벌 테크닉이 필요한 단계까지 가는 일은 지극히 드물다.

 

그러면 정말로 서바이벌 테크닉이 필요해지고, 그 기술의 우열을 묻게 되는 경우란 어떤 것일까. 우리나라 산에서 퇴로조차 모르게 되는 상황이라는 것은 거의 다음 유형에 한정된다. 그 첫째는 뭐니뭐니 해도 겨울 산에서 눈바람 같은것 때문에 화이트 아웃이 된데다 발자국마저 지워져 버렸을 경우다. 아마 우리나라 산에서 길을 헤매는 패턴으로서는 이런 경우가 가장 많을 것이다. 둘째로 많이 발생된다고 여겨지는 것은 코스를 잘못 들어 서서히 위험한 곳으로 다가가 추락같은 위험이 커지고, 마침내는 전진도 후퇴도 할 수 없이 되어버린 경우, 이것은 엄밀히 말하면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몸마저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된 것인데, 일단 여기서는 길을 잃은 경우와 같은 상태로 취급한다. 세째로는 발생 가능성이 낮지만 그래도 일어날 수가 있는 경우로서, 망망한 바다같이 지형상의 변화가 없는 원시림 속에서 짐승길 같은 것에 이끌려 방향을 잃었을 경우다. 실제 별로 일어나지 않는 일이기는하지만 길도 없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산에 오른 경우에 드물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대책1 : 탈출구를 찿는 수단

눈보라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땐 푹패인 낮은 곳에 대피하고 있다가 눈바람이 뜸한 틈을 타서 얼른 목표를 잡도록...

 

첫째로 해야 할 일은 탈출구를 찿는 일이다. 그러나 둘째 패턴일 경우에는 진로나 퇴로나 방향은 알고 있으면서도 기술적인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므로 이것은 애초부터 탈출구가 없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 패턴이 가장 궁지에 몰린 위험한 상태라 할 수 있다.

 

첫째 패턴일 경우에는 추위나 강풍 또는 눈속을 헛디디거나 눈사태 등 자연조건이 몹시 험악해 탈출구를 찿는다 해도 행동 자체가 쉽지 않다. 그리고 무리해서 행동하면 동상이나 눈사태를 만날 위험이 큰데다, 가뜩이나 자신들이 발자국을 내며, 온 길이 지워져버리는 험한 날씨 속에서의 행동은 체력소모가 지극히 심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탈출구를 찿더라도 함부로 돌아다니기를 피하고, 바람이 약한 푹패인 낮은 곳에 대피하다가 눈바람이 뜸한 틈을 타 목표를 잡도록 해야 한다. 아무리 심한 눈바람이라도 반드시 그 세력이 약해질 때가 있게 마련이니 그런 기회를 기다렸다가 행동해야 한다. 또 행동할 때는 적어도 현시점의 소재지까지는 어떤 일이 있어도 돌아올 수 있게끔, 표지용 시누대와 빨간천 등을 부설해 가면서 전진한다든지, 행동범위를 한정하는 등의 방책이 필요하다. 겨울 산에서의 눈바람은그렇게 단시간내에  회복되는 일이 없고, 시야가 확보되는 갠 하늘이 찿아오는 일도 드문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체력을 소모하거나 동상같은 핸디캡을 짊어지기 전에 비박 태세를 갖추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나 세째의 경우, 이것은 다른 경우에 비하면 탈출구를 찿는 행동 자체가 자유롭고,  위험이 다른 패턴처럼 많지는 않다. 다만 아무리 행동해 봐도  지형이나 경관에 변화가 없고, 목표물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에 있어서는 가장 대처하기 곤란하다. 깊은 산림 속에서는 아무리 날씨가 좋아도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의 탈출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몇가지 탈출 방법을  해설해 본다.

 

산림 속에서 길을 잃었을 경우엔 나무에 올라가서 탈출구를 살펴라. 

 

날씨가 좋고 어느 정도 시계가 틔어 있으면  방향을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이럴 경우에는 주위에서도 한층 높은 나무를 찿아 올라가서 살피는 것이다. 나무오르기란 별로 간단하지 않다. 특히 아래쪽에는 가지가 없는 일이 많아 손잡이가 없어 애먹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에는 다른 사람이 사다리 대신 무등을 타고 그 어깨 위에 서서 나무를 오르면 된다. 시계를 확인, 목표를 찿는 정도의 일은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목표물을 발견했을 때 일정한 방향으로 전진하는 일이 간단할 것같지만 산림 속에서는 그렇지 않다. 사람의 방향감각이란 어떤 목표물을 확인하지 않고는 흐트러지기 쉬운 것이며, 기껏 나무에 올라 방향을 잡았더라도 밑에 내려오면 방향이 또 비뚤어져 링반데룽에 빠지거나 한다. 어느 정도 전진했으면 다시 나무에 올라 방향을 잘못 잡았는지 자주 확인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림 속이라 해서 언제나 나무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일 나무에 오를 수 없는 경우에는 어찌하면 좋을까.

 

나무에 오를 수 없는 경우에는 천측(天測)을 이용하라. 이럴 경우에는 도움이 되는 것이 나침반이다.


나침반만 있으면 언제나 일정한 방향으로 전진 하기란 간단하다. 등산코스와 소요시간이 기입된 지도는 지참해도 나침반을 갖지않고 산에 가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이런 점에서 역시 나침반은 지참해야 한다. 비가 와 시야를 가린 경우에도 나침반만 가지고 있으면 일정 방향으로 전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수가 없다고나 할까, 평소 지참하는 습관이 없기 때문에 나침반이 없을 경우 어떻게 하는가. 이럴 경우 유효한 것이 천측(天測)이다.  천측이란 항해술의 한 가지로 천체 관측을 바탕으로 방위를 결정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낮에는 해의 위치를',  '밤에는 별자리의 위치'를 보고 방위를 잡는 것이다.  해와 별자리의 위치는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어서 정확하게 방위를 결정하는 데는 상당히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서는 직진하기 위한 자료만 되면 그만이니까 일은 간단하다. 낮에는 해를 등지거나 좌전방으로 해를 보면서, 밤이면 카시오페아 자리를 향해서라든지,  백조자리라든지 식으로  정해 놓으면(그런 명칭을 모르더라도 목포로 삼은 별만  놓치지 않으면 된다)어느 정도 일정한 방향으로  전진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별자리 뿐 아니라 달도 마찬 가지로 이용할 수 있다. 계절과 시간에 따른 이동만 알고 있으면 정확한 방위를 알 수 있다.

 

천측도 불가능 한 날씨일 때는 식물의 생태를 이용하라.

 

업친데 덮친 격으로 이런 경우도 있다. 나침반도 지참하지 않은데다 비가 오거나 짙은 안개로  천측이 불가능하고, 나무에  올라가도 시계마저  막혀있는 사태에  빠져버리는 일도 산에서는 적지 않다.  이런 최악의 상태에서  방위를 잡는 마지막 방법은 식물의 생태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식물 중에는 양치식물이나 이끼류 등 은화식물 중에서 생육장소가 그늘에 한정된 것이 있고, 그런 것들 대다수가 태양광선을 직접 받는 일이 적은 북쪽면에 생육하는 일이 많다.  이런 식물의 성질을 이용하여 방위를 판정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산림 속의 큰 나무 줄기에는 이끼류나 기생 양치류가 자라는 일이 많다. 그럴 경우 대게는 햇볕을 받지 않는 북면에 착생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의지하면 일정한 방향으로의 전진도 가능해 진다. 이 것은 나무에 한정되지 않고 큰 바위에 부착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니까 참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모든게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깊은 산림 속에서 태양의 조도가 낮을 경우에는 남면에도 생육하는 일이 있을 뿐 아니라 전면에 착생하는 일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서도 잘 보면 남면보다 북면이 다소나마 생육상황이 좋을 것이고.수많은 샘플을보면 한 방향에 치우쳐 착생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이끼류나 양치식믈 등이  착생한 나무나 바위를 통계자료로 관찰하여 어느 정도의 수효 안에서 많은 수가 착생한 방향을 북쪽으로 봄으로서 동서남북의 방위를 판정할 수 있다.


대책2 : 대피를 위한 비박의 경우엔 정찰하기 좋은 자리, 구조가 필요한 경우 눈에 잘 띄는 곳에서 비박하라.

이처럼 길을 잃었을 때에는 우선 갖은 방법을 다해 탈출을 꽤해야 한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탈출구를 찿고, 탈출에 도전해 봤는데도 결국 바른 진로를 찿아내지 못했을 경우에는 비박 태세를 굳히게 되는데, 이럴 경우에는 두 가지 유형을 생각할 수 있다.  그 첫째는 눈바람의 경우처럼 험악한 날씨를 피해  그 회복을 기다리는 경우이고, 또 하나는 날씨의 좋고 나쁨에 상관없이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된 경우나, 움직임 자체는 가능하나 어느 쪽으로 움직여야 할지 그 방향을 전혀 가늠하지 못하게 된 경우다.

 

이 두가지 패턴의 차이에 따라 다 같이 벌인 비박이지만, 거기서 해야할 일이 상당히 다르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날씨가 회복되면 행동이 가능하고 탈출할 방향도 확인할 수 있을 경우에는 비박이라 해도 일시적인 대피의 성격이 강하다. 그 때문에 날씨 회복 때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도, 또는 잠깐이라도 뜸한 틈을 타서 시야를 얻을 수 있는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언제나바깥을 살피고 있어야 한다.

 

눈바람에 집적적으로 맞지 않는 지형을 골라 비박 태세에 들어가 있더라도 날씨변화에 주의를 기울여 조금이라도 기회가 있으면 정찰을 나가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가장 조건이 나쁜 겨울산일 경우에도 한나절 정도의 시간에 몇 차례나 시야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게 마련이므로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하지 않으면 안된다. 눈구덩이 속에 들어가 있으면 그 아늑함 때문에 도리어  기회를 놓쳐버리는 일이 있다. 적은 기회를 확고히 잡는다는 것은 이런 경우의 서바이벌 기술(생존기술) 중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비박 중에서도 이처럼 기회 포착을 위한 비박에 비해,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의 비박에는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 많아진다. 첫째 이런 경우에는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으니까 어떤 다른 사람의 눈에 띄도록 노력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언제 누가 발견해 줄지 모르기 때문에 다 같은 비박이라도 장기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각오 아래 태세를 굳힐 필요가 생긴다.

 

비박 방법도 그에 따라 더 많은 손을 써 조금이라도 체온/체력을 보존할 수 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을 뿐 아니라 발견되기 쉽도록 표지가 될만한 것을 표시하는 등의 대책도 세워야한다. 식료품이나 연료같은 것도 남은 양을 확인하고 발견/구출되기까지의 일수를 예측, 그에 따라 하루 소비량을 계산하여 계획적인 식생활 작전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또 그것에 부족이 생겼을 때에는 어떻게든 대응 할만한 것을 현지조달 하는 방법도 생각해내야 한다.

 

최악의 상태에 빠진 비박의 경우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네버 기브 업' 절대 포기하거나 단념하지 말라는 것이다.  산을 깔봐서는  안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산은 그다지 넓지도 크지도 않고 깊지도 않다. 게다가 상당히 깊숙이 들어간 것 같아도 요즘에는 산길이 꽤 깊게 나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하룻길을  걸어서 도달하지 못할 만큼 인가가 떨어진 곳은 없다.

 

겨울 산쯤 되어 그럴 경우라도  구조대나 헬기 등의 수색으로 발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끝까지 탈출 기회를 노리고 구출을 믿어, 경솔한 행동을 말아야 한다.  아뭏든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의 불안은 매우 크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가지 경우와  상황을 파악하여 길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책 3 : 통신수단을 활용하라

통신수단의 발달로 지금은 누구나 거의 개인적으로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다. 즉 산에서 조난같은 위급사항이 발생했을 때 산악구조대 또는 119 구조대로 긴급 연락하여 손쉽게 구조요청을 할 수 있는 편리한 시대 된 것이다. 요즘 왠만한 오지의 산이라도 구조대에서 설치한 구조위치표지판을 만날 수가 있는데,  구조 요청시에는  표지판에 적힌 지형의 식별번호 알려주면 구조시간이 매우 단축된다.

 

일단 통신으로 구조요청을 하고 조난위치를 알린 상태라면 구조대가 올 때까지  이동없이 그 자리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그 상태에서이동을 하게 되면  구조대의 수색범위가 넓어지게 되므로 조난자의 구조는 더욱 어렵고, 더디게 된다. 차분히 참고 기다리는 것만이 최고의 상책이라 하겠다.     

 

위급상황에 대비하여 산행시에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스마트폰의 밧데리를 꺼 두는 것이 좋다. 이동시 수신지역이 자주 빠뀌면서 밧데리 소모가 많아짐으로, 밧데리 수명을 늘리기 위함이다. 밧데리 방전으로 위급시 낭패를 보는일이 없어야 하겠고, 만일을 대비하여 여분의 밧데리를 추가로 더 준비해 두는 것이 더욱 안전할 것이다.

 

 

END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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