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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산행상식

단독산행 이렇게 한다.

by 마루금 2007. 3. 22.

 

산에 다니다 보면 본의 아니게 이따금씩 단독산행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일행과의 약속시간을 놓쳐 혼자서 찾아 올라가게 되는 경험이 더러 있을 것이다. 그것이 일요일의 근교 산이라면 단독산행임을 채 느끼지 못하기 마련이다. 많은 산행 인파에 뒤섞여 올라가므로 길 잃을 염려라거나 단독산행의 오붓함, 적막함 등과는 거리가 먼 산행이 된다.

 

그런데 한 단계 더 나아가 야영등반의 경우에는 모든 상황이 전혀 달라지며, 잠깐이지만 야간 단독 등반의 짜릿함을 혼자서 맛볼 수 있게 된다. 일행보다 늦은 시간에 야영팀을 찿아 올라가게 되는 때 단독 등반을 해야만 한다. 자주 다니던 길도 야간에는 전혀 생소하게 느껴지는데, 그것이 첫째로 닥치는 어려움일 것이다(그야말로 눈감고 다니던 길도 밤에는 생각보다 수월치 못하다).

 

둘째로는 밤에 혼자서 그것도 험한 산길을 오른다는 두려움일 것이며, 세 번째는 목적지에 도착하여 얻는 갖가지 어려움을 이겨냈다는 성취감을 함께 나눌 만한 상대가 없다는 외로움 등의 세 가지가 단독산행의 두드러진 특징일 것이다. 험난한 곳을 아무런 도움 없이 산행해 보는 것은 분명히 매력적인 산행의 한 장르이다. 

 

근교에서의 야간 단독등반(비록 한두 시간 거리일지라도)을 서너 번 해보면 자신이 보다 큰 산을 혼자서 등반해 낼 수 있을지 궁금해지며, 그런 궁금증이 생기면 한 번 시험을 해보고 싶어지는 것이 본성이리라. 특히 산에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그 모험심의 도가 더 심한 편이다.

 

그러나 서너 밤을 자면서 혼자서 산을 오른다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완벽한 준비와 각오가 따라야 한다. 혼자일 때 확신이 가지 않는 길로 무턱대고 들어서는 일은 금물이다.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하며 아무도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데,  이것이 단독산행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기본적인 자세일 것이다.

 

 

★ 짐 챙기는 요령 

바늘과 실부터 텐트, 슬리핑백까지 어느 것 하나 빠뜨릴 수 없지만, 어떤 장비이건 될수록 작고 가벼우면서 성능은 최상의 것으로 장만해야 하므로 장비에 관한 많은 숙련과 지식이 요구된다. 자유로운 만큼 체력과 시간에 무리가 없도록 일정을 짜야하며, 장비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 만약 인적이 드문 곳으로 단독산행을 떠난다면 최악을 가상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룹 산행 때처럼 장비를 갖추다가는 엄청난 무게가 된다. 최소의 무게와 부피, 최소의 장비로 최대의 활용을 하는 것, 그것이 초점이다.   

 

베낭

많은 짐이 들어가야 하므로 대형의 배낭이 필요하다. 크고 무거운 짐을 편안하게 운반하기 위해서는 완전한 멜빵 시스템이 요구되는데, 예를 들면 넓고 푹신한 힙벨틈(hip belt)와 멜빵, 배낭을 쉽게 벗을 수 있는 버클 장치 등 사소한 것 같지만 실제의 쓰임새는 중요한 것들이다. 그리고 포켓도 여러 개 있어 수시로 내용물을 꺼낼 수 있는 타입이 바람직하다. 지도와 나침판(또는 산악 네비)도 자주 들여다봐야 할 것이며, 비상식, 우비 등도 쉽게 꺼낼 수 있어야 한다.

 

출발하기 전 멜빵끈이 튼튼하게 붙어 있는 지, 뚜껑의 버클이 제대로 작동을 하는지, 포켓의 지퍼는 고장 나지 않았는지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고칠 것은 미리 수선해야 안심할 수 있다. 프레임이 바깥으로 나와 있는 프레임팩(external frame pack)이  무거운 짐을 보다 편안하게 질 수 있는 장점이 있긴 하나, 잔 나뭇가지가 많은 국내의 산에서는 알맞지가 못하다. 프레임이 배낭 안에 감춰진 타입(internal frame pack)이 선호되며, 실제 쓰기에도 가장 적합하다.

 

텐트

1인용으로 시판되고 있는 텐트의 종류도 다양하며 슬리핑백커버 타입의 비비색(vivi sac)으로부터 고어텍스텐트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가 있다. 부피와 무게가 약간 나가더라도 제대로 된 텐트가 보다 쓸모가 많고 결정적인 때 도움이 된다. 커버 타입은 드러누울 수밖에 없으므로 비올 때 등의 나쁜 날씨에는 적합하지 못하다. 플라이가 없어도 별 지장이 없는 고어텍스 재질의  1인용 텐트가 바람직하긴 하나 워낙 고가이다. 플라이와 함께 설치하는 일반 나일론천의 텐트가 무난한데, 국내의 제품 중에도 우수한 것이 많으므로 전문적인 메이커의 텐트라면 안심할 만하다.

 

바람이 심할 때나 눈비가 뿌릴 때는 텐트 안에서 취사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런 경우를 생각하면 최소한 앉을 수 있는 높이는 되어야 한다. 약간의 무게를 줄이겠다고 커버타입이나 너무 낮은 모델을 쓰면 텐트 안에서의 활동이 대단히 불편하다. 충분한 휴식과 영양섭취, 보온 등은 다음날의 쾌적한 산행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며,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락한 잠을 보장해 주는 텐트가 중요한 것이다.

 

설치와 철수하기에 수월한 종류가 좋으며, 폴이 견고하여 파손되지 않아야 한다. 텐트도 출발 전에 출입구 지퍼의 이상유무, 폴대 및 팩의 견고성 등을 꼭 확인해야 하며, 새로 구입한 것은 집에서 몇 번이고 설치해 봐서 혹 밤중에 야영지에 도착했을 때 당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둬야 한다.

 

★ 슬리핑백

가장 좋은 재질은 뭐니뭐니 해도 자연산 다운(down)이다. 그러나 고가의 동계용의 것을 꼭 고집할 필요는 없다. 혹한기의 등반이 아니라면 반슬리핑백과 다운파카를 아래위에 입고 슬리핑백커버를 사용하면 충분히 버틸 수 있다. 가을용의 두껍지 않은 슬리핑백과 커버의 활용으로도 무난하다.

 

동계전용의 화섬제의 두껍고 무거운 슬리핑백이 따뜻한 것은 틀림없지만, 베낭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부피를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짐 많은 단독산행에서 내복만 입은 채로 잠을 자겠다는 것은 사치스런 생각이다. 슬리핑백의 부피와 무게를 줄이고 대신 보다 긴요한 물품들, 비상식이나 예비연료나 비상용 배터리 등을 더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취사구

취사구의 종류도 무척 다양하지만 단독산행 시에는 버너와 코펠이 일체형으로 된 모델이 쓰기에도 편리하다. 경량이고 열효율이 좋으며 코펠과 버너가 세트로 되어있어서 별도의 바람막이도 필요 없고, 안정성이 좋아 텐트 안에서 사용해도 덜 위험한 편이다.

 

가스연료를 이용하는 가스버너도 간편성이 뛰어나고 화력도 좋은 편이다. 고장의 염려도 없고 사용이 쉽다.  그러나 휘발유버너에 비해 연료의 부피가 크고 특히 동절기에는 충분한 열량이 나오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바람이나 추위로부터 열량 손실을 최소로 줄일 수 있고, 밥과 찌게 등을 대폭 생략한 식단이어도 괜찮다면 가스버너도 좋은 열원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장시간 눈을 끓여 물을 만들어야 할 경우가 생기는 계절의 산행에서는 지속적이며 강한 화력이 요구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 기타 품목

단독산행에서는 모든 물품들을 빠짐없이 최대한 활용해야 하며, 꼭 필요한 예비의 물건을 제외하고는 휴대를 삼가야 한다. 예를 들어 렌턴의 경우만 해도 서너 명이 팀을 이룬 등반에서는 걸이등, 각자의 헤드랜턴, 빔라이트 등을 별도로 준비해도 돼겠겠지만,  단독산행에서는 헤드랜턴 한 가지로만 만족해야 한다. 산행 중에는 머리에 착용하고 텐트에서는 걸이 등으로 대용해야 하며,  사용 시간도 최소로 줄여서 건전지를 아껴야만 한다. 물론 예비 전구와 예비 건전지를 준비하지만, 이것들은 만약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다용도 칼은 단독산행뿐 아니라 모든 야외 활동에서 아주 이용도가 높은 물건이다. 톱, 가위, 쪽집게 등은 물론이고 잘 드는 칼은 취사에서 필수품이다. 이 칼은 감자나 양파 등을 다루는데, 날이 작아 불편하다고 별도의 칼을 준비하는 것은 무게를 고려, 삼가야 한다. 어차피 단독산행이란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하며 한 가지를 여러모로 다양하게 쓸 수 있는 방도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제한된 장비를 가지고 최대한의 활용방법을 찾아내는 것도 단독산행의 또 다른 즐거움일 수 있다.

 

믈통도 질기며 찢어지지 않는 큰 것을 장만한다. 알미늄제 캔틴(canteen)을 따로 장만할 필요는 없다. 눈을 녹여 식수를 만들 경우는 한 번에 충분히 마련하여 식수로도 쓸 수 있게 하여 산행 중 수시로 마실 수 있도록 한다. 기타 비상용 음식, 구급약, 라디오, 휴대폰과 여분의 배터리, 여벌의 양말과 옷가지 등을 비닐로 꼼꼼하게 포장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식량

각종 인스턴트 식품들이 다양하게 유통되고 있으므로 보다 다채롭게 식단을 꾸밀 수 있다. 캔으로 된 식품들은 무게가 부담이 되니 될수록 숫자를 제한해야 한다. 체력에 자신이 있다면 무게에 약간 너그러워도 되나 그렇지 못하다면 상당히 까다롭게 계산해야 한다.

 

인스턴트식품에 거부감이 있다면 밥과 찌개로 배를 든든히 한다. 김치는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식품일 뿐 아니라 갖은양념이 되어있으므로 조미료가 따로 필요 없는 장점이 있다. 명란에 김치 몇 조각 넣으면 명란 찌개, 김치와 햄을 섞으면 햄 찌개 등 다양하게 조리할 수 있다. 칼로리를 제대로 섭취하기 위해서 땅콩, 건포도, 마른 새우, 초콜릿 등을 함께 섞은 것을 수시로 먹는다. 주머니에 넣고 손 닿는 대로 조금씩 먹으면 질리지도 않고 갈증도 별로 생기지 않으면서 체력을 유지시켜 준다. 비상식량으로도 아주 그만이다.

 

비상식은  비상시에 대처하기 위한 식량일 수도 있겠지만, 힘든 산행 중에 체력을 유지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수시로 먹을 수 있고,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으며, 갈증이 오지 않는 그런 종류가 바람직하다.



★ 길을 잃었을 때의 대처방법

비나 눈,  진눈깨비,  안개 등으로 시야를 가려 길을 잃었을 때는 침착하게 그자리에 멈춰서 네비나 지도를 방향에 맞춰놓고 자기가 걸어왔던 길의 높낮이와 지도상의 등고선을 따져서 현재의 위치를 파악하도록 해야 한다. 이때 고도계가 있으면 큰 도움이 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잠시라도 날이 개일 때를 기다려 대상물을 찾아내서 독도법에 의한 자기 위치 확인을 해야 한다.

 

대상 산이 초행일 때는 그 산에 대한 자료를 최대한 활용하고, 특히 지명도 있는 산봉우리나 암벽 등을 머리 속에 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불행히도 이도 저도 못할 상황으로 길을 잃었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주저 말고 왔던 길로 되돌아 자신 있는 지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 사고를 당했을 때의 대처 방법

단독산행에서는 다친다거나 하면 극히 곤란하다. 꼭 다치지 않더라도 해빙기의 경우 물에 물에 빠지는 예가 꽤 많다.  물소리가 들리는 곳 가까이에서는 조심해야 하며 물에 빠졌을 때는 침착하게 빠져나오도록 한다. 베낭을 메었을 때는 잠시 뜨므로 그사이 오를 수 있는 곳을 확인하고 배낭을 벗고 그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젖은 옷은 바로 갈아입어야 하며, (그래서 물에 빠지지 않도록 비닐봉지에 넣은 예비의 속옷과 바지, 양말 등이 필요하다), 불(산불조심)을 피우고 마사지를 한다.

 

짐승, 독사, 벌 등의 공격이나 낙상에 의한 골절상 등의 부상으로 전혀 움직일 수 없는 경우에는 휴대폰을 이용하여 119 에 구조요청을 하거나, 만약 휴대폰 통신이 불능이라면 그 부근에 바로 텐트를 치고 구조해 줄 만한 사람이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웬만한 오지의 산이라도 119 구조대에서 설치한 안내판을 거의 볼 수가 있는데, 이 안내판에 기록된 위치를 119 구조대에 알려 주면 구조시간이 보다 훨씬 단축될 수 있다.

 

이 때는 구조대에 쉽게 발견되기 위해 연기(산불조심)를 피우든지 한다. 무리해서 움직이면 바로 체력의 소모를 가져오며, 자칫 생환의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움직일 정도로 다친 경우는 무리한 산행은 포기하고, 가장 가까운 민가로 하산하여 도움을 청해야 할 것이다.


단독산행은 묘한 흥분과 기대, 두려움이 교차되는 중에 외롭게 이뤄진다. 몇 번 다녔던 길도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데, 작게 기억되었던 바위가 커다랗게 다가오기도 하고, 지루하고 길게만 느껴졌던 능선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짧을 수도 있다. 가장 가까운 산우와 실제로 산행은 하지 않지만 옆에 없어도 무언의 대화를 하면서 걸을 수 있는 것이 단독산행이기도 하다. 한결 깊고 다정한 대화일 수도 있으리라.

 

단독산행에서는 모든 것을 혼자서 해야 한다. 혼자서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해야 하므로 당연히 결과도 혼자만 갖는다. 그러나 결과는 항상 부족할 수 밖에 없으며, 그래서 또다시 단독산행을 준비하는지도 모른다.

 


원저 /  이  성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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