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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령이름들~

부항령(釜項嶺, 전북 무주/경북 김천)

by 마루금 2007. 7. 20.

 

 

 부항령(釜項嶺)

 

김천과 무주의 경계이며, 전라북도와 경상북도의 도계이기도 하다. 부항령은  백두대간이 지나는 구간인데,  옛날 비포장 시절에  이 길을 지났던 필자의  이야기를 아래에 옮겼다.

 

불영동천(佛靈洞天)으로 이름난 청암사(靑岩寺)에 갔던 길에 병산에서 돌아오는 버스를 탔더니 옆자리에 영리해 보이는 소년이  먼저 와 앉아 있었다.  병산이 집이라면서  김천으로 자주 심부름을 다닌다고 했다.  그래서 소년에게  '부항령이 99구비라면서?' 라고 물었더니 소년은 '아닙니더. 1백2구비 입니더'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나서  그 이야기를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소년은 필자에게 큰 소리로 '자. 보시소. 이제부터 셀레니께.'하더니  하나, 둘 세기 시작한다. 어느덧  필자도  그 소년과 함께 세기 시작했는데, 재가 완전히 끝나자 '1백2구비!  자. 맞지예?' 하면서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것이었다.

 

옛날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높고 험한 재를 '99구비 재' 라고 부르는 습성이 있었다. 따라서 왠만한 재는 높다는 뜻으로 '99구비'라 말하곤 했었는데, 실제는 60구비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런데 이 부항령은 99구비하고도 3구비가 더 많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직선 거리는 불과 3km인데 표고차는 5백m에 가깝다. 말하자면 부항령은 그만큼 경사도가 심한 것이다. 비포장이던 시절에 버스의 한쪽 바퀴가 항상 겉도는 재라 부른 일도 있었을 정도.

 

그러면 마루턱 너머 저쪽은 어떤가? 결론부터 말하면  거의 평지에 가깝다.  특히 마루턱에 올라서면  탁 트인 경치가 전개되었다가 그 후는 약 1km의  넓은 계곡이 8km 지점인 병산까지 계속되다가는  병산을 중심으로하여 상당히 넓고 기름진 들판이 전개된다.  그러므로 옛날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살기 위해 남부여대해서 이 재를 넘어갔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죄 지은 사람들이 숨어살기 위하여 넘어갔다는 이야기도 있었으며, 어사 박문수(朴文秀)가 그러한 이야기를 조사하려고 은밀히 넘어갔다는 밀화도 있다.  그러나 현재 그러한 기색은 찿아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모두 평화스럽고 여유있게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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