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악산'이 진악산(珍惡山)으로
지금의 충남 부여의 석산(石山)면은 본래 백제의 진악산현 이었는데 삼국통일 후인 신라 경덕왕 때 석산현으로 고쳤다. 경덕왕 당시의 지명 개칭은 몇 가지 원칙에 입각한 듯 이 때 변경된 지명들을 보면 몇 가지의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그 중요한 것은 첫째 세 음절 이상으로 된 것을 두 음절로 줄인 것이고, 원래 지명의 뜻이나 음을 반영한 것이었다. 더러는 중국의 지명을 그대로 인용한 것도 있고, 예외적인 것도 보이지만 이러한 점을 생각해서 개칭 전후의 지명을 대비시켜 보면 뜻으로나 음으로나 서로 잘 연결돼 있음을 알게 된다.
석산(石山)과 진악산(珍惡山). 이 두 지명은 어떻게 대응되고 있을까?
두 지명에서 끝 음절 '산'은 같으므로 그 앞의 石과 珍惡을 대비해 볼 필요가 있다. 석(石)은 돌이다. 진악에서 진(珍)도 돌이다. '진'은 지금의 한자 뜻으로는 '보배'를 뜻하지만, 옛날엔 옥돌이 보배였으므로 진(珍)을 '돌'로 볼 수 있다. 이 음을 그대로 소리빌기로 풀면 '진악'이 '돌악'(돍악)이 된다.
돌(珍) + 악(惡) > 진악
(적색 글씨는 아래아)
'돌악'은 지금의 '돌'의 사투리 '돌팍', '돌막'과 비슷한 형식의 말이랄 수 있다. '진악'을 작은 돌의 뜻인 '자악'의 음차로 보는 이도 있다. 뒤에 '조약돌'이란 말을 낳은 '자악'은 그 자체만으로도 '돌'의 의미를 가진 말이었다. 그래서 진악 외에도 다른 몇몇 지명을 '자악'에 대비시키고 있다.
채약산(採藥山: 경북 영천 남)= 저역뫼
조약도(助藥島: 전남 강진)= 조약섬'돌악산'이 진악산(珍惡山)으로
진악산(珍惡山: 충남 금산 남)= 재약뫼
자락산(自樂山: 황해 안악 북)= 자약뫼
위 지명들은 <대동여지도>에 나와있는 것으로 지금은 다른 지명으로 바뀐 것이 있다.
글/지명연구가 배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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