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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뫼이름들~

제주도의 돌 관련 지명

by 마루금 2007. 4. 20.

 

 

 

제주도는 온통 돌 지명

돌 관련 땅이름은 한자로 표기되는 과정에서 여러 글자로 나타난다. 석(石)자로 의역된 것이 많고, 돌(突), 독(獨/禿), 도(道) 등의 한자로 음역된 것들도 적지 않다. 또 '독'이 '독'(그릇)과 음이 같아서 옹(甕)자로 옮겨진 경우도 있다.

 

돌이 많은 제주도에는 그 돌만큼이나 돌 관련 땅이름이 많다. 제주도의 들은 온통 돌이어서 들이름에도 온통 '돌'자가 붙어 있다. '돌'의 옛말은 '드르'인데, 이 옛말이 돌 많은 이 섬에 '돌'(독)과 '드르'가 합성된 형태로 많이 남아 있다. 서귀포시 상예동의 '돗드르', '독귀드르', 북제주군 구좌읍 세화리, 조천읍 함덕리 등의 '돈드르' 등. 

 

'들'이 '다리'로 옮겨간 '독다리'(남제주군 대정읍 무릉리), '독만다리'(남제주군 대정읍 상모리) 같은 이름도 있다. 또 '들'이 '트레', '터리'로 격음/연철화 한 '도트레'(구좌읍 상도리), '돌터리'(북제주군 애월읍 장전리)같은 이름도 있다. 이 곳에선 들을 '불', '뱅디'라고도해서 '독불'(북제주군 한경면 두모리), '동뱅디'(애월읍 상귀리)같은 들이름도 있다.

 

이밖에도 '돌석이'(남제주군 표선면 세화리), '독색이'(구좌읍 월정리), '돈방이'(애월읍 남읍리), '동모살'(구좌읍 행원리), '동머르'(남제주군 성산면 시흥리), '돌혹'(북제주군 남원읍 의귀리), '돌모들'(북제주군남원읍 수망리), '독짓골'(애월읍 광령리), '독재'(서귀포시 상예동), '독곶'(북제주군 한경면 조수리), '돌구릉'(북제주군 한경면 관포리), '돌고비'(애월읍 광령리), '돌크리니'(애월읍 상가리), '돌깐이'(구좌읍 연평리), '돈무덕'(북제주군 추천면 대서리), '목돌개'(대정읍 신풍리), '검은덕머를'(애월읍 남읍리) 등 다른 지방에선 알기 어려운 돌 관련 들이름이 있다.

 

밭도 돌 투성이다. 그래서 '돗밭'(남제주군 안덕면 화순리, 표선면 토산리, 한림읍 금악리), '돌팟' (남제주군 남원읍 수망리), '돌혹밭'(제주시 용강동, 안덕면 상창리, 구좌읍 평대리)같이 '돌밭'이란 뜻의 땅이름이 깔려 있다.

 

'왓'은 '밭'이라는 뜻의 제주도 특유의 사투리인데 이 때문에 '독다리왓'(대정읍 무릉리), '독골왓'(서귀포시 서호동), '돌레왓'(한림읍 한림리), '동쿠왓'(구좌읍 서금녕리), '동태왓'(애월읍 신엄리), '돔빙이왓'(만덕면 대평리), '돗질왓'(북제주군 조천읍)같은 돌 관련 밭이름이 있다. 한림읍의 '돌레왓'은 엉뚱하게 '흉년에 돌레떡(돌떡)과 바꾸어 먹은 밭'이라고 이름풀이를 한 책이 있다. 그 밖에도 '돌캐'(성산읍 삼달리), '도꼬마리'(성산읍 신풍리), '돌쌩이터'(성산읍 신풍리), '돌뿌지'(한경읍 저지리), '돌다릿캐'(한경읍 용수리), '돌팽이'(애월읍 이음리), '돈방이'(애월읍 애월리) 등의 이름들이 있다.

 

마을이름에도 '돌'이 빠질 수 없다는 듯 많은 이름들이 '돌'(돗)을 달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돌'이 '돈'의 음으로 되는 것이 이 지방의 특징인데 그러한 예를 이 지방 땅이름들에서 찿아볼 수 있다. 제주도에 가장 많은 마을 이름은 '동카름'인데, 이것은 '돈'(돌)과 '가름'이 합성된 말로,합성 과정에서 '가름'이 '카름'으로 격음화한 것이다. 제주도 사투리로 '가름'은 '마을'의 뜻이다.    

 

돈(돌) + 가름 > 돈가름 > 돈카름 > 동카름

 

즉 '동카름'은 돌마을(石村)의 뜻으로 제주도 지역 거의 전체에 이 이름들이 있다. 그 다음으로 많은 제주도의 마을이름은 '동동내'이다. 이 이름도 한 동/리에 평균 하나씩 있어서 고유명사라기보다 보통명사 같은 느낌을 줄 정도이다. 어느 한 지역엔 '동동네'가 여럿이 몰려있어 '어느동/리의 동동네'라고 해도 구분이 어려울 지경이다. '동동네'는 '돈'(돌)과 '동네'가 합성된 이름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이름도 '돌마을'의 뜻이 되는 것이다.

 

돈(돌) + 동네 > 돈동네 > 동동네

 

'동똥'(구좌읍 월정리), '동모살'(애월읍 곽지리), '동모랏'(북제주군 추자면 신양리), '돈놀래' (구좌읍연평리), '돈지'(조천읍 북촌리, 한림읍 금악리) 등과 같이 돌 관련 마을 이름에 대게 '동'과 '돈'을 앞에 달아 놓고 있다. 그 밖에 '독지골'(제주시 이도동), '들돌거리'(애월읍 상가리), '돗드르'(서귀포시 토평동) 등의 돌 관련 마을이름이 있다. 토평동의 '토평'(吐坪)은 바로 '돗드르'(돗+돌)를 한자화 시킨 것이다.    

 

 

산과 고개와 우물 이름에도..

산도 온통 돌이어서 '돌'자가 많이 들어가 있다. '돌오름'(猪岳: 구좌읍. 287m, 石岩: 구좌읍 송당리. 370m)을 비롯해서 '돌동산'(안덕면 덕수리), '독산'(石山:추자면 대서리), '독개동산'(구좌읍 평대리), '독돌'(남원읍 의귀리), '독자봉'(성산읍 신산리), '돌리미'(성산읍 수산리), '돔배오름'(조천읍 교래리) 등은 모두 '돌'의 뜻이 들어간 산이름들이다. 저악(猪岳)으로도 불리는 구좌읍의 '돌오름'은 '도너리오름' 또는 '돛너리오름'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을 돛(돼지)과 관련지어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제주시 도두동에는 '도돌오름'(도돌봉)이라고 불리는 작은 산(67m)이 있는데 한자로는 도원악(道圓岳)이라 쓰고 있다. 도두동의 (道頭)도 이 산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다. 그러나 '도두'는 '돋은' (솟아난)의 뜻일 가능성도 있다. 조천읍의 돔배오름은 '돔배'(도마)와 같아서 이 이름이 붙었다고도 하고 있으나 역시 '돌오름'의 뜻일 것이다.

 

고개이름에도 '독모르'(남원읍 한남리), '독대기모르'(남원읍 한남리), '턱모르'(표선면 가시리) 등 돌 관련의 것이 많은데, '모르'는 '뫼'란 뜻의 옛말이자 제주도 사투리이다. 물이 귀한 제주도엔 대개 우물을 파서 물을 이용하였다. 역시 돌이 많은 땅이라 우물이름에도 '돌'이나 '독', '돗'자가 붙은 것이 많다. '독물'이란 이름의 우물이 남제주군 대정읍 신평리, 성산읍 난산리 등 여러 곳에 있다. '돗물'이란 이름의 못이나 우물도 성산읍 시흥리, 안덕면 화순리, 표선면 가시리, 남원읍 의구리, 성산읍 시흥리, 한림읍 시흥리 등 무척 많다.

 

애월읍 금성리에 있는 '돝물'은 소(淵)의 이름인데 어느 부자가 많은 돝(돼지)을 기르며, 물을 먹여서 붙은 이름이라고 전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돗물'로 '돌물'(石水)의 뜻이다. 제주시 월평동에도 '돌물'이 있다.

 

'돌샘'의 뜻인 '동새미', '독지새미'로 불리는 우물들도 제주시 월평동, 영평동, 아라동 등 몇 곳에 보이고, '돌우물'의 뜻인 '독우물'도 조천읍 대흘리 등 여러 곳에 있다. 그밖에 '돈배물'(애월읍 어음리), '돌통'(구좌읍 덕천리), '독숭물'(제주시 해안동), '도래물'(서귀포시 서귀리), '돈짓물'(한림읍 수원리)같은 이상야릇한 이름들도 있다.

 

성산읍 신천리에는 '도리못'이라는 못이 있다. 하천 이름에도 돌이름이 없어지지 않는다. '도근내'(獨近川: 제주시 근처), '돔박이내'(안덕면), '도태미내'(구좌읍), '도루샛내'(구좌읍) 등, 이 외에도 '돌코지'(조천읍 신촌리)와 같은 곶(串)이름,'돌섬'(乭島:추자면 영흥리)과 같은 섬이름,  '돌배'(대정읍 일과리)와 같은 무덤이름, '독디골'(서귀포시 동홍동)과 같은 골짜기 이름 등 제주도는 그 땅이름들에서도 돌의 고장임을 말해주고 있다.


글/지명연구가   배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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