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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뫼이름들~

들이름이 그대로 마을이름이 되기까지...

by 마루금 2007. 3. 31.

 

 

들이름이 그대로 마을이름

사람이 살면 사는 곳 중심으로 '어떤 곳'임을 뜻하는 지칭이 발생한다. 그 어떤 곳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땅이름이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사람이 어느 곳에 자리잡고 살면 그 자리 잡은 때와 거의 동시에 그 일대에 땅이름들이 이루어지는데  이것이 입에서 입으로 옮겨지고, 뒤에 여러 사람 입에 굳혀지면 여간해서는 다시 바뀌지 않는 불변성을 지닌다. 다만 세월이 지남에 따라 편한 발음 위주로 바뀌어 나가는 수는 있다. 따라서 땅이름을 조사하다 보면 그 본디 꼴(原形)인 옛말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이미 한자로 바뀌어버린 것들도 많지만 이 한자식 땅이름도 잘 캐어보면 그 속에 조상들이 쓰던 말이 그대로 베어나오는 수가 있다. 들과 관련된 땅이름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러한 땅이름들 중 많은 옛말 또는 방언이 숨어 있음을 본다. 들은 바로 우리 조상들의 생활 터전이어서 그 들 이름 자체가 그대로 마을 이름이 되기도 했다. 들이나 벌의 마을이라 해서 그대로 '들말', '벌말'같은 이름들도 쏟아져나왔다.

 

 

'땅'과 관련된 낱말들
(참조: 옛글 모음자의 "아래아"와 "반시옷"을 표식하지 못하므로 그 부분은 적색 처리 하였슴)
'들'의 원래 음은 ''로, '덜', '달' 등의 음으로도 불리었다. ''은 처음에는 단순히 들(野)의 뜻만이 아
니라, 산, 들, 흙 등을 포괄하는 '땅'의 뜻을 갖고 있었음이 확실하다. 우리말의 통상적인 발음 변화 과정으로 보아 ''은 ''이었을 것이다. 이 ''을 뿌리로 한 말들이 모두 땅과 관련이 있다. 

 

> 닫 > 달(山)
             달 > 다 > ㅅ다(地)

> 들/드르(野)
> 돋 > 돌/돍/독(石)
> 딛 > 딜 > 질(土, 질그릇)
> 덜 > 더 > 터(基)

 

'다'나 '달'이 'ㅅ다'로 된 것은 15세기에 이르러서이다. 지금의 '땅'이란 말은 본래 'ㅅ다'로 그 활용은 ㅎ첨가 활용이어서 'ㅅ다히'(땅이), 'ㅅ다해'(땅에), 'ㅅ다흘'(땅을)로 되는데 여기에 ㅇ이 첨가한 기록이 17세기에 보인다.

 

ㅅ다ㅎ.... '제(祭)던 ㅅ다흘 보고' <석보상절>

ㅅ당해.... 'ㅅ당해 업더혀 니다 아니대' <동국신독삼강행실도 열四,64>
ㅅ다을.... 'ㅅ당을 고 묻고져 더니' <동국신독삼강행실도 효~,1>

 

지금의 '양달', '응달'의 '달'도 '땅'의 뜻이다. '달고질'이란 말도 땅을 다지는 일을 뜻하는데 여기서의 '달'도 땅이다. '달'이 산(山)의 뜻으로 쓰였음은 지금의 '진달래'란 말을 보면 알 수 있다.

 

달(山)의 곶(꽃) > 달의 곶 > 다래곶 > 달래곶 > (진)달래꽃

 

'돋', '둗'의 소리가 '똥'까지 되었고, '둗'은 '덜'로 옮겨져 '더럽다'라는 말을 낳았다.

 

돋 > 돌 > 도 > 또 > 똥
둗 > 둘 > 덜
              덜+압다 > 더랍다 > 더럽다.
              둘+엄 > 둘엄 > 두엄

 

'기와' 15세기 말은 '디새'인데, 이 말은 '딧'(딛)에서 나온 말이다. '두더지'란 말도 땅과 관련이 있다.

 

둗(地)의 쥐 > 둗의쥐 > 두더지

 

즉 '두더지'란 말은 '땅 속의 쥐'란 뜻으로 붙여진 말이 변한 것이다.

 

 

'들'을 나타내는 옛 한자 지명

'들'은 옛날에 '드르'로 쓰인 예가 많다.

 

'드르레 용(龍)이 싸호아 <용비어천가. 69>
'먼 드르흘 지척(咫尺)만ㅎ.ㄴ가 ㅅ.랑ㅎ.노라' <두시언해. 七,23>   
'드르 교(郊) 드르 평(坪)' <훈몽자회. 상4>

 

'들'은 경음화해서 '뜰'이 되기도 했는데 지금은 이 말이 '마당' 또는 '정원'의 뜻으로만 쓰이고 있다. ''은 '달', '덜' 등의 음으로 옮겨가서 지금의 땅이름에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 달(月/達)... 달골(月谷), 달내(達川)
덜(切/寺)... 덜머리(切頭), 절골(寺谷)
돌(突/石)... 마돌(馬突), 돌모루(石隅)
둘(二)...... 갯둘(浦二)
들(野/梁)... 들말(野村), 너들(鷺梁)

 

달내는 '들의 내'란 뜻이고, 덜머리는 들머리이다. 마돌은 물의 들, 즉 물들(무들)과 같은 뜻이고, 돌모루의 돌도 돌(石)의 뜻이 아닌 '들'의 방언으로 붙은 예가 있다. 갯둘에서의 둘도 '들'이다. 너들은 너른 들(大野)의 뜻인데 노량(鷺梁)으로 음/훈차(音/訓借) 되었다. 양(梁)은 '들보'의 뜻을 가져 들보의 '들'과 음이 같아 들(野)의 뜻으로 이 한자가 취해지기도 했다. 
옛 땅이름에도 '들'은 여러 형태의 한자로 나타난다.          

 

無等山, 一云 無珍岳, 一云 瑞錫山.  
무등산은 무진악이라고도 하고 또 서석산이라고도 한다. <고려사. 권57>

 

馬靈懸, 本 百濟 馬突, 一云 馬珍, 一云 馬珍良.
마령현은 원래 백제의 마돌인데, 마진 혹은 마진랑이라고도 한다. <고려사. 권57>

 

鎭安縣, 本百濟, 難珍阿縣, 一云 月良縣.
진안현은 본래 백제의 난진아현인데, 달리 월랑현이라고도 한다. <고려사. 권57>

 

고 양주동님은 광주의 옛이름 무등, 무진은 이 고을의 진산에 붙은 이름으로, 이것은 '무'(무돌)의 표기이고, 이 산의 바위가 기이해서 서석이란 이름으로도 되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백제의 땅이름에널리 보이는 영(靈), 돌(突), 진(珍), 월랑(月良) 등은 모두 '들'을 일컫는다고 하였다.

 

들: 等
달(들): 月
돌(들): 珍, 突, 石

 

즉 '들'이 '달'이나 '돌'의 음으로 옮겨져 이것이 훈/음차 되어서 위와 같은 한자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글/지명연구가   배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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