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보*공유/뫼이름들~

피를 많이 흘린 피아골

by 마루금 2007. 3. 16.

 

 

 

피를 많이 흘린 피아골

피아골....... 이 이름이 설사 피밭골에서 나왔다고 할지라도 사람들은 6.25 동란을 전후해 적의 주력부대 거점이 된 이 곳에서 아군과 공비간의 피아간에 치열한 격전을 벌여 '피'를 많이 흘렸다는 점에서 땅이름과 역사적 상황이 맞아떨어진 점을 강조하며 '피아골'은 '피의골'이라고 말하고도 있다.

 

한국 땅이름학회의 김기빈님은 그의 저서 <한국 지명의 신비>에서 피아골은 피난지로서 '피하는 골'의 뜻으로 말하는 이도 있다고 했다. 피는 밭곡식으로 비교적 구황농물(救荒農物)에 가까운 농산물인데 이와 관련된 땅이름은 거친 산지나 경사지인 곳에 많이 퍼져 있다고 하였다.

 

피를 많이 가꾸는 북한에선 이에 관련된 땅이름이 많다. 함북 청진시의 직하동(稷下洞), 함남 정평군 정평면의 직상리(稷上里), 황해도 평산군 남천읍의 직하리(稷下里), 평산군 안성면의 직동(稷洞), 황주군인교면의 직현리(稷峴里) 등. 황해도 안악군에는 재령강의 지류인 피내(稷川)가 있는데 그 유역은 밭농사가 성한 곳이다.

 

강원도 영월군 중동면의 '피골'은 한자로 '직동'(稷洞)이다. 경북 청송군 안덕면 성재리에는 '핏골'(稷谷)이 있고, 이 마을의 위쪽과 아래쪽에 각각 '웃핏골', '아릿피골'이라는 골짜기가 있다. 웃핏골에는 또 '웃핏골재'라는 고개도 있다. 경기도 광주군 오포면 능평리에도 '피야골'이란 골짜기가 있는데, 역시 피(稷)의 골짜기란 뜻이다. 경북 예천군 호명면의 직산리(稷山里)는  피실(稷谷)과 가내미(良山)를 합쳐 그 두마을에서 한 글자씩을 따서 만든 지명이다.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직전리(稷田里)도 피내(稷川) 마을과 발전(鉢田) 마을을 합쳐 이룬 이름이다. 같은 군 임계면에 직원리(稷院里)가 있는데 조선시대에 '피원'이라는 원집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피원 마을 남서쪽에'늙은피'(老稷洞)라는 이상하게 들리는 피 관련의 땅이름이 있다. '피밭'(稷田)이라는 땅이름은 경남 하동군 북천면을 비롯하여 여러 곳에 있다.

 

 

피와 관련없는 핏재

피와 전혀 관련이 없는데도 '핏재'라고 붙은 곳이 있다. 충북 단양군 대강면의 핏재(稷峙)마을이 그 한 예인데, '피티'로 불리는 곳이다. 이 마을은 빗재(血峙) 밑에 있어 '빗재'로도 불리는데, '핏재'는 '빗재'가 격음화한 것이다. '핏재'는 '피(血)의 재'처럼 느꼈던지 한자로 혈치(血峙)가 되었다.이 혈치는 다시 '설치'(雪峙)로 구개음화 되어 핏재 마을에서 단양읍 가칠미(佳山里)로 넘어가는 고개 이름으로 붙어있다. 들은 '설치'의 설(雪)이 '피'에서 나온 이름이라 하지 않고, 고개가 높고 응달져서 눈이 잘 녹지 않아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고 있다. 이 고개는 '피티재'로도 불린다.

 

빗재 > 핏재 > 피티재
빗재 > 핏재 > 血峙 > 雪峙

 

'빗재'는 '빗긴(斜) 재'의 뜻이다. 충북 보은군 내속리면 묘막리의 '피앗재'(稷田峙)는 '피밭재'의 변한 이름이다. 이 마을은 원래 세 집밖에 없었는데 6.25 동란으로 피난민이 와서 늘어났다. 이 때문에 '피왓재'는 '피앗재'라면서 피해 왔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라고 말하고도 있다.

 

 

위례성에서 직산까지

충남 천원군에서는 직산면(稷山面)이 있다. 직산은 고려시대에는 천안부에 딸린 현이었고, 조선시대에는 군으로 올라서기도 했다. 이 직산이란 이름에 대하여 정인보(鄭寅普)님은 그의 저서 <조선사 연구> (1936년)에서 위례성이 옮겨진 이름이라고 하였다. 즉 직산의 옛이름이 사산(蛇山)인데, 사산은 원래 백제의 위례성으로 위례성은 '구레재'의 이두 표기이므로 '구레'를 '구렁이', 즉 뱀으로 보아 사산이 되었는데 사산은 다시 '비암재'로 굴러 여기서의 '비'가 '피'(稷)로 옮겨지면서 직산이 되었다는 것이다.

 

위례성(위례재)= 구레재(구렁이재)
구렁이재=비암재
비암재 > 비아재 > 피아재(피재)= 직산(稷山)

 

직산이 위례성에서 나온 이름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으나 어떻든 위례성과 직산이 서로 연결된 이름이라고 하는 주장은 자못 우리의 흥미를 끈다. 어떻든 '피'는 우리말의 여러가지 뜻을 담아서 땅이름에 직(稷)자가 많이 들어가게 하였다. 벼를 가꾸는 논에 불청객으로 섞여들어서 벼의 발육을 저지하여 해를 끼치는 이 피가 땅이름에서는 도리어 다른 불청객을 맞아들여 이 땅 곳곳에 퍼져 있는 것이다.


글/지명연구가   배우리

728x90
728x90

'정보*공유 > 뫼이름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들골에서 절골로 변한 지명...  (0) 2007.03.31
들이름이 그대로 마을이름이 되기까지...  (0) 2007.03.31
피아골 본래의 뜻은...  (0) 2007.03.07
피아골 관련  (0) 2007.03.06
빛깔에 관련된 마을  (0) 2007.03.0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