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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뫼이름들~

피아골 관련

by 마루금 2007. 3. 6.

 

 

피아골 속의 마을들

전남 구례군 토지면의 외곡리는 지리산 피아골의 관문이다. 경남 하동에서 섬진강을 따라 19번 국도를 타고 북서쪽의 구례로 달리다가 화개 장터 앞을 지나 2Km쯤 더 간 곳이 외곡 마을이다. 여기서 섬진강의 큰 물줄기와 헤어져 북쪽에서 흘러내려오는 연곡천의 물줄기를 따라 오르면 피아골의 긴 골짜기가 주위의 갖가지 풍경을 펼쳐보이며 산길을 안내한다.

 

목아재와 촛대봉이 반원형으로 터 준 골짜기를 오르면 양쪽 산기슭에 옹기종기 붙은 집들이 외진 산길의 적적함을 덜어 준다. 작은 마을이지만 군데군데 집들이 모여 있어 아직은 골짜기의 초입임을 느끼게한다. 기촌 가락골, 중터, 조동 등의 마을들이 차례로 나타난다.

 

연곡천의 물은 계곡을 계속 씻는다. 바위를 씻어내고, 냇바닥을 깎아대며 골짜기를 더욱 우묵하게 만든다. 오른쪽의 긴 등성이는 촛대봉의 줄기, 이 줄기가 전남과 경남을 갈라놓았다. 옛날부터 두 도의 사람들이 짚신을 끌고 오가던 가느다란 길줄기들이 등성이를 나란히 얽어 이 산줄기에 여러 개의 고개를 만들어 놓았다. 느랏목, 뒷골재, 새끼미재 등. 목아재를 감돌아 산길을 비스듬히 꺾으면 내서리의 원터(院基)에 닿는다. 조선시대 때 여행하는 사람을 위해 인가가 드문 이 곳에 집을 지어 놓고, 숙식을 제공하던 원집이 있었다는 마을이다.

 

여기서부터 연곡천의 물은 한결 가팔라진다. 신촌(新村)마을을 왼쪽에 끼고, 대동리의 죽몰(竹里)를 거쳐 더 오르면 평도(坪道)마을에 이른다. 이 마을 앞에 논이 좀 보인다. '평도들' 또는 '평지들' 이라고 하는데, 이 이름이 붙은 걸 보면 이 좁은 산골짜기에선 그것도 꽤 넓어 보였던 것같다. 이 마을 북동쪽에 '도장골'이 있다. 연곡사 밑에 불도를 닦는 도장(道場)이 있었다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제비가 가르쳐준 절터

연곡사는 공원관리사무소를 조금 지나 조금 더 오른 위치에 있는 절이다. 신라 진흥왕 5년(544년)에 연기조사가 창건하고, 조선 인조 때 소요대사가 중건하였다는 절. 임진왜란과 6.25 동란으로 불에 타버린 것을 뒤에 다시 지은 것이다.

 

연곡사라는 이름은 제비가 가르쳐준 자리에 법당을 지었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연기조사가 여기 와서 산수 지리를 보고 있을 때 지금의 법당 자리는 큰 연못이 있었다고 한다. 연기조사가 그 연못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 연못 한가운데의 물이 소용돌이 치고, 제비 한 마리가 날아갔는데 연기조사가 그것을 보고, 연못을 메워 법당을 지었다는 것이다.

 

지금 경내에는 동부도(東浮屠)와 북부도(北浮屠)를 비롯해서 보물 4점이 보존 되어 있다. 여기서 40분쯤 오르면 피아골을 만난다. 마을의 한자 지명은 직전(稷田). 피아골 골짜기를 직전계곡(稷田溪谷)이라고도 한다.

 

오른쪽으로 통꼭봉(통꼭지)이 보이는데 그 북쪽 등성이가 불무장등(不無長嶝)이다. 오른쪽의 불무장등이 아닌, 왼쪽의 노고단 방향을 따라 올라야 피아골 산장에 이르게 되는데 그 산길 중간에 유명한 삼홍소(三紅沼)가 있다.

 

 

마음까지 붉게 하는 삼홍소

지리산 대표적 골짜기의 하나인 피아골은 철마다 우리의 눈을 홀려 놓는다. 봄철의 연분홍 진달래가 그러하고, 여름의 짙은 녹음이 그러하다. 가을의 단풍과 겨울의 눈꽃도 우리 눈을 이 곳에 묶어 놓는다. 그 중에서 가을 단풍이 절경이다. 산이 붉게 타서 산홍(山紅)이고, 단풍이 물에 비쳐 수홍(水紅)이며, 그 품에 안긴 나그네의 옷도 마음도 붉게 물들어서 인홍(人紅). 이러한 삼홍(三紅)의 절정을 이루는 곳이 질매재 남동쪽의 삼홍소다. 그래서 또 다른 이름으로 홍류동(紅流洞)이라고 하지않는가.     

 

가을에 붉은 단풍
봄꽃 보다 고와라.
천공(天公)이 나를 위해
뫼빛을 꾸몄으니,
산도 붉고 물도 붉고
사람마저 붉어라.

 

남명 조식이 쓴 이 '삼흥소'의 시를 읊어보면 읊는 이의 마음까지도 붉어질 듯하다.


글/지명연구가   배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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