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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뫼이름들~

돌과 관련된 산이름

by 마루금 2007. 2. 6.

 

 

밥에 바위가 들었다 ?

돌은 인간의 생활과 떨어질 수 없다. 원시사회에선 자연석 그대로가 먹이를 구하는 연장이 되었고, 오늘날에 와서도 돌은 훌륭한 건축자재등으로 요긴하게 이용된다. 우리나라 산에는 거의 어느 곳에나 돌이 있다. 냇가의 작은 돌로 남아 물살에그 몸을 깎이는 것이 있는가 하면 산마루에 어마어마하게 큰 돌로 남아 전체의 위엄을 과시하는 것도있다. 벼의 낱알들 틈에 보일 듯 말 듯 섞인 것도 돌이고, 큰 산의 덩어리 하나를 이루어 놓은 것도 돌이다. 여기 쌀알 속에 섞인 돌을 바위에 비긴 재미있는 노래 하나가 있다. 제목은 '바위타령'이다.

 

"배고파 지어논 밥에 / 뉘도 많고 돌도 많다 / 뉘 많고 돌 많기는 / 임이 안 계신 탓이로다.
그 밥에 어떤 돌이 들었더냐 / 초벌로 새문안 거지바위 / 문턱바위. 둥글바위 / 너럭바위, 치마바위

(이하 바위 이름 6개 생략)

 

동교(東郊)로 바위, 갓바위 / 동소문 밖 덤바위 / 자하문 밖 부침바위 / 백운대로 결단(決斷)바위,
(이하 바위 이름 61개 생략)

 

도로 올라 한양 서울 / 경퇴(景退)절 법당 앞 개대바위

서강(西江)의 농바위같은 돌맹이가 / 청대콩 많이 까 둔 듯이 / 드문듬성히 박혔더라

그 밥을 겉복을 치고 / 이를 쑤시고 자세 보니 / 연주문 돌기동 한 쌍이 / 금니 박히듯 박혔더라.
그 밥을 다 먹고 나서 / 누른 밥을 훓으랴고 / 솥뚜겅을 열고 보니 / 해태 한 쌍이 엉금엉금"

 

이 바위타령은 약 100년 이전부터 전래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배고파 지어논 밥에 뉘도 많고 돌도 많다. 그 밥에 어떤 돌이 들었더냐 하고는 갑자기 바위로 바뀌면서 '너럭바위', '치마바위'... 식으로 읊어 나간다. 뒤에 여미는 대목에  연주문 돌기둥이니, 해태 한 쌍이니 하는, 지나친 과장이 재미있다. 밥알 속의작은 돌을 바위나 돌기둥 따위로 비기면서 듣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못 참게 하는 민요이다.

 

 

돌 관련 산이름 수두룩

우리 조상들은 바위 이름을 잘도 붙였다. 바위타령에 나오는 바위 이름들 처럼... 어느 산의 한 바위가 유명해지다 보면 산이름을 아예 그 바위 이름으로 대신해버리기도 한다. 전북 정읍의 갓바우산(笠岩山: 입암산), 대전 근처의 말바우산(馬岩山, 223m), 경남 의창의 호암산(虎岩山,308m) 등이 모두 그 예에 든다.

 

바위암(岩)자를 보면 산(山)과 돌(石)이 합해진 형태이다. 아니 돌 자체가 산을 떠 이고 있다. 결국 돌이있어야 산이 되는 셈이다. 바위는 산을 이루어 주고 또는 그 이름을 낳아 주기까지 한다.  

 

그래서 바위암(岩)자가 들어간 산들이 많다. 불암산(佛岩山, 507m : 서울-경기 남양주), 관암산(冠岩山/갓바위산, 충남 공주-대전,562m), 용암산(龍岩山: 경북 안동-영주, 450m), 굴암산(屈岩山: 경남 김해-진해, 551m), 대암산(강원 인제, 1091m), 덕암산(德岩山:경남 창녕-밀양, 544m), 백암산(白岩山: 경북 울진, 1003m) 등.

 

돌석(石)자가 들어간 이름도 적지 않다. 수석봉(水石峰: 경북 영일-영천, 820m), 천석봉(天石峰= 천석내기: 경북 경산-청도, 660m), 연석산(硯石山: 전북 진안-완주, 623m),  세석산(細石山=잔들: 경남 함양-산청),  황석산(黃石山: 경남 함양, 1190m),선석산(서진산: 경북 성주, 742m) 등.

 

그리고 더러는 돌로 성을 쌓았거나 단을 만들어 석(石)자가 취해진 석성산(石城山: 경기 용인, 422m), 석단산(石壇山 = 돌단산, 돌담산: 경북 상주,212m) 같은 산도 있다. 경북 경주의 단석산(斷石山, 827m)은신라 김유신이 이 산에 들어가 난승(難勝)이라는 노인으로부터 검술을 배우고, 그로부터 받은 보검을 시험삼아 바위를 치자, 그 바위가 갈라졌다고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道', '珍'도 '돌'을 나타내..

(참조: 옛글 모음자의 "아래아"와 "반시옷"을 표식하지 못하므로 그 부분은 적색 처리 하였슴)

산이름에 도(道/都)자가 들어간 것 중에 '돌'과 관련 있는 것이 있다. 경기도 양주군의 도락산(道樂山,441m)도 돌과 유관한 이름으로 보고 있다. 

 

산 >돌앗산 >도랏산 > 도락산  

 

이와 똑같은 이름의 산이 충북 단양에도 있는데, 높이 964m로 '돌압산'이라고 하여 도락성(道樂城) 또는 독락성(獨樂城)이라고도 한다. 이 산에 돌로 쌓은 성이 있다. 비슷한 산이름에 도라산(道羅山, 155m)이있다. 경기도 파주의  장단면과 군내면 사이. 높이는 그리 높지 않으나 조선시대에 봉수대를 설치했을 만큼 이 근처에서는 내노라 하는 산이다. 

 

산 > 돌아산 > 도라산

 

충남 부여 석산면은 원래 백제의 진악산(珍惡山)현인데, 신라 통일 후에 석산(石山)현으로 바뀌었다. 진악산이나 석산은 다 같이 '돌산'의 뜻으로 이해되고 있다. 

 

진(珍)=돌
珍(돌)+ 惡(앗)+ 山(산)

 

진악산은 결국 '돌앗산'(돌악산)으로 뒤에 개칭된 이름 석산(石山)으로 봐서, '돌의 산'이란 뜻이 명백해진다. 경남 거제군의 속현이던 진성(珍城)현의 삼국시대 땅이름 '므들이'(무돌이)가 매진이(買珍伊)현으로 표기하는데 많이 이용되었다. 광주의 무등산(無等山, 1187m)을 무진악(無珍岳) 또는 서석산(瑞石山)이라고도 했는데 이들 이름에서의 등(等), 진(珍), 석(石)이 모두 '돌'을 나타내고 있다.

 

고 양주동 님도 광주시의 옛이름 무등(無等), 무진(無珍)은 '무', '무돌'로 이것이 서석(瑞石)으로 옮겨졌다고 하였다. 전북 진안군 마령면의 옛 땅이름인 마진(馬珍), 마돌(馬突)을 봐도 진(珍)과 돌이 대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글/지명연구가   배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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