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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뫼이름들~

부리와 삼각산(三角山)

by 마루금 2006. 12. 28.

 

 

 

'부리'와 '뿔'은 친척말

(참조: 옛글 모음자의 "아래아"와 "반시옷"을 표식하지 못하므로 그 부분은 적색 처리 하였슴)

산을 자주 찿다 보면 '묏부리'(뫼뿌리), '굼부리', '갓부리'와 같이 '부리'가 들어간 이름들을 더러 볼 수있다. 이 경우는 '부리'는 봉우리의 뜻이 된는데, 이 말은 오래 전부터 씌어 온 듯하다. 정약용의 <아언각비>에는 이 '부리'에 대하여 이렇게 설명해 놓고 있다.

 

"우리나라의 훈몽(訓蒙) 책을 보면 산(山)을 다만 산봉우리라 하고, 방언으로 '부리'라고 한다.

"東俗訓蒙 山只有峰 方言曰不伊 <아언각비 권2>       

 

"... 날카로운 칼날(鋒)과 같은 봉우리를 봉(峰)이라 하는데 오늘날 모두 그 뜻을 '부리'라고 한다."
 ...銳作鋒者爲峰 今竝訓之爲峰可乎比訓云不伊 <아언각비 권2>

 

'부리는 새 또는 짐승의 주둥이나 물건의 끝이 뾰쬭하게 된 부분의 뜻으로도 쓰인다. 이를 보면 '부리'가 원래 뾰쬭하게 솟은 부분을 뜻했음이 확실해진다. 지금의 말 중에는 '부리'와 아주 가까운 '뿔'(角)이라는 낱말도 짐승의 머리에 뾰쪽하게 솟은 부분이어서 나온 것이다. '뿔'은 '불'이 경음화하여 된 말임을 여러 옛 문헌을 통해서도 알수 있다.

 

 

어원 공식의 활용

우리가 지금 쓰는 낱말 중에는 '가리', '다리', '마리'와 같이 끝 음이 '리'로 된 것이 많다. 이러한 낱말들에서 끝음절 '리'를 떼어버리고, 대신 자음의 'ㄹ'을 앞음절의 받침으로 붙여 보면, 그 낱말의 어원 또는그 어원에까운 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 이렇게 하면 '가리'는 '갈', '다리'는 '달', '마리'는 '말'이라는 음을 얻게 되는데, 이 갈, 달, 말이 그 낱말의 어원(또는 옛말)이 된다. 이것이 하나의 어원 공식이다. 이런 식으로 풀 때, '부리'는 '불'이라는 음을 얻을 수 있는데 이 '불'이 바로 '부리'의 어원이거나 그 어원에 가까운 옛말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원을 찿는데 한 가지 공식에 머물러서는 않된다. 예를들어 위의 공식에 의해 나온 '불'을 또 다른 공식에 풀어 나아가야 한다. '불'과 같은 말의 경우엔 'ㄹ'받침을 'ㄷ'받침으로 바꾸어 보는 것도 그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ㄹ' 말음(末音)은 대개 고어에서 'ㄷ' 받침에 가까운 음이었기 때문이다.

 

(낟악)나락
낟: "나디 밭셔 남과 같알세" <석보상절 6/19>
낟: "낟곡" <훈몽자회 9하/3>

 

구지담(구짇 + 암)구지람(꾸지람)
구지다: "모진 이브로 구지드며" <월인석보 17/84>
구지돔: "구지돔 모시니" <월인천강지곡 77>
구지럼: "상녜 구지럼 도로" <석보상절 19/30>

 

따라서 '불'을 '붇'의 음으로 거슬러 올릴 수 있는데 이 '붇'이 뿌리말 또는 그에 가까운 음이 되는가 하는 것은 또다시 다른 관련/친족어를 참고하고, 나아가 우리말과 한 계통을 이루는 이웃나라의 말도 살피는 겻이 중요하다.

 

 

부리'의 뿌리말

'불', .부리.의 관련어로 생각되는 것에는 다음과 같이 있다.

 

[명사에서] 

불: 부룻(무더기로 놓인 물건의 부피), 부루퉁이(불룩하게 내밀거나 솟은 물건)
북: 북(식물의 뿌리를 싸고 있는 흙  *북주다)
벋: 버덩(높고 편편하고 풀만 난 땅)
받: 바닥(물건의 밑이 되는 부분)

 

[동사에서]
받: 받다(突), 박다(內入)
벋: 벋다, 뻗다(進出)
붇: 붇다, 붓다, 붙다
발: 바르다(粘)
벌: 벌다(發), 벌이다(列/展)
불: 불다(吹), 부르다(* 배가 부르다), 부르다(唱/呼), 부르트다

 

[부사에서]
받: 바짝
붇: 부쩍부쩍
북: 듬뿍, 담뿍
불: 불쑥 불끈, 더불어

  
이렇게 볼 때, 이 계통 낱말의 조어형(祖語形)은 '붇', '받', '벋'이라 할 수가 있다. 땅에 관련한 이 계통
낱말의 파생 과정은 다음과 같이 잡아볼 수 있다.

 

받: 받+앗 > 바닷 > 바닥
발: 발 > 밝 > 박/팍(頭)
벋: 벋+엉 > 버덩
븓: 벋 > 믇 > 빋 > 빗
블: 븓 > 블 > 브리 > 부리(峰)

 

'받'은 원래 '머리'의 뜻이다. 이 '받'은 몇천 년을 내려오는 동안 많은 관련어를 낳아 놓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문자가 없어 모음의 구분 개념이 확실하지 않았던 오랜 옛날엔 '받'이 '벋'이나 '붇'의 음에 가까운 음이었을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서정범 님은 '부리'(嘴/口)의 어근은 '불'로서 그 조어형이 '붇'이라 하고있다. 부리가 입의 뜻이기도해서 '부르다', '불다' 등의 동사가 나왔다고 하고있다. 그래서 거짓말의 사투리인 '거짓부리'의 부리가말(嘴:취)의 뜻을 지니고 있다는 예도 곁들이고 있다.
  
'말발이 서지 않다'(말발)
'글발이 좋지 않다'(글발)
'젖을 빨다.(발다 > 빨다)

 

위에 나온 낱말들에서 '발'이 모두 입(口)과 관계되는 것으로 보아, 이 '발'의 조어형인 '받' 역시 입 또는 그와 관련된 뜻을 가졌음을 짐작케 하고 있다. 아이누어에 '바시'(嘴/口), '발'(口), '부리'(癖:벽) 등이 있는 것을 보면 '받'계통의 말이 일본으로 건너 갔음을 말해 주고 있다.

 

 

'부리'는 '角'이 되기도...

'받'이 원래 머리(頭)나 부리(嘴)의 뜻이기는 하지만, 이 계통의 땅이름에서는 산(山)이나 봉우리의 뜻으로 나타나 있는 것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부리'인데, 한자로는 근(根), 각(角), 봉(峰) 등이 되어 전국에 많은 산이름을 깔아 놓고 있다.

 

인천 강화도 교동면은 삼국시대에 고목근(高木根)현인데, '달부리'(달ㅇ,불)로 유추되고 있다. 고(高)는 옛지명에서 그 훈이 '달'로 되는 경우가 많고, 목근(木根)은 뿌리(옛말은 불휘 > 부리)여서 이런 유추가가 능하다.  따라서 고목근은 '산봉우리'의 뜻에 해당한다. 고목근의 딴 이름은 달을참(達乙斬)인데, '달을'은 '달(山)의'의 뜻으로, 참(斬: 버힐 >벨)을 '불'의 음으로 풀면 이 역시 '달부리'로의 유추에 합치된다. 이 곳의 현재 지명 교동(喬洞)의 교도 고(高)의 오기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도 양평군의 일부로 들어간 양근(楊根)은 '얃블'로 보는데 '얃블'이 '낮은 벌'의 뜻인지 '낮은 봉우리'의 뜻인지는 알기가 어렵다. 통일신라시대에 사진주(沙津州)의 한 지명인 모량부리(毛良夫里. 물불?=물과 불의 근원이란 뜻인 듯)가  무할(無割)현이라는 딴 지명으로 나오는 것을 보면  할(割)도  그 훈이 '버힐'이어서 '불'의 음을 취하는 데 이용한 듯하다. 그러나 '물불'은 '물벌'(水原)의 뜻일 가능성도 있다.

 

'부리'는 한자로 '각'(角)이 되기도 했다. '부리'의 원래 음이 '불'이고, 이 '불은' 된소리로 '뿔'이 되었던 것이다. '뿌릿개', '뿌리터', '뿌럼'(뿔럼) 등의 토박이 땅이름이 한자로 각계(角溪: 경북 청도군 이서면),각기(角基: 충북 단양군 적성면), 각이(角耳: 전남 영광군 낙월면) 등이 되어 이명(里名)으로 남아 있다.

 

 

삼각산은 '세 부리'의 뜻

삼각산(三角山=北漢山 :836m)의 '각'도 '부리'를 뜻하는데, 여기서 삼각(三角)은 '세 봉우리'의 뜻으로 백운대(白雲臺), 인수봉(仁壽峰), 만경대(萬景臺=望景臺)를 가르킨다. 망경대의 옛이름은 국망봉(國望峰)인데, 이 이름은 태조 이성계의 명을 받은 무학대사가 이 봉에 올라 나라 다스릴 터를 살펴보았다는데서 유래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 산은 일명 화산(華山)이라고도 하는데, <둥국여지승람>에는 서울의진산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신라 때에는 부아악(負兒嶽)으로 칭하기도 했고, 세조 때 집현전 직제학인 양성지(梁誠之)는 이 산을 중악(中岳)이라 하자는 진언을 하기도 했다. 또 우이동 쪽에서는 백운대와 인수봉이 마치 소의 귀처럼보이기도 해서 그 곳에선 '귀봉'이라 하기도 했다. 지금의 서울 도봉구 우이동의 우이(牛耳)는 바로 '쇠귀'를 한자로 옮긴 것이다. 그러나 '세귀'(세 봉우리)에서 나온 것으로 보는 이도 있다. 여기서의 '세귀'도 한자로 '삼각'(三角)으로 옮길 수 있을 것이다. 삼각산의 세 봉우리는 서울 쪽보다 양주 쪽에서 더욱 뚜렸이 나타난다.

 

지금은 이 산이 북한산으로 더 잘 알려져있으나, 옛 지도에는 거의 모두 삼각산으로 나타나 있다. 조선 초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동국팔도대총도: 東國八道大總圖>에도 삼각(三角)으로 나타나 있고,<경도도: 京都圖: 숙종37년 이전> 등에도 모두 삼각산으로 표시해 놓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어느 지도에나 세 봉우리를 크고 뚜렸이 나타내어 봉우리가 셋이라는 것을 강조한 점이다.


글/지명연구가   배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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