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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뫼이름들~

매와 같아서 매봉이라...

by 마루금 2006. 12. 1.

 

매와 같아서 매봉이라 ~

매봉(응봉): 서울 성동구 금호동, 옥수동, 용산구 한남동 경계에 있는 산이다. 산이 높고 빼어났는데 임금이 사냥할 때 이 곳에서 매를 놓아 꿩을 잡았으므로 매봉 또는 한자명으로 응봉(鷹峰)이라 함.

종로구 와룡동, 삼청동, 성북구 성북동 경계에 있는 봉우리. 창덕궁의 주봉이 됨. 봉우리 모양이 특하게 생기었으므로 매봉 또는 응봉이라 함.

 

한글학회에서 펴낸 <한국지명총람>의 서울편에는 매봉에 대하여 이렇게 적고 있다. 은 매(鷹)를 놓은 산이어서 매봉이라 했다는 것이고,  ②는 봉우리의 매와 같아서 매봉이라 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어떤 지명이거나 그것을 현재의 말로서 뜻을 맞추는 것은 크게 삼갈 일이다. 우리말의 변천과정및 지명정착 과정을 이해하는 사람이면 '매'나 '응'(鷹)자가 들어갔다고 해서 매와 관련이 있다거나 '숯'이나 '탄'(炭)자 들어갔다고 해서 숯과 관련이 있는 양 간단히 지명 유래를 설명하려하지는 않는다.

물론 '매봉'이 매 때문에 생긴 지명일 수도 있다. 전설이 아닌 매와 관련한 어떤 역사적 사실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명은 어떤 사실이나 전설 하나로 어느 누구에 의해 쉽게 이렇게 바뀌고, 저렇게 고쳐지는 홀이름씨가 아니라는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전국에는 매봉 또는 응봉이라 하는 산이 무척 많다. 서울만 해도 10여 곳의 크고 작은 산에 이 이름의 산이나 봉우리들이 있다.

 

 

대개의 산을 그냥 '매'라고만 불러 . . .   

산이름에 '매'가 많이 들어간 것은 어떤 까닭에서일까? 산에 매가 많아서일까, 아니면 매나 매의 부리 같은 봉우리가 흔해서일까? 답을 구하기 전에 먼저 지금까지의 산이름이 대개 어떤 과정을 거쳐 정착되었나 하는 것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조상들은  농경 민족으로 대개 한 곳에 모여 취락을 이루고 살았다. 한 곳에 붙박여 땅을 일구어 작물을 가꾸고, 어떤 외부적 여건 변화가 없는 한 대개 한평생 그 곳에 정착해 살았다.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눌러앉은 땅에서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자기가 사는 그 한 고장 산천에는 익숙했지만 다른 고장은 잘 알지 못했다. 또 굳이 알 필요가 없었다.

 


앞에는 들과 내, 뒤에는 산.

이것이 어느 고장이나 갖는 마을 주위의 공통적인 지형이다. 먹을 것은 앞들에서 농사지어 얻었고, 땔감은 뒷산에서 마련했다. 이 경우 들이나 내(川) 이름이 필요하고, 산 이름이 필요하겠는가?  주위의 어디를 가리킬 때  '들', '내', '산' 같은 보통명사로 족했고, 무슨 들, 무슨 산 하는 식의 지칭이 크게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굳이 가려서 쓸 필요가 있을 땐 '큰'이나 '작은' 같은 '어떠한'에 해당하는 말을 앞에 붙여 쓰면 되었다.

 

 

'말'에서 '매'가 되기까지 . . .

'산'은 이 땅에서 한자어 가 널리 자리잡은 뒤에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명사이고, 원래 '뫼'라고 하였음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뫼'는 '모이'가 줄어 된 말이고, 이 '모이'는 '모리'가 변한 말이다. '모리'는'몰'의 연철이고, 이 '몰'은 더 오래 전에 '말'이었음이 문헌에 나온 다른 옛 지명, 인명, 관명 등을 통해서 알 수가 있다.

원래 꼭대기(宗), '위'라는 뜻의 '말'은 '뫼'라는 말 이 외에도 '마루'(산마루, 등성마루), '머리', '마'(頭/首 지금도 짐승의 수를 셀 때 한 마리, 두 마리 하는 식으로 '마리'가 쓰이고 있다.) 등 많은 말을 낳아 놓았다.

 

말 > 마리 > 머리(頭)
말 > 마르 > 마루(宗/上)
말 > 몰 > 모리 > 모이 > 뫼(山)

 

'마리 우희 가치 삿기치니' <월인천강지곡> 61 (마리=頭)
'마리와 손톱과를 바혀 주신대' <석보상절> 6-44 (마리=髮:발)
'마리가족(頭皮) 마리털(頭髮)' <한청문감> 145

 

어떻든 '말'은 꼭대기란 뜻의 옛말임이 분명하여, 이 말은 지금의 '뫼'의 조상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뫼'는 '메' 또는 '매'로 발음될 수 있다. 따라서 '매'는 그 자체로 '산'(山)의 뜻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말'이 '매'로 됨은 'ㅏ-ㅐ'의 우리 한국어의 일반적인 모음 변천과정을 보면 더욱 이해가 빠를 수 있을 것이다.

(참조: 옛글 모음자의 "아래아"와 "반시옷"을 표식하지 못하므로 그 부분은 적색 처리 하였슴)

 

갈 > 가리 > 개(浦)
날 > 나리 > 내(川)
삳 > 사이 > 새(間)

(小) > 아시 > 아희 > 아이 > 애(小兒)
잣(城=산) > 자이 > 재
말(上/宗) > 마리 > 매
  > 바리 > 배(달 - 배달)


글/지명연구가     배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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