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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뫼이름들~

'할미'를 취한 땅이름들...

by 마루금 2006. 11. 10.

 

 

노고산(老姑山)

노고산은 서울 마포구(106m)를 비롯하여, 충남 공주 정안면-연기 전동면(235m), 서천 마산면-부여 충화면(229m), 경북 성주 수륜면-고령 덕곡면(440m), 이 밖에도 경기 양주 신도읍-장흥면, 안성 일죽면-이천 설성면, 시흥 소래읍-부천 범박동, 충북 영동 양산면, 전북 무주 적상면, 무주 무주읍-부남면, 경북 영천 신녕면, 경남 합천-경북 고령, 황해 곡산군 등에 있다.

 

서울의 노고산은 한양(漢陽)의 서쪽 끝에 있는 산이라 하여 한미산(漢尾山)이라 하던 것이 음이 바뀌어 '할미산'으로 되었다가 한자로 노고산이 되었다고 하고 있다. 공주의 노고산은 정안면 어무실(於勿里)쪽 산꼭대기에 할미당이 있어 할미산이 되었다고 하고 있다. 어무실 근처에 할미당고개가 있는데 '어무'라는 마을 이름도 할미와 관계있는 '어미'에서 나왔다고 한다. 서천의 노고산은 봉우리가 늙은이처럼 굽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할미봉(老姑峰)

할미산(노고산)이나 할미봉(노고봉) 중에는 '할미'와 관련 없이 '큰 뫼'의 뜻인 '한미'가 변해서 된 것이많다. 그러나 향토지에는 '할미'와 관련지어 설명해 놓은 것이 많다. 강원 양양 서면의 오대산에도 할미봉(老姑峰)이 있는데 이 봉우리가 마주 보이는 곳에 할아비봉(祖峰/ 1183m)이 있다. 노고봉은 경기 광주 도척면-용인 모현면(579m), 충남 대덕 산내면-충북 옥천 군서면(430m) 등에도 있다.

 

 

노고단(老姑壇)

지리산 노고단이 있다. 행정상으로는 전남 구례군 토지면과 마산면의 경계가 되는데 높이 1506m이다. 단(壇)은 '높게 만든 자리' 또는 '흙이나 돌로 쌓아 올린 제터'의 뜻이다. 산봉(山峰)의 이름 중에는 노고단, 참성단(塹星壇)처럼 '단'자가 붙은 것이 더러 있는데 산꼭대기가 평탄해서 멀리서 보면 마치 제단과 비슷한 지형으로 보일 때 이런 이름이 붙기도 한다.  경기 강화 화도면의 참성단은 마니산 위에 있어서 단군을 모시는 제단이었던 곳이라고 전해 오는데, 지리산의 노고단도  신라시대부터 산신에게제사 지내던 산신단이 있던 곳이라고 전해진다.

 

그러나 서울의 장충단(奬忠壇), 사직단(社稷壇), 선농단(先農壇) 등은 산이나 봉우리가 아니고, 각각 조선시대의 충신, 태사(太社), 단군 등을 모시는 제단일 뿐이다.

 

노고단은 우리말로 '할미단'이 되는데 이는 도교에서 온 말이다. 할미는 국모신인 서술성모(西述聖母)말하며, 선도성모(仙桃聖母)라 하여 여신으로 숭배한 일이 있는데 바로 이 성모를 말한다. 노고단은 지리산을 지키는 여신 마고할미(선도성모)가 도승 반야(般若)를 기다리다 죽은 곳에 그 제사를 지내기위해 단을 쌓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마고할미성/할미성(麻姑山城/老姑城/麻城山)

예로부터 우리나라에는 산 속에 산성을 지켜주는 마고할멈이 있는 것으로 믿어왔다. 민간신앙으로 성벽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기원하는 의식도 행해졌는데 '할미성', '마고산성'이란 이름이 이러한 연유에서 나오기도 했다. 경기 용인 구성면과 포곡면 사이에 노고봉(老姑峰) 또는 마성산(麻城山)이라고 불리는 높이 349m의 산이 있다. 이 산에는 늙은 할미가 돌을 날라서 하루 아침에 쌓았다고 하는 마고할미성(麻姑山城)이 있는데 우물이 없어서 석성산(石城山/城山)으로 옮겼다고 한다. 산 밑의 '마가실'(麻城里), 성밑(城底)이란 마을 이름도 이 성과 관련이 있다. 충북 충주시와 중원군 경계에 걸친 남산 꼭대기에도 마고산성이 있는데, 삼한 때에 마고선녀(麻古仙女)가 7일만에 쌓았다는 전설을 안고있다. 충남 대덕 동면-신탄진읍에는 238m의 노고성(老姑城)이란 산있는데 꼭대기에 옛 성터가 있고, 할미바위가 있다. 성터를 노고산성(老姑山城)이라고도 하고있다. 경기 파주 적성면-연천 전곡면, 용인 자연농원 입구 인터체인지 부근, 전북 무주읍 내조리 등에도 할미성(老姑城)이 있다. 강원 고성 수동면에도 할미성이 있는데 한자로는 고미성(姑味城)으로 되어 있다.

 

 

고성산/고당산(姑城山/姑堂山)

평남 영원 영락면-덕천 태극면, 양덕 화촌면, 강원 평강읍-평강 서면 등에는 고성산이 있는데 이들 산이름은 모두 할미성이 있어 붙여진 것이다. 경북 금릉 감천면-성주 벽진면에는 고당산이 있는데 할미당이 있어 붙여진 산이름이다. 전북 완주 운주면에는 고당리가 있다. 그 밖에도 마고산(麻姑山: 경북영덕 지품면), 고사산(姑射山: 평남 순천), 고암산(姑岩山: 강원 평강) 등의 할미 관련 산이름들이 있다.

 

 

단구할미바위(端구岩)

강원도 동해시 쇄운동에 단구할미바위가 있다. 바위에 손자국처럼 파인 흔적이 있는데 이것은 전설 속의 단구할미의 손자국이라 한다. 전설은 이렇다

 

옛날에 단구라는 요괴할미가 이 마을에 살았는데 사람의 혼을 뜨게 하고, 앞날의 화복(禍福)을 알아 맞히며, 몇십 리 떨어진 곳의 일도 알아내고, 아무리 단단한 물건이라도 주물러 반죽처럼 되게 하는 괴상한 요술을 부려 바위에다 손자국을 내기도 하였다.

 

또 자기를 희롱하는 이에게 해를 끼쳤다. 자기에게 비는 이에게는 병을 낫게 하고, 빌지 않으면 아이들을 마마에 걸려 죽게 하였다. 길가에 자리잡아 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많은 재물을 받아냈고, 어쩌다 장사꾼들이 마소에 물건을 싣고 통행세를 안주고 지나가면 사람과 마소의 발을 땅바닥에 얼어붙게 해서 꼼짝 못하게 했다.

 

단구할미는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으면 자기 뱃속에 든 담력을 사내에게 준다는 구실로 정을 통했다. 자기와 정을 나눈 남자가 그의 아내와 함께 잠자리에 들면 열 손가락의 날카로운 손톱으로 바위를 북북긁으며 질투를 했다.  

 

단구할미가 이토록 두려운 존재가 되자 마을 사람들은 삼척 고을의 효자 최진후(崔鎭厚)와 장사 김면(金면)으로 하여금 장정들을 동원, 그를 체포해 오는데 성공했다. 태형(太刑)을 가하고, 머리 300군데를 쑥뜸을 뜨고, 머리카락 세 가닥을 뽑았더니 힘없이 나자빠져 죽었다고 한다. 또한 방앗공이를 가져다가 음부에 박자, 미친 년처럼 마구 웃다가 지쳐 죽었다고 한다.

 

이밖에도 할미소(老姑沼), 할미바위(老姑岩/姑岩), 할미재 등 할미 관계 지명들이 산재해 있다. 또 고모동(顧母洞), 고모리(古毛里), 고미리(姑美里), 고매리(古梅里), 고사리(姑寺里), 고소리(姑蘇里)와  같은 지명 중에도 '할미'와 관계 있다고 전해지는 것이 많다. 그러나 '할미'가 지명에 취해졌다고 해도 덮어놓고 그에 관련지어 지명유례를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글/지명연구가  배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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