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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뫼이름들~

뱀과 뱀사골

by 마루금 2006. 11. 11.

 

 신으로까지 숭배된 뱀

 뱀띠해 정초의 뱀꿈은 무척 상서로운 꿈이다. 뱀은 재(財)를 몰아오고, 또 그것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여겨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뱀해가 되면 "뱀꿈 꾸었느냐?"는 덕담을 잊지 않았다. 뱀꿈 가운데에서도 뱀을 만지는 꿈인 무사몽(撫蛇夢)이 가장 좋다고 하는데, 머슴이 이런 꿈을 꾸면 백석몽(百石夢)이라고 해서 난곡 백 가마가 생길 것이라며 무척 좋아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옛날부터 어린애가 울면 "어비 온다, 어비, 어비..." 하면서 겁을 주어 울음을 그치게 하였다. '어비'는 '벌레'를 가리키는 말인 '업'에서 나온 말로 뱀을 뜻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각 집에 하나씩 있다는 '어비'(업이=業 구렁이)를  가호신(家護神)처럼 여기기도 했다. 이 '어비'가 집 재물을 가져다 준다고, 여겨 온 것이었다. 그래서 업구렁이가 어쩌다 뜰이나 돌담 등에 나타나기라도 하면 집안 아낙네는 정화수를 떠 놓고, 정성껏 빌곤 했던 것이다.

 

'업'은 복을 대신하는 말로 쓰이기도 해서 복있는 아이를 '업동이'라 하였다. 이런 반면 뱀은 여러 민족에게 종교적 공상을 일으켜주어 서양에서는 인류 및 신의 적으로 생각해 오기도 했다. 뱀을 악령이라고 생각한 바빌론에서의 관념은 이스라엘로 이어지고, 결국 성경의 구약에서 에덴동산 금단의 열매의 유혹자인 악마 사탄의 모습 등으로 나타난다. 숭배의 방면으로는 사자(使者)의 영혼, 지하의 신, 저승 입구와 문지기 등으로 생각하고, 이것은 이단의 상장으로 발전하였다. 더 나아가 일부 종족에서는 뱀이 신으로까지 숭배되고, 아프리카 토인이나 슬라브족에게는 특별한 신관(神官)이 있은 정도다.

 

 

己巳년은 쌍뱀띠 해

기(己)도 사(巳)도 모두 뱀 모습의 글자이기 때문이다. 복을 주는 동물 다른 어느 동물보다도 깨끗한 동물임에도 흉하게 얼룩진 무늬, 지렁이같이 긴 몸, 큰 입,툭 불거진 입, 징그럽고 무섭게 보여 지금에 와선 어느 누구나 가까이 하기 싫어하는 동물임이 확실하기에 뱀 관련 지명이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조사 후 매우 많은 뱀 지명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읍, 면 이상의 행정 지명으로는 경남 통영군 사량면(蛇梁面) 한 군데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리(里) 이하의 지명에서는 예상외로 많이 깔려 있음을 보게 되었다. 어떤 곳은 원래의 뱀 지명을 딴 이름으로 바꾸어 놓기도 했으나, 뱀이 다산 동물이고, 풍요의 상징이라해서 그대로 보존 한 곳이 많았다. 뱀 지명이 아니었던 곳도  일부러 뱀 지명으로  바꾸어 놓은 곳도 있었다. 뱀 관련 지명은 골고루 퍼져있으나 남부로 갈수록 흔했고, 특히 섬 지방에 많았다. 산지에서는 골짜기에 많았고, 평지에서는 물가에 많았다. 지형이 뱀 모양이거나 뱀이 많을 때 뱀 지명을 붙였고, 더러는 뱀에 관한 전설이 있어 붙은 곳도 있었다.

 

 

지리산은 뱀 지명 박물관

지리산 일대에는 40여 곳에 뱀 관련 지명이 깔려 있다. 지리산에서 모은 뱀 지명들을 지역별로 보면 다음과 같다.

 

북서쪽(전북 남원쪽)
비암쏘(산내면 대정리, 덕동리, 부운리 등 여러 곳)
뱀사골(산내면 부운리)
비암동(동면 서무리)
남서쪽(전남 구례쪽)
비암개(巳浦: 산동면 관산리)
뱅모링이(산동면 이평리)
밴들(산동면 계천리)
비암새(토지면 내동리)
비암바위(토지면 외곡리)
비암바위(광의면 수월리)
북동쪽(경남 함양쪽)
비암날모랭이(마천면 군자리)
배암골(휴천면 태관리, 함양읍)
뱅목안(휴천면 금반리
남동쪽(경남 산청, 하동쪽)
뱀밧골(산청 시천 내대리)
뱀거리몬댕이(산청 동당리)
배양이(산청 삼장면 내원리)
배암다리(산청 대포리)
배암다릿걸(산청 대포리)
뱅이재(산청 대포리)
배암머리(산청 홍계리)
배암사재(뱀사재: 하동 화개면 법왕리)
뱀몬당(하동 화개면 탑리)

 

재미있는 것은 지리산이 3개 도 5개 군에 걸쳐 있는 산이어서 뱀 지명이 산 덩어리를 가운데 두고, 각각 그 고장의 방언을 반영하고 있는 점이었다. 예를 들면 뱀이 많은 웅덩이라 해서 '뱀소'라 하는 곳이 여러 곳 있는데, 전라도 쪽에서는 '비암쏘', '비얌쏘'로, 경상도 쪽에서는 '뱀소', '배암소'로 주로 불리고 있었다, 지리산의 여러 뱀 지명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곳은 뱀사골이다. 지리산 삼도봉(三道峰: 전북/전남/경남 등 3개 도 경계 지점의 봉우리)을 시작으로 북쪽의 산내면을 거쳐 함양 휴천면 쪽으로 장장 80리를 임천강 지류와 함께 구불구불 이어 나간 이 깊숙한 골짜기는 흡사 왕뱀이 기어가는 모습을 닮은데다가 뱀이 많다고 해서 이 지명이 붙은 것으로  지리산 하면 피아골과 함께 이 골짜기를 우선 연상할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사투리 따라 뱀 지명도 달라

(적색 글씨는 아래아) 뱀의 옛말은 '얌'이다. 지금은 '뱀'이 표준말이 되어 있으나, 옛날 '얌'은 아직도 여러 지방의 방언으로 남아 있다. 물론 뱀이라고 말하건, '배암'으로 전국 어디서나 못 알아들을 곳은 없다. '새암'을 '샘'으로 '개아미'를 '개미'로 쉽게 받아 들을 수 있듯이 '배암'은 '뱀'으로 누구나 쉽게 받아 듣는다.

 

영남의 내륙, 충북의 단양, 옥천, 전남의 일부 지방에서는 '배암'이라고 주로 발음한다. 충남의 대부분전북의 장수, 부안, 전남의 함평, 진도(일부), 경북의 금릉, 고령, 경남의 합천 등에서는 이와 비슷한 '배얌'으로 불린다.

 

그러나 전라북도 쪽에서는 흔히 '예'를 '이'로 발음하는 습관이 짙어 '비암', '비얌' 등으로 불리고 있으며, 경기 남부와 충남 일부에서는 '뱜'으로 발음 하는 곳이 많다. 제주도로 가면 '베염', '배염'이 된다.

 

영남의 동, 남해안 뱃사람들은 '배미'라고 했다. 이 때문에 같은 지명을 두고도 조금씩 달리 불리고 달리 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뱀과 고을(골)을 합친 '베염골', '배미골) 등으로 지방에 따라 여러가지로 나타 내는 것이다.

      


글/지명연구가   배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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