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와 산이름 -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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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뫼이름들~

풍수와 산이름 - 2편

by 마루금 2006. 10. 27.

 

 

전국의 풍수적 지명들      

풍수사상이나 기복신앙과 관련된 산/고개 이름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비봉산(飛鳳山)/ 봉황산(鳳皇山) 

봉황은 학, 거북, 기린과 더불어 옛부터 상서러운 동물로 여겨 전국에 비봉산, 봉황산 등의 이름을 깔아놓고 있다. 전남 곡성의 비봉산은 <삼국유사> 선덕여왕조에 따르면 원래 곡성읍의 진산인 동락산(動樂山)이 봉이 날아가는 형국이어서 고을이 쇠퇴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봉(鳳)을 지명으로 묶어 놓은 것이었다. 봉은 오동나무에 살므로 동쪽마을을 오지(梧枝: 오곡면 오지리)라 했고, 대나무 열매만 먹는다하여 남쪽에 죽곡(竹谷面)을 두었다. 또 봉이 멧돼지(실은 고양이)를 싫어한다 해서 서쪽에 묘산(猫山)을 두었고, 메추리를 보면 멈춘다 해서 북쪽에 순자강이 있다고 했다. 지금 묘산 밑에는 묘천리(猫川里)라는 내가 있다. 

 

무학산(舞鶴山) 

학이 춤추는 지세라 하여 무학산이라고 한 산이 여러 곳 있다. 평남 강서읍의 진산도 이러한 지상(地相)이라 하여 무학산이라 고쳤다고 하는데 근처 지명까지를 학과 관련된 것으로 새로 짓거나 고쳐 흥미를끈다. 즉 그 옆의 구룡산(九龍山)은 서학산(棲鶴山)으로 읍내에 있는 미륵지(彌勒池)를 명학지(鳴鶴池)로 각각 고쳤고, 강서평야의 수교천(水橋川) 북안(北岸)의 작은 화산(花山)을 깎아 둥글게 다듬고, 달걀모양으로 깎아 만든 돌을 그 산에 묻어 학란구(鶴卵丘)라고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구산(龜山)/ 구봉산(龜峰山)/ 기린산(驥麟山)

거북과 기린도 서물류(瑞物類)에 속하므로 구산, 기린산 등의 산들도 많다. 구산은 큰 산 이름으로 붙여진 것이 별로 없고, 지금은 대개 마을 이름으로 남아 서울 은평구와 경남 김해의 구산동을 비롯하여 경북 의성, 문경, 경남 함양, 전북 순창, 전남 보성, 광양 등에 구산리라는 지명을 깔아 놓고 있다. 구봉은 평북 박천에, 구봉산(龜峰山: 408m)은 부산 동구/서구에 있다. 기린이라는 동물 이름이 직접 들어간 지명에는 기린령(평남 영원), 기린산(함남 흥원), 기린면(강원 인제), 기린리(황해 서흥, 전북 정읍), 기린도(인천 옹진) 등이 있다. 

 

용산(龍山)/ 용두산(龍頭山) 

용도 길상(吉祥)의 동물이기에 용산, 용두산, 용마산, 용문산 등의 산이 전국에 많다. 그러나 이 계통의 산이름은 '용과 용산'이란 제목에서 자세히 다루었기에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와룡산(臥龍山)/ 와우산(臥牛山) 

용, 소 등의 동물이 누운 모양이라 하여 산이름에 '와'(臥)자를 넣는 경우가 많다. 용이 누웠다는 뜻의 와룡산은  대구시,  경북 달성, 청송, 경남 삼천포시 등에 있고, 와우산은 서울 마포구에 있다. 서울의 와우산은 풍수설에 따라 큰 소가 길마를 길마재(鞍山)에 벗어 놓고, 굴레는 굴레방다리에 벗어 놓은 다음, 서강(西江)을 향하여 내려가다가 이 산에 누워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안산(鞍山)과 낙산(駱山)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에서 홍제동으로 넘어가는 고개를 무악제라 하는데 그 오른쪽의 산이 인왕산(仁旺山)이고, 왼쪽의 산이 안산(鞍山: 길마재)이다. 그런데 이 안산을 두고, 조선 영조 때 예언자 남사고(南師古)가 유명한 예언을 한 적이 있다.

 

"서울의 동쪽에 낙산(駱山)이 있고, 서쪽에 안산이 있으니, 반드시 당파가 생기는데 낙산의 '駱'(낙)자는 '各馬'(각마)이니 동인(東人)은 갈라질 것이고, 안산의 '鞍'(안)자는 '革安'(혁안)이니 서인(西人)은 혁명이 있은 후에 안정을 찿으리라.

 

하는 예언 이었다. 이 예언은 과연 맞아 동인은 여러 갈래로 갈라지고, 서인은 인조반정(仁祖反政) 후에 안정되었던 것이다. 

 

모악(母岳)과 벌아령(罰兒嶺/伐兒嶺) 

서울 서대문구의 모악(무악재)과 남산의 벌아령도 서로 풍수상으로 연결된 지명이다. 서울의 진산인 삼각산의 인수봉(仁壽峰/負兒岳)이 어린애를 업고 나가는 모습으로 그것을 막기 위해 '어머니'를 둔다해서 인왕산 옆에 모악(母岳)이란 산이름을 붙였고, 또 떡으로 달래거나 말을 안들으면 벌을 준다고 해서 이 산의 남쪽 고개를 떡고개, 남산 동쪽 고개를 벌아령이라고 이름을 붙여 고을의 기가  나가지 않게 지명으로서 비보(裨補)를 해 놓고 있다. 

 

잠두산(蠶頭山)과 잠실(蠶室) 

서울 남산의 산머리는 그 모양이 누에 머리같다 하여 '누에머리'(蠶頭)라고도 불리었다. 누에의 먹이는 뽕이므로 이 산의 지덕(地德)을 키우기 위해서 뽕나무를 많이 심는다고 해서 사평리(沙坪里: 지금의 강남구 일대)에 뽕나무를 심고, 땅이름까지 잠실이라 했다. 잠원동(蠶院洞)이란 지명도 여기서 나온 것이다. 

 

수리봉(鷲峰)과 매봉(鷹峰) 

경기 개풍군 중면 식현리(食峴里) 근처에 수리봉이 있고, 황견곡(黃犬谷)이라는 골짜기가 있다. 이 곳에 금릉(金陵)이라는, 파평 윤씨 조상의 묘가 있는데 최고의 명당이라고 알려져 있다. 묘지 뒤의 수리봉은 수리(鷲), 앞의 매봉은 매(鷹), 그 왼쪽의 황견곡은 개(犬)이니 이 세 동물이 서로 움직이지 못하게 노리므로 삼수부동(三獸不動)의 길지(吉地)라는 것이다.

 

즉 수리는 개를 노리고, 개는 매를 노리므로 꿩이 업드린 채 안심하고 새끼를 깔 수 있어 후손에 탈이 없고, 자손이 번성할 터라는 것이다. 이 무덤의 주인공이 죽어서 그의 고향인 경주로 운구될 때 상여가 붙어 움직이지 못해 그대로 묻힌 곳이라고 한다.  

 

주미산(舟尾山)과 정지산(艇止山)

지형이 배(舟) 모양일 때, 뱃골(舟里), 배미(舟尾). 배론(舟論), 배내(舟川), 배나루(舟津)와 같은 이름이 붙기도 한다. 배는 물이 많고, 바람이 있어야 잘 떠 간다 해서 이러한 지명 근처에 풍(風), 수(水), 해(海)자 지명을 함께 붙인 경우도 보인다.충남 공주도 행주형(行舟形)이어서 부근의 산이름에 주미산(舟尾山: 읍 남쪽, 근처에 舟尾里가 있다), 정지산(艇止山: 읍 북서쪽), 사공암(沙工岩: 읍내) 등의 이름을 붙여 두고 있다.

 

계명산(鷄鳴山) 

충북 충주시에 계명산(鷄鳴山)이 있는데 이 고을의 진산이기도 하다. 이 산의 원래 이름은 '닭의 발'의 뜻인 계족산(鷄足山)이었는데, 옛날에 지네가 너무 많아 '지네는 닭과 상극이니 닭을 길러 없애라' 하는 어느 도인의 말을 따라 그 말대로 하여 지네가 없어져 이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뒤 이 산으로 인해 충주 읍내의 부자들이 자주 망하므로 객망산(客亡山)이라 하다가, 계족산, 객망산의 산이름이 별로 좋지 않다 하여 1958년에 '닭이 운다'는 뜻의 지금의 계명산(鷄鳴山)으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닭이 울면 날이 밝으므로 계명산은 고을에 새 광명이 찿아들라는 뜻의 다분히 기복적(祈福的)의미가 깃든 이름이랄 수 있다. 이 밖에도 풍수/기복사상과 관련한 산이름들이 무수히 많다.       


글/지명연구가    배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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