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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산사람들~

女性山岳人...박은정

by 마루금 2005. 7. 2.

山으로의 일편단심 그 무한한 世界
女性 山岳人


 

부모님이 생명보험 들어주시고 . . . 

나는 언제나 생각했다. 산을 오르는 경쟁을 포기한다면 경쟁자가 많은 사회생활을 어찌 감당할 수가 있을까하고 말이다. 암산을 묵묵히 오르는 순례자처럼 그 어려운 고행을 통해서 얻는 나의 정신 세계는 내가 사회생활을 해낼 때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대인관계에서 의미없이 깨어지는 신뢰도, 기대도 다 감당해 낼 수 있고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얻은 힘이라고 확신한다. 맨 먼저 정상을 오르지 않아도 좋다. 서서히 산과 친해지면서 맨 마지막으로라도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산악인의 끈기와 집념을 배워야 된다고 항상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이제 산에 대한 이론적인 지식과 자신을 갖기 시작할 때쯤 주위에서는 그냥 둘 리가 없었다. 부모님들은 물론 친구들까지도 나를 산에 미친 사람으로 취급을 해버리므로 부모님과 친구들을 이해시키는데 시간이 걸렸다. 부모님들이야 20살이 넘은 과년한 딸이 큰 베낭을 짊어지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밤낮을 모르고 집을 나서니 어찌 걱정이 안되겠는가.다른 취미를 가져보라는 부모님의 심정을 이제는 조금 이해 할 수 있겠지만 그때는 무척이나 야속하게 생각되었다. 하지만 얼마쯤 지났을까 부모님께서도 나에게 조금씩 관심을 보이시는 것이었다. 산에 다니는 딸을 굳이 말리고 싶지는 않치만 워낙 위험하기 때문에 노파심에서 한 마디씩 한 것이니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고   산이 그리도 좋다면 기왕 시작한 것  열심히 다녀보라며  사기를 복돋아 주시는 것이었다. 나는 눈물이 날만큼 기뻤다. 지금은 부모님들께서도 웬만한 등산 장비의 이름도 아시고 내가 베낭을 꾸릴 때는 조그마한 보온병에 뜨거운 보리차 물을 담아 주시면서 내 손을 꼭 잡고는 서두르지 말고 조심해서 다녀 오라고 하신다. 얼마나 걱정이 되시면 나를 위해 생명보험을 들어 주시며 이게 다 산을 오르는 딸을 가진 죄가 아니겠냐며 웃으신다. 이러므로해서 나는 그 전보다 몇 갑절 산에 대한 애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산을 오를적마다  산은 나에게 언제나 거짓을 모르는 정직한 것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으므로 더욱 산을 좋아 할 수 밖에 없었다.    

 

 

떠난 친구들...다가오는 山들 . . .

이렇게 정신없이 방방곳곳의 산을 찿아 다니다보니 이제 나름대로 산철학도 가질 수 있고 아직은 부족한 것이 많은 미쓰(Miss)산이긴하지만 나에게 바위를 오르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도봉산의 선인봉을 대하고 북한산의 인수봉을 대할 적마다 나도 미스산이 된 이상 바위에 한 번쯤은 올라봐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으로 록클라이밍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 그후로 록클라이밍에 관한 서적도 구해 보고, 장비도 하나 둘씩 구입할 때쯤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제발 그것만은 하지 말라고 사정한다. 내가 산에 가는 것을 말리다 이제 지쳐버린 친구들에게 록클라이밍을 하겠다고 나서자  나에게 또 찿아와 이제는 결판을 내자는 것이었다. 산과 친구와  둘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며  나에게 겁을 주는 것이 아닌가. 나는 두말할  것도 없이 산을 선택하겠노라고 대답했더니 친구들은 정말 산에 미쳤는가보다며, 모두들 싸늘한 바람을 일으키며, 하나 둘씩 자리를 떠난다. 친구들이 가버린 다방에 홀로 앉아 나는 이런 말을 생각했다. " 언젠가는 너희들도 나를 이해 할 때가 올 거라고.." 친구들은 나에게서 멀어져 갔지만 나는 결코 외롭지 않았다. 푸른 나무가 있고 계곡에는 물이 흐르고, 바위가 있고, 새들의 지저귐이 있고, 풀벌레의 울음소리가 있고, 낙옆이 쌓이고,  하얀 눈이 쌓이는 산 속에 내가 있다고 생각하니 그들 보다는 내가 훨씬 부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동안 바위를 올라야되겠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어느날 넌지시 부모님의 동정을 살피기 위해 바위를 오르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아마 네가 잡고 오를 수 있는 자일의 직경이 50mm 쯤 되어야 네 채중을 견딜 수 있지 않겠느나 하시며, 놀려주신다. 나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부모님의 반응에 자신이 생겨 꼭 바위를 올라야 되겠다고, 마음 속으로 몇 번이나 다짐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도봉산에 야영을 가게 되었다. 그날은 유난히도 달빛이 밝았으며 별들의 속삭임도 크게 들려오는 밤이었다. 텐트에 자리를 깔고 누웠더니 선인봉이 한눈에 들어왔다. 낮에  선인봉에 암벽코스마다  사람이 붙어서 오르던  코스들이  어렴풋이 보인다. 한밤중이라서인지 선인봉은 다른 때보다 더 믿음직스럽게 보였다. 나도 웅장하고 장엄한 물체 위로 마구 오르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너무 지나친 욕심이 아닐까?  이제야 겨우 나의 페이스대로 산을 오르는 것도 다 해내지 못했는데 바위를 오른다는 것은 아직 바위를 오르기에는 너무 지나친 모험이 아닐런지, 아무래도 조금 미루어야 할 것 같다. 록클라이밍을 하는 친구들을 보니까 걷는 일을 몹시 싫어 하는 것 같았다. 워킹을 우습게 알고, 조금 거만해진 친구들을 볼 때 그렇게 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 나의 페이스대로 산을 찿고, 사랑하고, 겸손하고, 겸허한 자세로 산을 오르고 싶다. 산의 세계는 너무도 무한한 것이다.  

 

 

山世界는 無限, 나는 내 방식대로 . . .  

산을 오르다 보면 더 높은 곳을 향해 자꾸 오르고 싶듯이 내가 만약 바위를 오른다면 지금까지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 마음으로 산을 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웬지 무섭게 가슴을 흔든다. 지금의 이 마음 그대로 산을 사랑하자. 사람은 누구나 어떠한 경지에 도달하면 조금은 거만해질 수 있으며, 우쭐해 하고 싶어 하듯이 모든 것을 잊어 버리고, 어떤 최고의 경지를 동경하면서 순수한 아마추어 산악인으로 산을 찿아야되겠다고, 나 자신을 설득했을 때는 이미 나의 마음에 훈훈한 열기가 감돌았다. 

 

지금도 도봉산의 바위를 오르고, 북한산의 인수봉을 오르는 록클라이머들을 존경의 눈초리로 보아주고 있지만 나는 앞으로도 계속 걷는 산행을 통해 나를 성장시키고, 발전시키는 일편단심으로 산을 오를테다. 내리막 길이 지나면 땀을 흘리며, 또 올라야 하는 산행을 통해서 의욕과 끈기를 묻혀 오고 안정과 질서를 지닌 산에서 상처를 다스리려던  다급한 산의 욕심이 산의 골짜기 마다 울리도록 소리쳐보고 싶은 마음은 산의 정겨움 때문이 아닐런지 . . 

 

이제 조금 산에대해 눈을 뜬 풋나기지만 산에 대한 의욕은 남못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산을 오를 준비를 할 때는 우선 몸을 말끔히 닦고, 깨끗한 마음으로 누구보다도 정성스럽게 조심스럽게 베낭을 꾸린다. 지금까지도 나의 베낭은 만물상이나까... 지금은  나에게 산을 가르쳐 준 산선배의 친구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항상 고마운 마음으로 그 친구를 기억해 내곤한다. 지금은 그 친구보다 더 열렬한 사랑을 산과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무척이나 좋아할  그 친구 언젠가는 산에서 꼭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오늘도 산에서 그 친구를 기다리며, 나의 산철학을 들려줄 준비에 마음은 마냥 설레인다.

 

맹목적으로 좋아서 오르는 산이 아니다. 좀더 가치있고 적극적인 산행을 통해 누구에게도 사랑해 보라고 권하고 싶은 산이기에 나는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라고 아니 연인이라고 말하고 싶다. 산은 어머니보다 더 큰 가슴으로 나에게 많은 위안을 준다.

1982.2.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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