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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여행/추억따라~

길매봉에서 청계산으로~

by 마루금 2008. 7. 18.

1989년 4월23일날씨 : 맑고 따뜻했던 날

코스 : 청계저수지~ 복계폭포 갈림길~ 길매봉~ 길매재~ 청계산~ 길매골~ 청계저수지 

인원 : 동생과 둘이서...

 

의정부 구터미널에서 일동까지 버스를 이용했다. 일동에서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버스터미널 맞은 편으로 난, 차가 다닐 것같지 않은 뒷길로 진입하여 부대앞을 지나 청계저수지까지 가는 것이다. 일동터미널에서 청계저수지까지 약 4Km 거리의 비포장로인데 그야말로 먼지 천국의 오지였다.

 

하루에 두어 번이나 겨우 다닐 것같은 버스 종점에 닿았다. 구멍가게도 하나 보였다. 인적 없는 산골마을은 시간이 멈춘듯 조용했고, 우리는 그 정적을 깨며, 임도를 따라 산행길로 들었다. 밭 한가운데에는 다 쓰러져가는 폐가도 있었다. 슬며시 나타난 냇가도 임도를 따라가며 나란히 위로 뻗고 있었다.

 

임도가 끝나고, 개울을 건너면서 좁은 산길이 시작되었다. 갈림길을 만나서 지도에 표시된대로 우측길을 선택, 길매봉 방향으로 올랐다. 깊숙한 계곡을 따라 오르다가 또 만나게 되는 갈림길에서 복계폭포로 향하는 왼쪽 길을 버리고, 오른쪽 사면으로 붙었다.

 

능선길이 서서히 가팔라지더니 바위지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손발을 써야하는 구간도 가끔씩 나타나서 산행의 묘미를 더욱 증가시켜주었다. 이윽고 더 오를 수 없는 곳에 도달, 길매봉 정상이었지만 최고점을 알리는 표식이라곤 아무 것도 없었다.

 

 

북쪽으로 지척에 청계산이 건너다 보였다. 거기 넘어 갈 작정으로 아래로 푹 꺼진 질마재로 내려섰다. 질마재에서 다시 청계산으로 오르는 급경사는 인내를 요구하였다.

 

숨이 차도록 올라서 청계산 정상에 도착, 힘들게 올랐지만 주변 조망이 훌륭했다. 경기의 제2봉인 명지산, 그리고 국망봉, 강씨봉, 귀목봉, 월출산(지금의 연인산), 운악산 등이 사방으로 둘러있었다.가평쪽은 조종천이 흐르고, 포천쪽은 발 아래로 청계저수지가 말없이 누웠다. 청계산 하산길에서 고사리와 고비나물이 어마어마한 군락지를 만났다. 베낭을 거의 꽉 채웠는데, 그해 겨울까지 신나게 요리를 해 먹어도 남을 만큼 뜯었다. 중간중간에 '원추리'처럼 보이는 것도 채취를 했는데, 하산해서 종점 가게 할머니께 여쭸더니 붓꽃이란다. 그 후로 붓꽃과 원추리를 확실하게 구분 할 수 있었다.          

 

당시 길매봉을 올랐던 흔적이 글자 몇 개뿐인 일지로서만 남았지만, 이 산행으로 특별히 남는 기억이 있다. 첫째는 지금까지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나물을 채취했던 점에서 그런 이유가 되겠고, 그 다음으로는 이 산행 직후 처음으로 미국 출장을 떠났던 이유가 될 것이다. 

 

2004. 10.31.  한북정맥 길매봉 구간을 지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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