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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여행/추억따라~

북한산의 추억, 숨은벽과 염초봉(87.2.8) ~

by 마루금 2008. 4. 3.

1987년 2월 8일

날씨 : 맑음 / 기온 6℃

산행 인원 : 단독산행 중에 3명을 만나서 동행(40대 남)  

준비물 : 아이젠, 암벽장비   

산행코스  : 우이동~용덕사~사기동계곡~인수 설교지릉 우회~중식 후 숨은벽능선 하단~염초봉능선 상단~백운대~위문~하룻재~우이동

산행시간 : 7시간 30분

 

 

 

 

안개가 자욱하다.

해골바위능선 실루엣이 하늘 중턱에 서있다.

용덕사를 지나 고개(육모정)에 올라섰다.

 

비석을 뒤로하고, 잡숲으로 들어서는 순간 뒤에서 누가 불렀다.

"아저씨 이곳으로 가면 어느 쪽이 나오죠?" , "녜, 계곡쪽으로 내려가서 인수봉 북릉으로 붙어요"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 3명이었다. "같이 따라 가도 되겠습니까?" 이렇게 해서 일행은 4명이 되었다.

 

잡숲으로 들어서니 럿셀이 되어 있지 않았다. 계속해서 철탑이 있는 계곡으로 들어섰다. 멀리 인수봉 북릉이 안개에 가려 가물가물하게 보인다. 군부대유격장 담력코스를 지나서 인수봉 북릉에 붙기 시작했다. 동물 발자국들이 여기저기 눈자국 위에 찍혀있다.

 

숨은벽 능선이 보일즈음하여 허기가 지기 시작했다. 시계가 벌써 1시를 넘게 가르키고 있었다. 뒤에 따라오는 일행은 배가 고픈지 지쳐있다. 일행 중 1명은 계속 물 나오는 곳이 어디냐고 두털거린다.

 

인수봉 북릉을 가로지르는 길이 50m 간격으로 2개가 보였다. 우리는 윗쪽 길을 택하여 숨은벽 안부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계속 횡단하여 가로지르니 야영장이 나오고, 약수터가 나온다. 바위에다 구멍을 뚫어 파이프를 박은 곳에 물이 어린애 소변 보는 것처럼 졸졸거리며 나온다.

 

따뜻한 양지바른 곳에 자리잡고 중식을 했다.

불소시개를 만들어 석유를 뿌리고 불을 놓은다음 몸을 말렸다.

훈훈하다.

 

숨은벽 능선에 붙기 시작했다. 좌로는 인수봉 북릉이 인수봉 정상에서 뻗어내려 저아래 계곡으로 치달리고 있고, 우로는 백운대 능선이 염초봉으로 이어져 있고, 양쪽으로 계곡이 깊게 파여있어 아름다운 경치에 일행은 넋이 빠져있다. 온갖 수식어를 다 사용해도 모자랄 만큼 자연의 경관은 인간의 위대함을 누르기에 충분했다.

 

계속해서 릿지등반으로 오르니 갈림길이 나온다. 좌측으로는 인수봉후면 길이요, 우측은 백운대와 숨은벽 사이의 계곡으로 빠져 호랑이굴로 오르는 길이다. 일행은 우측 계곡으로 빠져서 백운대에서 뻗어내린 능선으로 올라붙기 시작했다. 중간쯤 와서 숨은벽을 바라보니 그야말로 설악산 천불동 계곡갈은 느낌이  ...기록은 여기까지

     

 

 

 

뒷장 기록은 분실되고 없나보다.

특이했던 산행이라 오랜 기간이 지났음에도 진한 추억이 묻어 있다. 당시 같이 산행했던 분들께서 이 글을 보시게 된다면 그날의 일들이 생생히 기억 날 것이다. 생각나는 대로 이후의 기록을 연장 해본다.

 

숨은벽에서 염초봉릿지 중간쯤인 파랑새봉으로 건너왔다. 여기서부터 난이도 있는 구간으로 연결되었고, 미끄러운 빙판도 간혹 남아 있었다.

 

자일을 처음 잡아보아서 여기를 오른다는 것이 일행들께는 아마 사투를 벌이는 일이었을 게다. 수직등반에 경험이 없던 분들이라 답답할 정도로 진행속도도 느렸다. 백운대 정상에 올랐을 때 밤 8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밤길 하산을 해야 하는데 렌턴은 내 것 하나 뿐, 깜깜했지만 그나마 그것에 의지해서 우이동까지 별 문제 없이 내려섰다.늦은 밤 저녁 식사와 막걸리 파티를 가지며, 길이 기억될 그날의 산행소담으로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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