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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뫼이름들~

백색(白色)과 관련된 산

by 마루금 2007. 2. 16.

 

 

철따라 옷 갈아 입고

우리나라 산들은 철에 따라 여러가지 색갈의 옷을 입는다. 봄에는 연두색 옷을 입고, 여름에는 짙푸른 녹색 옷을 입는다. 가을에는 노랗거나 붉은 옷으로 갈아입는다. 겨울에는 흰옷을 입는다. 유채색의 빛깔에 차분함을 잊은 이들에게 편안한 마음을 주기라도 하듯 산은 겨울이면 모든 색을 표백시켜 눈부시도록 흰눈옷을 입고 우리를 맞는다. 계절따라 달라지는 산빛깔처럼 산이름에도 빛깔이 있다. 푸른 이름, 노란 이름, 붉은 이름이 있고, 검은이름, 흰 이름도 있다. 청(靑), 적(赤), 황(黃), 흑(黑), 백(白) 등의 글자들이 들어간 이름들을 보면서 우리는 각각 그 산의 빛깔을 생각한다.

 

 

'白'자 들어간 산이름 많아

(참조: 옛글 모음자의 "아래아"와 "반시옷"을 표식하지 못하므로 그 부분은 적색 처리 하였슴)

빛깔과 관련된 산이름 중 가장 많은 것은 백(白)자가 들어간 것이다. 백산(白山)이란 이름만 해도 강원도의 삼척, 화천 등 전국에 수십 곳이 있다. 북한에는 낭림산맥 남단 주변에  이런 이름의 산들이 많다. 백산은 대소(大小)에 따라 태백산(太白山), 장백산(長白山), 소백산(小白山)이 되기도 했다. 태백산의 태백(太白)의 어원에 대해서는 학자들의 몇가지 견해가 있다.

 

고 양주동박사는 태백이 '하늘'을 뜻하는 '한'에서 가지를 친 '한'의 표기라고 하였다. '한'은 다시 '박'(함박)으로 음전되어 함박산(含朴山), 모란봉(牡丹峰/함박꽃=모란), 작약산(芍藥山/함박=작약) 등의 산이름이 나왔다고 하였다.

 

어원연구가 최승열님은 <삼국유사>나 <제왕운기> 등에 나오는 백악(白岳)이나 태백(太白)의 백(白)이 ''의 소리빌기 표기라 하였다. 태백의 태(太)는 환웅(桓熊)이 내린 곳이어서 붙여진 것으로, 태(太)나 대(大)는 맏(宗)을 나타내고 뒤에 단군이 옮긴 백악은 버금(次)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따라서 태백산은 '한산'이며, 백악은 '달'이라 하였다. 평양의 백강(白江) 역시 '달'이고, 제단으로치면, 태백은 종단(宗壇)이요, 백악, 백강은 지단(支壇)이 된다고 하였다. '의 상대되는 지명으로 '앗달'(次山/小山)의 뜻인 아사달(阿斯達)을 들었다.

 

고 안재홍(安在鴻)님은 백두(白頭)나 불함산(不咸山=백두산)의  '불함'도 '한'으로 결국 '한'이라고하였다. 또 어느 학자는 주로 북방계(우리나라의 북부, 몽고, 만주, 터키)의 민족들에게서 대신(大神)이나 천신(天神)을 가르킬 때 태백, 장백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고 하고, 이것은 각각 '다갈밝'과 '당굴'의준말 표기라 하고 있다. 하늘이나 아주 높은 곳을 '둥리', '다가리'(대가리)라 하는데, 몽고어의 '텅걸',중국어의 '덩걸', 중앙아시아나 터키에서의 '탕그리'가 모두 이와 같은 뜻의 말들이다. 이렇게 보면 백두,백산, 백악 등 오랜 옛 문헌 속에서의 백(白)은 '희다'의 뜻으로보다는  대게 ''(밝)에 연유한 것이라는생각에 머물게 된다. 그런데 조선 말의 학자 지석영님(池錫永, 1855-1935)은 <조선명승고적>에서 백두산의 백(白)을 그 산머리의 흰 돌 때문이라고 하였다. 

 

'三水郡左西三十里하니, 頂有三峯하야 氣勢撑天하고, 自腰以上으로 無一介草木하고, 只有白石堆積하야 不似春而靑하고,  不似秋而黃하야 四時長白故로 名之하니 山有靈險하야 水早祈禱라,'

 

삼수군 서쪽 30리에 있고, 꼭대기에 봉우리가 셋 있는데, 산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고, 산허리 위에는 풀 한 포기도 없고, 다만 흰 돌이 쌓여 봄철에도 푸르지 않고, 가을철에도 노랗지 아니하며, 늘 흰색을 띠어, '백두'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산이 영험이 있다하여 가뭄에는 기도를 한다.

 

또 어떤 이는 산꼭대기에 눈이 늘 있어 흰 머리라는 뜻으로 백두란 이름이 나왔다고도 하였다.

 

 

'해'에서 나온 낱말들

'희다'는 말은 '해'(태양)에서 나온 형용사이다. 서정범님도 '다'(백)의 말뿌리는 ''이며, 한자의 백(白)도 날일(日=해) 자 위에 점을 하나 삐쳐 내려 그은 것이므로 결국 백(白)자와 일(日)자는 똑같이 태양에 바탕을 둔다면서 중국의 한족도 태양을 흰색으로 인식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였다. ''의 원 뿌리말은 ''으로 '해'까지의 변천 과정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 홀 > -이 > 리 > 이 >  > 해('할-이'에서 '이'는 접미사)

 

'해'에서 '희다'가 나왔고, '희다'에서 다시 '새다'(날이 밝다)의 뜻이 나왔다. 또 '해'는 구개음화 현상으로 '새', '세'가 되어 지금의 '새롭다', '세다'(머리가 희어지다), '샛바람', '샛별', '새밝'(새벽), 닷새, '엿새' 등의 말을 이루게 했다. 해가 동쪽을 새는(밝아오는) 쪽이라 해서 '새'라고 하는데, 이 '새'가 앞에 붙여 '샛바람'(동풍), '새마바람'(동남풍), '샛별'(동쪽의 별) 같은 말을 이루게 하였다.

 

'뱃힘'이 '뱃심'이 되듯이 '닷(다섯)해'나 '엿(여섯)해'는 '닷새', '엿새'가 되었다. '이레', '여드레', '아흐레' 등도 원래 '일(일곱)해', '여들(여덟)해', '아흘(아홉)해'이며, 역시 뒤에 '해'가 붙어 이루어진 말이다.여기서의 '해'는 일년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해가 바뀌어 뜨는 주기인 하루를 가리킨다.

 

 

북한에는 백사봉(白沙峰)이 많아...

백(白)자가 들어간 산이름은 많다. 앞에서 설명한 백두산, 태백산, 소백산, 백산 외에도 백운산(白雲山: 경기 의왕시 등), 백운봉(白雲峰: 경기 양평 등), 백양산(白羊山: 전북 순창-장성), 백암산(白岩山: 경북울진-영양),  백화산(白華山: 충북 괴산-경북 문경 등), 백악산(白岳山: 대구 등),  백봉산(白峰山: 경북예천-충북 단양), 백마산(白馬山: 충북 괴산 등), 백련산(白蓮山: 경기 강화), 백덕산(白德山: 강원 평창-영월), 백봉(白峰: 경기 남양주), 백석산(白石山: 강원 평창)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북한에는 백사봉(白沙峰)이 함북 회령/무산/경성, 함남의 혜산 등 여러 곳에 있다. 서울 광화문 뒤로 보이는 북악산(北岳山, 342m)은 전부터 백악(白岳)이라 불리어 왔는데, 산이 회색 빛깔을 띄어 붙여진 것이다. 경북 울진의 백암산은 높이 30여m의 폭포 밑에 흰색의 화강암이 돗자리를 펴놓은 것 같은 월파대(月波臺)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하얀산'의 뜻으로  이름 붙은 희양산(曦陽山, 998m)이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 사이에 있다.  


글/지명연구가   배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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