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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여행/산길따라~

북한산 14성문을 완주하며..2003.11/12

by 마루금 2005. 3. 3.

어둑이 가기전에 일어났다.
동편이 밝아오기 시작하는데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다.
비는 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씻고 밥먹고 베낭을 꾸린다.
쇠덩어리들을 빼고나니 너무 가볍고 헐렁하다.
혹시나 해서 가벼운 보조자일 하나는 챙겨 넣었다.
그래도 텅~ 해서  빈 물통을 세개씩이나 넣으니 모양이 약간 살아난다.

핸폰이 울린다. 받으니 참이슬님 이다.
동암에서 만나기로 하고 밖을 나서니 약간 싸늘한 감은 드는데
워킹 하기엔 최적의 날씨인거 같다.

역 홈에 들어서니 지현님 먼저 와 있고 이어 너굴 도착
쪼매 더 있다가 참이슬님 전철에서 내려 합세한다.
영진이는 맨 늦게 도착,오늘도 에외는 아니다..늘 동작이 뜨다..ㅉㅆ

(09:58)
구파발에 도착하니 정대장님 미리 와 계시다.
해가 삐쮹한다. 정대장님 아쉬운지..자꾸 염초릿지로 가잖다.
장비가져온 님 아무도 없고 지현님 외팔이라 다수결로 릿지는 포기하고,
예정대로 14문 종주하기로 최종 결정을 하고 버스로 이동한다.

(10:30)
산성입구에 도착.. 드디어 14문 종주가 시작된다.
참이슬님은 많이 걱정하는 눈치다. 나도 속으로는 은근히 걱정은 했지만
꼭 완주시켜야 겠다는 마음을 다져보며..천천히 보조를 맟추어 나갔다.

그런데 뜻밖으로 정대장님이 비실거린다.
뻗장다리로 걷는 폼이 영 아니다.통도사에서 삼천배를 마치고 왔단다.
하루는 걸러야 되는데 휴식없이 바로 산에 왔단다.오늘의 폭탄이되었다.

(10:33)
블럭이 곱게 깔린 차도를 따라 대서문에 도착...첫문이다..
참이슬님 디카로 찰깍~~ 개시하고.. 거금을 들여 장만 했단다.
너굴, 영진이 안보인다.아침 굶어서 라면 한때거리 채우고 온단다.

(11:00)
북한동 계곡으로 진입해서 중성문에 도착...두번째 문이다.
오르던 길로 다시 내려가 국령사 입간판이 있는곳의
50미터뜸 위로 난 길로 접어들어 옛 암자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좋은 볼더가 눈에 띄어 올라본다.이어 너굴, 정대장 오르고..
정대장 두번째 오르다가 반바퀴 회전하더니 낙옆깔린 바닥으로 쿵..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다. 푸석바위 홀드가 떨어져 나갔다.

길을 잘못 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다.아래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들어야
했는데 직선으로 오른것이 잘못이었다.다시 내려갈려니 맥이 빠진다.
하는수없이 그냥 오른다..문 하나는 놓치기로 하고...

철망으로 막아놓은 곳이 나와서 넘어가니 쉬기좋은 아담한 굴이 나온다.
무당들이 제 올리는 곳인가보다. 굴속에는 촛불이 나란히 켜져있고
바위틈에서 흐르는 물을 고이게 해놓은 목욕을 해도 좋을만한
큰 샘이 있다.모두들 목을 축이고는 수통에다 물을 가득채운다.

능선으로 오른다. 희미해지는 길을 따라 오르니 긴 슬랩이
연속으로 펼쳐지는데 중간마다 밧줄이 설치 되어있어 잡고 오른다.
우측을 보니 골짜기에 국령사가 보이는데 오를수록 점점 멀어져만 간다.

계속오르니 용출봉이 보인다.갈림길에서 가사당 암문을 가기위해 우측길
을 택했다. 한참을 가니 의상능선이 나온다.모두들 힘들어 한다.
정상적인 길로 왔으면 가사당 암문으로 편하게 지나 왔을텐데
이상한 능선으로 붙어서 고생을 더 했다. 

영진님과 나는 사진이라도 찍어 둘 요량으로 참이슬님한테
카메라를 건네받아 가사당 문으로 향해 가는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결국 세번째문인 가사당 암문을 포기하고 네번째를 향해서 출발한다.

(12:23)
네번째... 부왕동 암문이다.. 
잠시 머무르며 성벽을 보니 오를만한 곳이 보인다.
참새가 방아간을 두고 그냥 지나가랴!!
손가락이 겨우 걸릴만한 곳에서 정대장과 너굴은 또 몇번을 붙어본다.

(12:51~01:21)
나월봉을 지나 오붓한 자리에 밥상을 폈다.
평소 뽁작지근하던 반찬들이 오늘은 부실하다.
무게 줄일려고 신경을 꽤나 많이 쓴거같다,오늘은 주님도 아니 계시고.

(01:39)
다섯번째...청수동 암문이다.
비봉능선에서 오르는 사람들로 잔뜩 붐빈다.
가볍게 찰영을 하고..

(01:44)
여섯번째...대남문이다.
여기는 언제나 쉬었다 가는 사람들로 붐빈다.
남으로 보현봉이 서로는 문수봉이 버티고 있고
서울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01:57)
일곱번째...대성문이다.
일선사,형재봉쪽에서 오르는 길과 만난다.
영진님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걷고 있는데
다른 일행들 자기네들 끼리 질문을 주고 받는소리가 들린다.

   A: 백운대가 어디야??
   B: 아~ 저거야~
   A: 그 옆에는 뭐야??
   B: 그거 만경대야~
   A: 그럼 그밑에 있는 봉우리는 뭐야??(병풍암을 가르키며)
   B: 거기는 노적봉이지.

웃음이 나온다.
영진님도 엉터리 답을 듣고 내심 웃었다고 한다..^^

(02:14)
여덟번째...보국문이다.
칼바위 능선이 보인다.
도봉산 칼바위는 날카로운데 북한산 칼바위는 무뎌 보인다.

(02:30)
아홉번째... 대동문이다.
진달래 능선에서 오르는 길과 만난다.
여기서 휴식을 취하며 잠시 쉬어 간다.

동장대를 지나 북한대피소에 이르러 샘터에서 시원한물로 목을 축인다.
정대장님! 발동을 건다..만경대릿지와 위킹팀으로 나누자고..
좋은 날씨에 비해 위킹하는 것이 못내 아쉬운가보다.

(03:10)
열번째...용암문에 도착..
이곳은 자주 지나던 곳이라 모두들 눈에 익어 쉽게 알아본다.

정대장님이 영진님,너굴님한테 릿지하자고 꼬시는데
둘 다 오늘은 위킹만 하겠다고 마음을 굳힌다.
결국 만경대는 정대장 혼자 넘어가기로 하고 서로 길을 갈랐다.

백운대를 향해 가면서 혹시나 정대장이 보일까하고 만경대쪽으로
가끔씩 눈길을 돌리지만 보이지 않는다.

중간쯤가자 머리위에서 천지~~  하고 외치는데 정대장님은 보이지않고 
천지에 천지소리만 메아리 친다.

(03:50)
11번째...위문이다.
정대장님이 벌써 도착해 있다...

대체로 릿지가 시간이 더 걸리는데 걸거치는게 없어서 그런지
우리보다 5분이나 먼저 도착해 있었다.
이제야 뭉친 다리가 풀린다고 한다.

다왔다는 생각이 든다!! 이젠 내려가는 길 뿐이다.
잠시 쉬고는 약수암으로 발길을 옮긴다. 
약수로 목을 축이고 막간을 이용해서 암장에 붙어 보지만
장비가 없어 아랫도리에서만 놀다가..다음을 기약한다.

한참만에 참이슬님이 영진이와 함께 도착한다.
참이슬님 무릎이 시원챦단다.
위문까지는 잘 왔는데 하산하면서 무릎에 충격이 온거같다.  

참이슬님은 그냥 내려 가겠단다.
여기까지 왔는데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잠시 쉬고나더니 어차피 계속 내려가는 길이라서 끝까지 같이 가겠다고
다시 마음을 고쳐 먹는다.

일반등산로로 가면 내려갔다가 상원사로 다시 올라와야 하는데
지쳐있는 상태에서 그거 보통 기운을 빼는 일이 아니다.
참이슬님 무릎 때문에 ....할수없이  꾼들의 길을 택해야만 했다.
다른 님들은 참이슬님 덕에 그길을 갈수 있었다..내가 아껴둔 길인데..

약수암에서 옆으로 횡단하여 염초릿지 초입과 만나는길이다.
낙옆진 가을이나 겨울에는 이 코스의 경치가 아주 끝내 주는 곳이다.
중간중간 잠시 쉬며 구경도하고 촬영도 하면서 지나간다.

염초능선에 도달 하기전 아주 훌륭한 암장 하나를 발견했다.
개척한지 얼마 되지 않은것 같았다. 코스는 대 여섯개쯤 되고
오목한 형태로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아늑한 곳이다.
역시 다음을 기약하며 입맛만 다시고 돌아선다.

염초능선에 들어서자 모두들  아~~ 여기가 거기구나!
하고 낫익어하며 반가워한다.
늘 오르기만 하던 릿지를 꺼꾸로 내려온다.

(05:09)
12번째...북문이다.
염초릿지를 할때면 언제나 위를 밟고 지나 가는데
오늘은 아래로 내려선다.

원효봉으로 올라선다.
정상에서 아래를 보니 하나 둘씩 불이 켜지기 시작하며
서서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참이슬님은 어느새 뒤로 걸어 내려간다.
그렇게 걸으면 무릎이 하나도 안아프단다. 가끔씩 뒤기도 하는데..
가재도 아니고 .. 참 희한한 여자다..^^

원효암에 도착하니 어둠이 짙게 깔린다.
잠시 쉬었다가 준비해간 랜턴들을 꺼내 들며 긴 돌계단을 녀려선다.
아랫녁 송추길엔 가로등과 차량행렬에 이은 라이트가 어우러져서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가 너무 아름답다.

(05:55)    
13번째...시구문이다.
염초릿지 할때면 입장료 아낄려고 늘 성벽타기를 하는 통에
우리는 이곳을 지나가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깜깜하지만 그래도 흔적은 남겨야 하기에... 찰칵

지현님이 선두에서 어둠속 길을 잘도 터 나간다.
성벽을 계속 따라 계곡 아래로 내려선다.

(06:14)
14번째...수문지에 도착.
와!! 종주 끝이다.............
한순간에 피로는 쏴~악 가시고

희한한 참이슬님!!
화장실 갔다가 나오더니 힘이 펄펄 나나보다.
무릎이 안아프다네요 ???


***

정대장님:초장에 다리가 안풀려 폭탄되는거 첨 봤~~니다.
.         반바퀴 돌기두하구요. *.*

참이슬님:앞으로 걷는것보다 뒤로 걷는게 더 빠르더라구요. >>
.         자주 써~ 무야 될낀데..ㅎㅎ

지현님:  외팔이 신세 한탄하지는 않았는지??..
.         위문 가는길에서

너구리:  고노무 타바꾸 꾸질 장소 찿니라고..
.         위문 가는길 벼랑에서서...

권영진:  염초암장에서 군침 흘리는거 다~~봤데이!.!
.         눈빛이 화~악 달라지더만..

임..  :  한노므때무네 길 잘못 들어서 여러사람 고생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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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심 걱정했던 참이슬님께서
포기하지않고 끝까지 완주한것을
무엇보다도 기쁘게 생각하고 큰 수확으로 여기며
이번 종주산행의 의미를 부여 하고 싶습니다.

이렇게해서
전원 14문 종주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늘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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