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여행/발길따라~

뉴욕에서의 짧았던 생활 ~

by 마루금 2015. 8. 21.

(1989년 5월)

맨하탄 시내에서는 대부분 걸어다니거나 지하철을 이용했다. 지도를 손에 들고 다닐 수가 없어서 외부에서 지도가 보이지 않도록 속옷에 넣어 숨겨서 다녔다. 길을 잘 몰라 곤란할 때는 빌딩으로 들어가 화장실에서 지도를 펴놓고, 충분히 지도를 익힌다음 밖으로 나와 그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어느 빌딩이든 입구에는 경비가 지키고 있어 빌딩 내부는 대체로 안전했다. 손에 지도를 들고 다니다가 자칫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현지인 처럼 행동해야 했다.

 

뉴욕시 도로 지도 ~

 

뉴욕시 지하철노선 지도 ~

 

 

 

 

 

뉴욕에서는 언제나 시커먼 안경을 끼고 다녔다.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여행자 표시를 낼 수가 없었다. 복장도 현지 사람처럼 허름하게 하고 다녀야 했다.  그래야만 범죄의 표적에서 멀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뒷골목도 혼자서 지나갈 수 없었다. 기다렸다가 다른 무리가 지나갈 때 그들과 일행인 것처럼 바짝 븥었다.   

 

 

맨하탄 시내에서 총성도 몇 방 들었다. 빌딩군 사이로 메아리 쳐 울리는 소리, 따 ~아 아~앙. 무슨 사건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소리에도 길 가는 사람들은 무덤덤햿다. 빌딩군 뒷골목은 의외로 한산한 곳이 많아 혼자 다니는 건 위험한 행동이었고, 사람 많은 복잡한 곳에는 마약자들이 눈에 띌만큼 많아 항상 경계를 해야 했다.

 

 

뉴욕의 Subways ~

숙소가 퀸즈 지역이라 7 Line 을 주로 이용했다. 퀸즈 플라싱 ~ 맨하탄 타임스퀘어 간을 연결하는 노선인데, 현지인들은 오리엔탈 라인으로 불렀다. 뉴욕 동부의 플라싱 지역에 중국, 한국, 일본 등 동양인들이 많이 살고 있어 7 Line은 언제나 동양인들로 붐볐다. 그래서 오리엔탈이라는 별칭을 얻게 된 것이다. 자유의 여신상으로 가기 위해 타임스퀘어에서 1 Line을 이용했다. 월가의 무역센터 지하에서 내렸는데, 이곳이 훗날 911 테러의 희생양이 된 바로 그 지점이다. 무역센터 통로를 빠져나가면 Battery Park 인데, 자유의 여신상으로 출발하는 페리 선착장이 있는 곳이다.

 

맨하탄의 중심부 그랜드 센트럴에서 6 Line으로 종점인 Pelham Bay Park 까지 간 적도 있다. 맨하탄 남부에서 북동부로 뻗는 노선인데, 도중 할렘가도 지나게 된다. 맨하탄 중심부에서는 승객 중 백인들이 많더니 할렘가로 근접하자 흑인만 남고, 승객 숫자도 급격히 줄었다. 종점에 다다라서는 마약에 취한 사람들만 남아 불안했다. 뉴욕은 지하철 객실도 안전하지 못했다.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곳 중 한 곳이었다. 도심 외곽으로 빠져나가면 객실에 한두 명만 남아 충분히 위험에 처해질 수 있었다. 그래서 사람 많은 객실로 옮겨 가기도 한다. 객실마다 칸막이가 설치돼 있었는데, 경찰이 수시로 객실을 순회하면서 칸막이로 들어가 객실 내부 동태를 살피고다녔다. 

 

 

아무데나 혼자서 돌아다니기 어려운 곳, 더군다나 밤에는 더더욱 어렵다. 범죄의 표적이 되기 때문, 지금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 뉴욕 전역이 대부분 그랬다. 내가 뉴욕에 있던 동안 근처에서 살인사건이 두 건이나 발생했다. 24시간 영업을 하는 중국집 여주인이 밤근무 중에 강도에게 피살 당했고, 다른 한 건은 공중전화 박스에서 전화를 걸고 있던 맥시칸이 권총으로 한인을 쏴 살인한 사건이다. 맥시코 남자가 전화를 꽤 오래 걸었던지 바로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국인 남자가 전화 좀 짧게 걸라 했던 것, 그게 발단이 돼 맥시칸이 그대로 뒤돌아서서는 권총으로 한인을 쐈다는 것이다. 현지인들의 평으로, 세계에서 성격이 가장 급한 민족 1위는 맥시칸, 2위는 코리안이란다. 

 

 

어느 일요일 아침 ~
플라자호텔 근처를 지나다가 소변이 하도 마려워 급히 화장실에 들렀던 적이 있다. 호텔 화장실 입구에는 정장 차림의 말쑥한 노신사가 서 있었다. 그래서 혹여 잘못 들어간줄 알고 화장실이 맞냐고 확인차 그 노신사에게 물어봤더니 그렇다 했다. 급했던 볼일을 마치고, 손을 씻고나자 때를 기다렸다는 듯, 그 노신사는 정중한 자세로 내게 타월을 건네주었다.  손을 닦고나서는 어쩔 수 없이 팁을 주고 나왔다.

 

 

 

일렬 주차 ~

뉴욕의 골목길 주차는 달랐다. 우리나라 처럼 도로 양쪽에 마구잡이 식으로 주차하는 것이 아니라 도로 한쪽으로만 이용하는 일렬 주차였다. 예를 들어 짝수 날은 오른쪽, 홀수 날은 왼쪽에 주차를 하는 식으로 날짜별 번갈아 주차를 하는 것이다. 이유인즉 골목길 차량 통행이 용이하고, 쓰레기 수거가 용이하다는 점,  쓰레기차가 한쪽 방향으로만 정리를 하면 되는 것이라 속도가 빨랐다.  당연히 쓰레기를 버리는 것도 일렬 주차 반대편이다.  주민들은 기계처럼 이 규칙을 잘 지켰다.

 

이런 방식이 실리적이기도 했지만 약점이 없진 않았다. 숙소에서 건너편에 주차했을 때는 집 문을 나서서 주차된 곳까지 가는데도 사주 경계를 해야만 했다. 주변에 동네 주민이 서성일 때는 부담없이 밖으로 나서지만  모르는 사람이 있을 때는 그사람이 사라질 때까지 밖으로 나서지 않았다. 갑자기 돌변해서 해를 입힐 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어느 곳에서나 안심하기 쉽지 않은 곳이었다. 뉴욕이 바로 그런 곳이다.    

 

 

 

맨하탄 중심부에 있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300m 쯤 떨어진 곳에 해외지사가 있어 그 후에도 근 10여 차례 이상 뉴욕을 왔다갔다 한 것 같다. 그 덕에 뉴욕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도 세 번이나 가봤고,  옛 이민국이었던 박물관도,  남부 차이나 타운도,  브로드웨이 거리도, 뉴욕주립대 앞 공원에도, 그 유명한 센트럴 파크도, 월가를 돌아 유엔빌딩까지도, 서쪽 도살장까지도, 할렘가 빼고는 맨하탄에서 왠만한 곳은 다 돌아본 것 같다. 그런데 이곳에 머물렀던 시간에 비례하면 사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곳 특성상 카메라를 지니고 쉽게 돌아다닐 수가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량 이동 중에 촬영한 것 빼고는 머릿 속에 든 희미한 기억뿐이다. 그나마 요정도 사진이 남긴 것만으로도 퍽 다행이라 위안을 삼는다.    

 

 

엑스포가 열렸던 곳 ~

 

뉴욕시는 5개의 대표 행정구가 있다.

세계에서 인종 구성이 가장 다양한 퀸즈(Queens), 브로드웨이와 타임스퀘어로 대표되는 뉴욕의 심장 맨하탄(Manhattan) 뉴욕에서 가장 높은 인구밀도를 자랑하고, 젊은 예술가들의 아지트로 주목 받는 브루클린(Brooklyn), 힙합의 탄생지이자 19세기 미국 최고의 소설가로 꼽히는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가 마지막 생애를 보낸 브롱스(The Bronx), 뉴욕의 항구와 자유의 여신상이 펼쳐지는 근사한 광경을 페리 위에서 감상할 수 있는 스태이튼 아일랜드(Staten Island)

 

 

이 외에도 에피소드가 정말 많은데 이제 NY 이야기는 이정도로 줄인다.


END . . .

728x90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