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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여행/산길따라~

소요지맥(왕방산에서 소요산까지) ............. 2008.11.2

by 마루금 2008. 11. 3.

산행날씨 : 선선하고 시계 좋았던 날 (기온: 9.8℃~ 15.2℃)

산행코스 : 포천시청~ 왕산사~ 왕방산(737.2m)~ 국사봉(745m)~ 쇠재~ 648봉~ 413봉~ 소요산(의상봉:587m)~ 자재암입구~ 소요산역

산행거리 : 도상거리 19.4Km  

산행시간 : 7시간 10분 

산행인원 : 2명


이것도 복은 복이니 ~ㅎㅎ 

포천시청에서 호병골로 가던 길에, 왕산사 진입로를  알려달라는 승용차를 만났다. 길을 안내하는대신 차를 얻어타고, 왕산사까지 쉽게 도착했다.

 

 

신라 때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천년고찰 왕산사. 태조 이성계가 방문하여 한 때 왕방사로도 불렸지만 이름 값에 비해 적은 규모다. 이번엔 경내 한쪽으로 얼마나 크게 지을 것인지 지난 번 보지 못했던 웅장한 건축물이 새롭게 축조되고 있었다. 

 

 

 

사방으로 조망이 확 트인 왕방산 정상에 도착, 협소하지만  햇살을 받은 억새가 나름대로 깊은 가을 맛을 풍겨낸다. 정상석에서 다른 팀의 요청으로 셔터를 눌러주기도 하고, 우리도 증거를 남길만한 기념촬영 한 컷 ...

 

 

왕방산에서 조망되는 국사봉은 건너뛰면 바로 닿을듯 지도상 거리를 의심할만치 가깝게 전개되어 보였다. 뾰쪽 솟은 국사봉의 짙푸른 하늘이 시리도록 높아서 가을같기도 겨울같기도한 느낌인데, 막상 국사봉으로 옮겨가는 파도타기 능선의 발길은 만만치않게 멀었다. 

  

 

국사봉 정상에서 한 사람을 만났다. 소요지맥을 계획잡고 왔다는데 길을 찿지못하겠다고 ... 해서 우리가 안내 하기로 하고, 소요산까지 동행하여 넘어가기로 했다.   

 

 

국사봉 정상에서 쇠목고개까지는 군사도로를 따라 내려가야 하는데, 물론 숲속으로 들어가도 되겠지만 등로가 형성되지않아서 가시덤불 속에서 헤멜 것은 뻔한 일 ... 그런데 이 아저씨, 길 안내를 의심하는지 도로따라 내려오다가 자꾸만 숲으로 왔다리갔다리, 결국 도로로 다시 내려선다...ㅎㅎ  

 

 

 

소요산까지 아직 먼 거리가 남았으므로 체력을 아끼기 위해 걸음걸이를 비교적 느릿하게 했다. 쇠목고개를 떠나서 가파른 649봉으로 오르던 중  짧게 한숨 돌리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 아저씨께서 우리의 걸음걸이가 맘에 들지 안았던지 먼저 떠나겠다고 한다.    

 

 

먼저 떠나세요 ~  우리는 천천히 가겠습니다. 가파른 길을 후다닥 치고 올라서 사라져가는 아저씨... 우리끼리 이야기로 ... 저렇게 빨리 가봐야 힘만 들뿐 기껏 1~2Km 정도 빨리 갈 거라는 ... ㅎㅎ

 

 

군사시설물이 있는 649봉을 지나고, 봉우리 몇 개를 더 넘어서 안부로 내려서자 갑자기 체력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안부 오름길에서는 이미 지나간 밥 때로 허기까지 졌고, 쌀쌀하게 부는 바람은 한기마저 느끼게 했다. 점심 가질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좁은 능선길로 연이어져 마땅한 장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정신력으로 버티며 오른 413봉 정상에서 작은 공터를 발견, 점심을 해결했다.    

 

 

배를 채우는 시간은 10분여 ...  속성으로 점심을 마치고 다시 능선길로 이어갔다. 역시 점심의 위력은 대단한 것... 신기할 정도로 발걸음이 가벼워졌으니 ...   

 

 

억새와 산딸기 가시에 가끔씩 스치며 능선을 지나는 동안, 어느 덧 소요산이 머리를 빼꼼히 내밀고서 손에 잡힐듯 가갑게 나타나있었다. 그러나 두 번 속지는 않을 터, 지난해 여름 무지막지한 더위에 이 길을 지나다가 소요산에 속아서 진하게 당했던 적이 있다. 바로 앞에 보이는 소요산이 가면 갈수록 다가오지 않고, 계속 제자리에 머물러 힘에 겨웠던 기억이 생생하기에...     

 

 

사각사각 소리나는 낙엽길에서 소요지맥의 늦가을 정취에 흠뻑 매료되었으니 ... 문득 학창시절 관람했던 영화가 떠오르는데, '리칭'이라는 여배우가 주인공인 '스잔나'라는 제목의 영화다. 가을을 슬프게 표현하여 당시 많은 학생들의 심금을 울렸던 것으로, 겨우 기억나는 이 노래 가사를 흥얼거리며 스산한 가을 산길을 만끽했다

 

해는 서산에지고, 쌀쌀한 바람 부네 / 날리는 오동잎, 가을은 깊었네 / 꿈은 사라지고, 바람에 날리는 낙엽 / 내 생명 오동잎 닮았네 / 모진 바람을 어이 견디리 / 지는 해 잡을 수 없으니, 인생은 허무한 나그네 / 봄이 오면 꽃 피는데, 영원히 나는 가네 ~ / 지는 해 잡을 수 없으니, 인생은 허무한 나그네 / 봄이 오면 꽃 피는데, 영원히 나는 가네 ~


  

 

만추의 산에 어울리지 않게 소요산 밑 군부대에서는 연속 총성이 울린다. 곧 군부대 철망이 나타나고, 가끔씩 나타나는 경고판마다 사격장이 있으니 출입하지 말라는 문구가 겁을 잔뜩 준다. 어찌보면 우리에겐 반가운 철망이리라, 소요산이 다가왔슴을 알려주는 표식으로 여겨지는 것이니 ...   

  

 

소요산 주능선에 거의 다 다를즈음 무심코 오름길을 치고 오르는데 길 가운데서 한 사람이 퍼져있어 깜짝 놀랐다. 자세히 보니 우리와 동행하기로 했다가 먼저 가겠다고 출발했던 사람을 다시 만난 것이다. 결국 우리가 앞질렀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는 것이고 ...  

 

소요산 능선에서 자재암으로 직진 할려다가 힘이 남아서 나한대를 거쳐 소요산 최고봉인 의상봉까지 치고 넘기로 했다. 멀리 남으로 도봉산이 조망되고, 서로 감악산, 동으로 우리가 지나온 왕방산이 하늘끝에 걸리고, 북으로 고대산과 금학산이 날개를 펼쳤다. 일몰 직전의 태양은 구름과 서로 숨박꼭질을 하며 더욱 아름답게 늦가을의 저녁하늘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소요산 단풍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깜깜해지기 전에 소요산 아래로 내려서야했다. 공주봉 직전의 안부에서 약수터가 있는 계곡을 선택하여 하늘을  나르듯이 하산, 계획대로 훤한 시간에 일주문 도착, 소요산 단풍에 물든 시간을 맞이했다.   

 

 

소요산역 가까이 어느 포장집에 들러서 간단한 요기와 함께 조금 남긴 20년생 더덕주랑 소주로 무사히 끝난 산행의 축배를 들었다. 오늘 가벼운 몸살끼에 두통이 있는 상테에서도 긴 거리를 끄떡없이 마쳐준 산행동료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같은 팀으로서  바위도 함께, 워킹도 함께, 산을 매체로 마주치는 시간이 언제나 반갑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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