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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여행/추억따라~

북한산의 추억, 야간산행(87.7.4~5)

by 마루금 2008. 4. 24.

1987년 7월4일~5일

야간산행 3명

산행코스 : 세검정~사자능선~보현봉릿지(야간암벽등반)~대남문~대성문~보국문~대동문~동장대~북한산장(1박)~용암문~만경대릿지~위문~깔딱고개~하룻재~제21야영장~인덕골~사기동골~육모정~용덕사~우이동


더울 때 가끔 북한산으로 야간산행을 떠났다. 토요일 밤 11시를 넘겨 광화문에서 135번 버스 막차를 이용했다. 어떤 때는 이 버스를 놓치기도 하여 세검정까지 택시를 타고 갈 때도 종종 있었다. 야간산행은 햇볕을 피할 수 있는 최고의 잇점이 있다. 한 낮 폭염에 사정없이 내리쬐는 햇볕으로 얼굴을 그을릴 염려가 없다. 계곡에서는 칠흑이지만 일단 능선에 올라붙으면 서울의 야경이 횃불이 되고 길잡이가 된다.

 

보현봉 암벽의 야간등반은 그야말로 스릴 만점이었다. 자주 등반을 해서 익숙했던 길이었지만 한밤중에 오르는 것은 분명 새로운 길이었다. 렌턴으로 바위를 비춰가며, 기억에 의존해서 길을 찿아 더듬는 것 역시 색다른 느낌의 경험이었다. 어찌보면 미친짓인지도 모르겠지만 . . .

 

당시 북한산에 4곳의 산장이 있었다. 지금은 2곳만 남고, 북한산장과 우이산장은 폐쇄되었다. 야간산행을 하면 잠 잘 곳은 언제나 북한산장이다. 세검정에서 출발하여 이 산장에 도착하면 새벽 4시쯤 된다. 재수가 좋으면 산장에 들어가서 편편한 바닥에 텐트를 쳐 편안한 잠을 자는 것이고, 아니면 바깥의 넓은 광장에서 야영을 하는 것이다.

 

두어 시간의 지침을 끝내고, 아침식사를 마치면 만경대릿지로 넘어간다. 미처 인적이 들기도 전에 상쾌한 아침을 맞으며 넘어가는 만경대릿지는 조용하기만 하다. 족두리봉을 지나 위문으로 내려서면 오르는 사람들과 교차하고, 북적거림에 비로서 새로운 날이 시작된다는 것을 느낀다.


살아온 삶의 흔적을 이렇게라도 남겨본다. 빼곡한 사연으로 새겨진 하나하나의 이름들 봉우리마다 지워도 지워지지 않을 이름들 잊혀지지 않을 기억으로 오랫동안 머물러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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