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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여행/산길따라~

병풍암........2006.4/23

by 마루금 2006. 4. 24.

피곤했던 모양이다. 일주일 피로가 몰려 늦잠이었다. 기상시간이 8시를 막 넘기고 있다. 번개불에 콩을 복아먹고 집을 나선다.  9시 반에 도선사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약속시간을 지킬 수가 없다. 늦을거라고 일행에게 통보하고, 먼저 출발하라고 이른다. 도선사에 도착하니 10시 반이 넘었다. 상궁바위에 도착, 반가운 얼굴들이 거기서 볼더링을 하고 있었다. 다들 좌측 페이스는 무난히 오르는데 우측의 날개 오버에서는 하늘로 나른다.

 

 

상궁바위를 뒤로하며 희미한 발길의 계곡으로 들어선다. 몇 번을 쉬어오르며, 몸에 좋다는 산야초도 발견하고는.. 병풍암에 도착한다. 중앙크랙을 계획한다. 첫 피치를 정고문께서 선등하여 첫 볼트 확보지점까지 오른 후 등반을 포기하기로 한다. 날씨가 흐리고, 찬데다가 습기마저 약간 있었다. 더군다나 발 디딜 곳에는 이끼들이 잔뜩끼어 더욱 위험했다. 햇볕에 바짝 마를 7월경에나 등반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다른 코스로 이동한다.

 

 

 

황성호 등반대장이 선등 할려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첫 볼트에 붙을려고 하는데.. 머리위로 순식간에 먹구름이 몰리더니 사방이 깜깜해진다. 바위에 손도 대기전에 소낙비가 쏳아진다. 등반이고 뭐고 모두 포기하고, 잽사게 장비를 챙기고는 비를 피할 곳을 찿는다. 비를 겨우 피할 수 있는 바위를 찿아 그칠 때까지 기다려보지만 전혀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점심시간이라 배가 고프지만 바위 아래 좁은 공간에서는 식사가 어려웠다. 식사할 곳을 찿으러 비를 맞으며 용암문으로 떠난다. 용암문에 도착하자 성문에는 비를 피하려는 사람들로 꽉 차있다. 계산착오였다.

 

낙화암으로 다시 이동하기로 한다. 오버진 바위라 비도 피할 수 있고, 등반도 가능하여, 일거양득이라 생각하고는만경대 아래 오솔길로 비를 맞으며, 워킹으로 횡단하여 이동한다. 가스가 차서 가리는 시야로 지름길을 놓쳤다. 빙~ 돌아서 코끼리 바위까지 건너갔다가 알프스샘 아래 계곡으로 흘러든다. 입술바위에 도착한다. 입술을 쭉~ 내밀고 있는 것이 꼭~ 키스를 해 달라는 모습이다.

 

 

수년전,  더운 여름 어느날, 정고문께서 입술바위 위로 올라가 자일을 설치하고는 하강을 하며, 바위의 입술에다가 키스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바위의 입술에서 뜨거운 김이나와  바위가 불어주는 기를  들이마시니 힘이 솟아 났다고 한다.

 

입술바위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낙화암에 도착한다. 바위의 규묘에 비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 빈 코스라고는 전혀 없다. 한번 붙어볼려고 먼거리에서 이동하여 왔지만 모든게 허사였다. 여기서 오늘 바위의 꿈은 완전히 포기한다. 입술바위 좌측의 처마 아래서 비를 피하며 점심상을 차렸다. 배를 채우고나서 약간의 기운이 돌지만 춥다. 어서 정리하고 수유리로 이동하기로 한다. 하산길을 갑갑한 아스팔트대신 호젓한 숲길을 택하여 부드러움을 맘껏 음미하며 내려왔다. 활짝핀 진달래에 반하고, 솔나무 숲 사이의 연인길에 반하고, 너무도 깨끗한 공기에 반하며...

 

 

산길을 벗어나 소귀천의 선운각(옛이름)에 이른다. 만개한 매화와 목련의 화사함이 한옥과의 조화로 눈길을 사로잡으며 지나는 이의 발길을 묶어놓는다. 선운각은 고향산천으로 명칭이 바뀌었다가 지금은 할렐루야 기도원으로 되어있다.

 

언젠가 식구들과 산행을 끝내고 이곳에 냉면을 먹으러왔다가 문전박대를 당한 적이 있다. 등산복차림으로는 입장불가라고, 정장차림이 아니면 냉면을 먹을 수 없다고.... 좌우지간 여기에도 아무나 드나들지를 못하는 그런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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