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끝내 우리를 거부했다........200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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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여행/산길따라~

하늘은 끝내 우리를 거부했다........2005.7/17

by 마루금 2005. 7. 18.

"시인 신동엽길..."

지난달 19일 한 차례 시도했다가 등반팀이 너무 많아 포기하고, 돌아섰던 적이 있고, 이어 7월17일을 두 번째 등반계획의 스케줄로 잡았다. 도선사주차장 매표소에서 8시에 7명이 모여 8시30분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하루재를 지나고 위문을 넘어 백운대의 거대한 남서벽으로 내려선다. 약수암 위의 신동엽길이 시작되는 공터에 도착하니 9시30분이다. 하늘엔 구릅이 깔려 있었지만 그때만 해도 비가 올 것같지는 않았다.

 

사진: 좌측벽이 백운대남서벽 이다.

 

각자 장비를 착용하고, 등반순서를 정한 후 선등으로 정대장이 바위에 붙기 시작했다. 첫 피치를 시작하자 안개이슬같은 물방울이 얼굴을 스친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굵어져 한 방울 두 방울씩 수직으로 머리를 때리기 시작한다. 선등자가 첫 피치를 끝내고, 확보지점에 도달하자 비로 변해 바위 표면을 물로 적시고 있었다.

 

" 신동엽길 취소" 선등자의 과감한 명령이 떨어진다. 이 코스의 난이도로 보아 물먹은 바위등반은 어려운 일이었다. 때에 따라서는 과감하게 후퇴를 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때가 바로 그때가 아닌가 싶다. 선등자 정대장은 첫 피치에서 하강하였고, 인수로 넘어가기로 한다.

 

사진: 시인 신동엽길 첫 피치 시작점

 

사진: 첫 피치를 시작하는 정대장

 

사진: 첫 피치 등반중...

 

" 인수 비둘기길.."

가파른 나무계단을 숨이 목에 차면서 헉헉대고 올라 위문에서 잠시 쉬었다가 지난다. 하하 선배님께선 흘린 땀이 비 맞은 양보다 더 많은 듯 하다. 줄줄 흘러내린다. 백운대 대슬랩을 끼고, 지나는 길에 등산학교의 기초연습이 한창이다. 인수서면의 하강지점에 도착하니 인수봉 머리가 운무에 가려 전혀 보이질 않는다. 비둘기 첫 피치엔 벌서 다른 팀이 붙어 등반 중이었다. "여기도 틀렸구나"였다. 비둘기로 오른 팀의 등반 대기인원이 꽤 많았다. 그때의 시간을 보니 11시다. 점심먹기가 어정쩡한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억지로 밥상을 차렸다. 잠시 소강상태였던 비가 굵게 변하여 무게를 더한다. 첫 피치 확보지점에 있던 세 명의 등반자가 하강한다. 비가 세차게 내려치자 그들도 등반을 포기하고, 식사를 준비했다. 우리의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 비는 약해지고 있었고, 그때 인수봉 정상에서 하강하는 팀이 있었다. 그 팀들이 비둘기 코스를 오를려고 하였다. 우리가 오를 것이라고하자 그들은 비둘기 코스를 포기하고 돌아섰다.

 

산천초목의 포도주로 한 잔씩 목을 축이고, 왕눈이 커피를 사발째 마시며, 중식을 끝낸다. 정대장이 능강에게 선등 할것을 요구하자 그가 마다한다. 정대장은 맨 후미에 서겠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선등을 내가 서기로 했다. 심호흡을 하고~ 비 오는 날의 바위는 맑을 때와는 또 틀리다. 특히 이끼에 조심해야 한다. 예상대로였다. 첫 볼트 지점의 경사진 슬랩를 밟으니 이끼가 살아 바닥이 참기름이다. 쾩도르를 설치하고, 자일을 건 후 조심스레 둔턱을 넘어 오른다. 둔턱 위의 슬랩에서 발디딤을 수 차레 확인하고(여기선 추락하면 선등자는 바닥치기다) 온 신경을 발 끝에 집중시켜 이끼 사이를 겨우 통과하여 두 번째 볼트에 도착한다.

 

두 번째 볼트에 확보하고나니 안심이 푹 놓인다. 여기선 스립을 먹어도 확보만 확실하면 다칠 염려가 없다. 오랜 경험에 의해 등반 중에 저절로 나오는 계산이다. 잡기 좋은 바위의 돌출부를 붙잡고, 과감한 우향 레이백으로 발란스를 잡아서 두 번째 둔턱을 넘어간다. 쉬운 스랩을 오르고, 하강피톤 지점의 크랙 밴드를 따라 첫 피치 종료지점애 도착한다.

 

첫 피치에 몇명이 오른 후 두 번째 피지로 진행한다. 쉬운 크랙이다. 좌측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듯 긴 크랙을 띁어 나갔다.수직으로 꺽어 오르는 지점의 볼트에 자일을 걸고, 수직크랙을 조금 올라 중간에 후랜드 하나를 설치한 후 서면오버행 아래의 두 번째 피치 종료지점에 도착했다. 바위면이 꽤 미끄러웠다.이때 약하던 비는 세차게 변하고, 바람까지 불어대 뿌연 까스가 동에서 서로 인수를 휘감아 돈다.

 

첫 피치에서 등반 중인 일행들은 모두 비를 맞고 있었다. 나는 오버행 아래서 비를 피하며, 등반중인 일행을 지켜보고 있었다. 능강, 왕눈, 봉주, 하하, 산천초목님이 차례로 올랐다. 정대장이 두 번째 피치에서 하강 하자는 제의를 한다. 나는 하강준비를 했다. 볼트따기로 트레버스한 후 그 위의 크랙만 올라서면 인수 정상이다. 그러나 포기한다. 그칠 것 같지 않은 비가 바람을 몰고 뿌려대고, 시야는 모두 가려있었다. 비를 맞으며 하강을 한다. 자일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이 자일을 잡고있는 나의 왼팔을 타고 겨드랑이로 흘러들어 몸 속으로 파고든다. 하강을 완료하고 나니 벌써 물에 빠진 새앙쥐가 되어있었다. 모두들 그렇게 하강했다.  

 

사진: 인수하강 중..

 

사진: 장비정리

 

"당고개암장"

인수를 뒤로하고 하산한다. 우이동 버스종점에 내려오니 시간이 3시반 밖에 되지 않았다. 시간이 너무 일러 아쉬움을 달래려고 능강의 차로 당고개암장으로 이동했다. 봉주님은 전 날의 도봉산 산행과 약주로 피로가 겹쳐 노원역에서 내려 먼저 귀가를 서둘렀다. 나머지 6명은 암장에서 비교적 쉬운 코스를 택해 올라붙었다. 여기서도 비가 오기 시작해서 모두 한 번씩만 완료하고는 가벼운 뒤푸리로 마무리를 했다. 

 

사진: 당고개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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