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랑새를 찿으러 ..."
오늘 우리는 파랑새를 보지 못했다. 아니 영영 못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마음속에서 파랑새를 보았다. 등반을 하면서 세상의 모든 오욕을 버리고, 나의 가슴에 불타는 정열과 희열을 가득 채우며, 자연과 함께 호흡한 시간의 소중함을 느낀다.
성황당 입구에서 하차하여 능선을 끼고 오르다가 왠지 물이 그리워 다시 계곡으로 빠져든다. 장마철이라 계곡의 수량은 매우 풍부하고, 물소리가 여느 때보다 더 크게 들린다. 첫째 폭포를 지나고, 이어 둘째 폭포에 이른다. 약간 오버행끼가 있는데서 떨어지는 폭포수에 물마사지를 받으면 아주 끝내줄 것 같다.
계곡과 암반을 따라 오르다가 평소에 식수를 채우던 곳에 도달, 잠시 쉰 후 출발한다. 위 협곡의 검푸른 깊은 소를 시원스레 구경하고, 당장이라도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파랑새봉 능선 초입을 찾기가 약간 아리까리하다. 좌측은 숨은벽능선, 우측은 염초봉능선이다. 큰 덩어리를 연상하며 방향을 잡고 능선에 붙으니 희미하게 파랑새봉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온다. 능선에 올라붙자 시야가 확 트이며, 좌 숨은벽능선, 우 염초봉능선이 장쾌하게 위로 뻗어있다. 마치 이 두 능선은 가운데의 파랑새봉능선을 호위하는 둣 하다.
릿지가 시작되면서 전망 좋은 장소가 여러 곳 나타난다. 가다가 쉬고 가다가 쉬고 하면서 숲과 바위길을 여러 번 지나 올라붙는다. 우리 일행은 양쪽 능선의 호위를 받으며, 파랑새를 찾으러 위로 계속 올라붙었다.
자일을 사용해야 하는 직벽구간이 나타나자 여기서 각자 장비를 착용한다. 첫 번째 피치의 계단식 직벽을 쉽게 오르고, 두 번째 피치 침니 겸 크랙의 직벽도 쉽게 오른다. 피아노바위를 지나고, 긴 슬랩의 세 번째 피치를 안자일렌 하여 오른다.
이어 넓은 마당바위가 나오는데 바닥에 구멍이 몇 개 뚫려있다. 그중에 큰 것은 마치 화장실의 변기처럼 생긴 데다가 색갈이 이상한 물이 고여있다. 여기서 누가 일을 본듯하다... 누굴까?... 우리 앞에 오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뒤로 보이는 파랑새봉의 위용을 배경으로 단체와 개인촬영을 마치고, 네 번째 피치로, 숲 속을 지나고, 가파른 슬랩이 나오는데 두 스텝을 까다롭게 올라야 간신히 크랙이 잡힌다. 그 위의 네 번째 피치 책바위의 짧은 크랙이 나타나자 모두들 가볍게 통과한다.
파랑새봉 아래의 넓은 마당바위에 도착하자 숨은벽, 그 너머로 인수릿지, 정면으로 염초능선 그리고 노적봉, 의상능선, 멀리 비봉능선까지 함께 한눈에 다 들어온다. 운무에 가렸다가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한 폭의 동양화에 취하면서 점심 한 끼를 해결하고, 속이 확 타오르는 뜨거운 중국술과 시원한 냉커피 한 모금을 곁들이니 신선이 따로 없었다.
이제 마지막 한 피치만 끝내면 파랑새봉 정상이다. 우측편의 까마득한 절벽을 횡단해서 크랙이 나타나면 그 크랙 따라 직상으로 올라야 한다, 내가 톱으로, 이어 정대장과 순진님이 동시등반으로 오른 후 정대장의 제안으로 양쪽의 자일을 단단히 고정시켜고 나서 이후 모두들 통과로 횡단하여 등반시간을 줄였다.
드디어 파랑새봉 정상에 8명 전원이 모두 올랐다. 우리가 오른 코스는 우리 일행 말고는 아무도 붙은 사람이 없었다. 아무런 걸거침이 없이 아주 호젓하고 쾌적하게 등반을 즐겼다. 숨은벽과 염초릿지에는 많은 사람으로 붐벼 곳곳에 정체되는 장소가 보였다. 여기 파랑새봉에 오르기까지 파랑새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대신 비둘기처럼 생긴 까만 색깔의 새 한 마리가 날아들어 정상에 내려앉아서 우리를 맞아 주었다. 누군가가 스프레이로 뿌리면 파랑새가 된다고 한다.
파랑새봉을 하강한 후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하강했던 그 직벽코스를 다시 등반해서 오른다. 직벽의 크랙을 정교한 발란스로 레이백 자세를 취하면서 오른다. 이어 크랙이 끝나고, 슬랩으로 넘어가는 지점의 크럭스에서 약간 헤멘다. 다들 연속으로 두 번씩 오르고 등반을 마친다.
파랑새봉을 뒤로하고 계곡으로 내려서는 도중 모두들 가다 말고 정지해서 숨은벽의 파노라마에 연발 감탄사를 자아낸다. 이곳에서 보는 경치는 여름보다는 겨울에 보는 것이 더 장관이다. 하산은 숨은벽계곡~ 50m 대슬랩의 고개~ 인수계곡을 횡단하여 하루재로 넘어가는 길을 택했다.
파랑새 첫 피치
계단식 직벽, 여기서부터 장비 착용하고 오른다.
두 번째 피치
직벽크랙
세 번째 피치
피아노바위를 지나 슬랩을 안자일렌으로 오르는 구간
네 번째 피치
책바위 크랙이다.
▼ 세 번째 피치와 네 번째 피치 사이의 전망대에서 ~
넓직한 바위의 구덩이엔 누가 쌌는지 모르겠지만 오줌인 듯한 물이 고여 있다.
일을 본 사람은 자수하여 광명 찾기를...
정상 아래의 전망대에서 즐거운 식사..
마지막 피치
정상의 바위를 우측으로 트래버스 한 후 위로 오르는 코스로 고도감이 좋다.
바위를 돌면 등반자의 동작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초보자는 스스로 알아서 등반해야 한다.
사진은 파랑새봉에서 하강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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