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8월15일(광복절)
비 내리던
날 동생과 둘이서
고헌산 남쪽 급경사로 올랐다. 계곡 중턱에서 소똥처럼 보이는 짐승 배설물 발견, 폭포 옆 절벽을 세미클라이밍으로 오르다가 뱀과 키스할 뻔, 정상 근처 억새밭엔 코스모스 피었고 . . .
산행의 목적은 굶는 연습. 당시 조난사고가 가끔 발생, 혹시 내게도 닥칠지 모를 상황에 대비, 생존훈련을 한 것이다. 수통에 물 1리터뿐, 그 외 다른 식량 없었다. 정상에서 이미 식수는 바닥, 아무 것도 섭취하지 못한 상태로 하산했다. 목 타고, 배 고파서 허기로 기운이 빠지니 하늘마저 노랬다. 하산길이 왜 그리 길던지 끝이 없는 것처럼 느꼈다.
어둠이 깔릴 때쯤 마을에 도착. 위기를 탈출했다는 안도감, 훈련을 이겼다는 만족감으로 마음이 뿌듯. 시골 구멍가게에 들러 라면으로 굶주렸던 배를 채우니 세상이 모두 내것처럼 . . . .
구멍가게 할머니와의 대화 내용이다.
"고헌산에서 내리오는 길이가? "
"그렇심더, 와그라는데요 . . ."
깜짝 놀라시는 할머니. "거개는 사람들이 여러시 뭉치가꼬 올라가야 되는기라"
"무신 이유라도 있능교? . . . ."
"재수없시먼 짐승한테 물리죽는데이 ~"
"동네 할마시들도 봄에 나물 캐러 올라갈라카믄 여러시 뭉치가꼬 올라가는 데 아이가~"
"산 중턱(대락 800미터 높이)에 소똥같은 기 있던데요"
"거게 가끔 호랭이 울음 소리도 들리던 산인기라 ~"
"헉" ~~~~~~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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